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사랑
철부지 바람둥이처럼
뾰족 혀 내밀고
누가 저토록
밤꽃들의 궁궐 속을 환히 들여다보나
갈바람 몰래몰래 핥은
화밀花蜜* 한가득 입에 넣고
밤새 씹고 또 씹고
수십 번도 더 되씹고 삭혀서
토해낸 꿀벌들의 사랑 얘기
누가 받아 적어둔 적 있는가
겨우내 먹고 살겠다고
아니, 하루살이 같은
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정신 줄마저 놓아버리며
가슴속 깊숙이 갈물여둔
여왕벌의 사랑 일기
누가 훔쳐 읽어본 적 있는가
까투리 한 마리
군침 흘리며
밤나무 아래 우두커니 서있다
*화밀花蜜 : 꽃의 꿀샘에서 분비되는 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