♧...행복 채널

삼강주막*

김욱진 2013. 10. 17. 22:01

 

      삼강주막*

 

 

 

바짓가랑이 쩍 벌리고 문지방 걸터앉아

담뱃재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옹벽에 나붙은 메뉴판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살아생전, 외상값은

그을음 꽉 낀 부엌 벽에다 그저

막걸리 한 사발은 짧은 세로 금

한 됫박은 긴 세로 금

외상을 갚으면 가로로 죽 그어버렸다는

사진 속 주모 할머니

 

막걸리 한 됫박 다섯 냥

메밀묵 한 대접 넉 냥

지짐이 한 두레 석 냥

두부 한 모 두 냥

이럭저럭 해서

한 상에 열두어 냥은 받았을 법한 그 시절

 

나룻배 타고 분주히 드나든 보부상들

외상값만 제대로 받아 가셨더라도

노잣돈쯤이야 두둑하셨을 터인데

 

 

*삼강주막 :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소재한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으로

                 내성천․금천․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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