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가끔 채널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묏등에 염소 고삐 풀어놓고
술래잡기하며 뒹굴던 코흘리개 시절로
어머니 손잡고
산비탈 굽이굽이 돌아 외갓집 가는 길
어스름 서리하던 복숭나무 아래로
꽁보리밥 싸가는 게 부끄럽다고
생떼부리며 드러누웠던 골목길로
고주박이 한 짐 걸머진 지게머리
참꽃다발 수북 꽂아 버텨두고
도랑가재 잡아 구워먹던 불알들 곁으로
성황제 지낸 고목 아래 함초롬 밝혀둔
불 종지 몰래 주워와 시렁에 모셔놓고
집안 액운 다 태워달라며
밤새 빌던 정월 대보름 새벽 달빛 속으로
푹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 내 맘속의 주파수가 얼마인지는 잘 모르지만
행복채널에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더러는 녹색 신호등 앞에서
강생이 한 마리가 내 채널을 휙, 돌려놓고 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