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위치/김행숙 김행숙, 「새의 위치」 날아오르는 새는 얼마나 무거운지, 어떤 무게가 중력을 거스르는지, 우리는 가볍게 사랑하자. 기분이 좋아서 나는 너한테 오늘도 지고, 내일도 져야지.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겨울 코트엔 온통 깃털이 묻고, 공중에서 죽어가는 새는 중력을 거절하지 않네. 우리는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직선과 원/김기택 김기택, 「직선과 원」 옆집에 개가 생김. 말뚝에 매여 있음. 개와 말뚝 사이 언제나 팽팽함. 한껏 당겨진 활처럼 휘어진 등뼈와 굵고 뭉툭한 뿌리 하나로만 버티는 말뚝, 그 사이의 거리 완강하고 고요함. 개 울음에 등뼈와 말뚝이 밤새도록 울림. 밤마다 그 울음에 내 잠과 악몽이 관통당..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동백이 활짝/송찬호 송찬호, 「동백이 활짝,」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 시 _ 송찬호 – 송찬호(1959~ )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87년 『우리시대의..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별을 굽다/김혜순 김혜순, 「별을 굽다」 사당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서 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 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냈을까 무표정한 저 얼굴 속 어디에 아침마다 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저녁으로/송승언 송승언, 「저녁으로」 지장보살의 발 아래, 수원지가 불분명한 물이 솟았다 너와 나는 받아 마셨다 이 물은 맑고 투명하다 너의 검은 얼굴이 증거로 떠오르고 있다 검은 것은 얼굴이 아닌 물, 네 눈에는 언덕 아래 많은 묘지가 보이지 않는지 많은 것은 묘지가 아닌 집, 그곳에서 자고 있는..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채호기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술빵 냄새의 시간/김은주 김은주, 「술빵 냄새의 시간」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떼 지은 평일의 삼삼오오들이 피워 올..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최금녀 최금녀,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 ♧...낭송시 영상시 2015.06.10
[스크랩] | 대구시인 | 슬픈 향수 / 김욱진 김욱진(金旭鎭) 시인 1958년 경북 문경 출생 2003년《시문학》등단 시집 ; 『비슬산 사계』 주소 ;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 231-3 슬픈 향수 - 김욱진 논밭 갈고 쓰레질하던 시절이 좋았지 주인어른 말씀 등에 지고 5일장 따라가 좌판에서 과부 손목 붙잡고 노닥여도 끔뻑끔뻑 눈감아주었.. ♧...낭송시 영상시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