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夏의 주산지*
산기슭 한 폭 수채화 속으로
하늘다람쥐와 함께 걸어 들어간다
송기 갉아 먹힌 노송의 등에 업혀
칭얼대던 무당개구리 한 마리
그림 밖으로 마중 나와
연분홍물봉선화 치맛자락 훔쳐보는
내 눈길 잡아당기며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제 살아온 빛깔과 무게만큼 얼비친 연못
능수버들가지 사이로
카메라 세례 받는 비단잉어 떼
바깥세상 입질하며 물감 칠을 한다
금세,
내 초상화 한 장 물속에 떠있다
*주산지(注山池) :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 있는 약 290년 된 인공 저수지로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도 유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