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맛
대천 바닷가 조개구이집
노을에 석쇠 얹어놓고 바다 경전 펼친다
등급 매겨지는 동안 몸 달구는 조개들
바지락이 비비 막춤 꼬는 사이
모시조개는 지긋 혀를 빼문다
육집 좋은 소라가 궁전 밖을 배시시 내다보자
저쪽 끝의 가리비는 질금질금 부채로 얼굴을 가린다
참조개의 치마끈도 풀렸다
늘씬한 키조개 젖가슴 위로 불길 닿자
쏴아 쏴아 태초의 울음 혹은 붉음이 흐른다
한 겹 너머 훤한 살점에 내 몸의 온도를 쩝쩝 포개니
뽀얀 육즙이 지글지글 끓는데,
‘먹고 싶은 순서대로 드세요 바싹 타기 전에'
가벼움이 어슴어슴 불타는 여름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