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 ♧...낭송시 영상시 2016.07.28
[스크랩] 저 못된 것들/이재무 저 못된 것들/이재무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 ♧...낭송시 영상시 2016.07.28
연가13/마종기 마종기, 「연가 13」 1 여자에게서 취할 것은 약간의 미모와 약간의 애교와 여자에게서 취할 것은 약간의 요리와 봄날의 이불. 그리고는 흩어지는 꽃잎으로 그 이름을 떠날 것이다. 2 한때는 구기도 공부도 좋아하고, 한때는 포카도 술도 연애도, 한때는 음악도 회화도 시도 소설도, 그리고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새들은 강릉에 가서 죽다/최금진 최금진, 「새들은 강릉에 가서 죽다」 나의 생일엔 예쁜 창녀를 선물해줬으면 좋겠다 커다란 달 모양의 귀고리를 한 여자, 달에서 온 여자 캄캄한 것이 유일한 재능인 여자, 나를 죽여줄 수 있을 것같은 여자 꽃보다 텔레비전을 볼 때 겨우 웃는 여자 생일 축하해요, 나를 혓바닥으로 꺼주..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시/신미나 신미나, 「시」 닷새면 피가 상한다고 했다 선지피 받아온 날 한쪽 귀가 흔들리는 냄비를 들고 가다 눈 쌓인 마당에 자빠졌다 돈벌레의 작은 발처럼 수백갈래로 퍼져서 흰 눈을 갉아 먹는 붉은 다리들, 붉은 이빨들 응고된다는 것은 누군가 잰걸음을 멈추고 문득 멈춰 선다는 것이다 내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눈사람 여관/이병률 이병률, 「눈사람 여관」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그러면 날마다 아침이에요 밥은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숙박을 가요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모든 계약들을 들여놓고 여관에서 만나요 탑을 돌고 싶을 때도 그만두고 아무..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묵 값은 내가 낼게/이종문 이종문, 「묵 값은 내가 낼게」 그해 가을 그 묵 집에서 그 귀여운 여학생이 묵 그릇에 툭 떨어진 느티나무 잎새 둘을 냠냠냠 씹어보는 양 시늉 짓다 말을 했네 저 만약 출세를 해 제 손으로 돈을 벌면 선생님 팔짱 끼고 경포대를 한바퀴 돈 뒤 겸상해 마주보면서 묵을 먹을 거예요 내 겨우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꽃 찢고 열매 나오듯/장옥관 장옥관, 「꽃 찢고 열매 나오듯」Posted by 관리자 on 2015-01-13 00:58:58 in 2014 장석주, 문학집배원, 시배달 | 0 댓글 장옥관, 「꽃 찢고 열매 나오듯」 싸락눈이 문풍지를 때리고 있었다 시렁에 매달린 메주가 익어가던 안방 아랫목에는 갓 탯줄 끊은 동생이 포대기에 싸인 채 고구마처럼 새근거..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당신의 날씨/김근 김근, 「당신의 날씨」Posted by 관리자 on 2015-01-19 22:34:57 in 2014 장석주, 문학집배원, 시배달 | 0 댓글 김근, 「당신의 날씨」 돌아누운 뒤통수 점점 커다래지는 그늘 그 그늘 안으로 손을 뻗다 뻗다 닿을 수는 전혀 없어 나 또한 돌아누운 적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출 수 없어 나 또한 그만 눈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