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주막*
바짓가랑이 쩍 벌리고 문지방 걸터앉아
담뱃재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옹벽에 나붙은 메뉴판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살아생전, 외상값은
그을음 꽉 낀 부엌 벽에다 그저
막걸리 한 사발은 짧은 세로 금
한 됫박은 긴 세로 금
외상을 갚으면 가로로 죽 그어버렸다는
사진 속 주모 할머니
막걸리 한 됫박 다섯 냥
메밀묵 한 대접 넉 냥
지짐이 한 두레 석 냥
두부 한 모 두 냥
이럭저럭 해서
한 상에 열두어 냥은 받았을 법한 그 시절
나룻배 타고 분주히 드나든 보부상들
외상값만 제대로 받아 가셨더라도
노잣돈쯤이야 두둑하셨을 터인데
*삼강주막 :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소재한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으로
내성천․금천․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