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았다!
산북초등학교 88주년 총동창회 막이 오른다
꼬꼬닭을 잡는 시합을 한다
그늘만 찾던 씨암탉들도 홰를 치며
기세등등 벼르는 입술이 닭볏이다
닭장에서 풀려 나온 것이야
너나 나나 마찬가지
손도 없는 너희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
병아리가 웃을 일이지
볏 바짝 세운 48기 폐계가
애기 업은 영계를 닦달하며
뒤뚱뒤뚱 쫓는다
술 취한 수탉들과
다닥다닥 뒤엉킨 운동장
넘어지고 엎어지고 희희 풀어지는데,
닭 잡았다! 벼슬했다! 가문의 영광이다!
벼슬을 통째 잡은 이 횡재!
아직도 벼슬 앞에 맥 못 추는
은빛 갈대가 휘휘 바람을 탄다
관암산 꼭대기를 단숨에 오르는 교가,
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