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주제특집호
1. 총론
지난 3월 12일 유엔 경제사회국DESA 인구 분과는 ‘세계 인구 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가 현재의 67억 명에서 25억 명이 더 늘어난 9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현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20억 명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인구의 거의 4분의 1을 60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지구의 고령화’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유엔 인구국의 조지프 셰미 국장은 “세계 인구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구문제는 장기적이고 복잡한 문제”라고 규정하였다. 저개발 국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선진국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고민하고 있으며, 지역·인종·성性별 인구 불균형도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조지프 셰미 국장은 “인구는 계속 늘지만 고령화 역시 병행될 것이고, 도시화와 사회적 다변화는 훨씬 가속화될 것이며, 결국 세계화와 이민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인구문제는 더 이상 2백여 년 전 맬서스가 예측한 ‘인구폭발’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구문제는 남아 선호에 따른 ‘성비性比’ 불균형 문제,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세대간 불균형 문제, 도시화 등으로 인한 지역간 불균형 문제, 인종·민족·국가·지역별 상이한 인구변동 문제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문제들은 서로 중첩되어 있어 어느 하나만의 개별적인 해결 대신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이 요구되기도 하며, 현실에 대한 다각적이면서도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요청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구문제에 올바로 접근하기 위해 우선 인구문제의 의미와 역사들을 살펴보고, 해결해야할 대표적인 인구문제들을 고찰하기로 하자.
인구문제의 의미와 역사
인구문제란?
인구문제는 일반적으로 인구학?의 한 분야로 인식되지만, 인구학 자체가 다양한 전문 영역과 학문 분야와 연관된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 성격을 띠는 것처럼, 인구문제 역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연관되어 종합적 연구와 해결이 모색되는 분야이다. 현대의 인구문제는 특정 영역과 분야의 연구만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가 그만큼 힘들다.
또한 인구人口는 특정 사회나 단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數’를 가리키지만, 인구문제人口問題는 ‘수’라는 단일 지표만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인구문제는 인구라는 ‘수’와 다른 조건들 간의 복합적 관계에 의해서 야기된다. 즉, 인구문제는 한 사회혹은 단위의 인구가 자연적·사회적 조건들과 비교하여 불균등한 상태일 때 발생한다. 단적인 예로 맬서스가 제기한 ‘인구폭발’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요한 인구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는 ‘산술급수적인 식량증산’이 또 다른 전제나 가정으로 상정되기 때문에 심각한 인구문제로서 다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인구폭발에 대응해서 식량 역시 같은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증산이 된다면 통계자료적 가치를 제외하고 인구폭발이 중요한 인구문제로서 간주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물론 인구폭발에 따른 다른 사회적 문제들은 배제한 상태에서.
고대 중국과 그리스의 인구문제
인구에 대한 논의는 역사적으로 고대 중국과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고대 중국의 경우 인구 증가나 인구 감소를 직접 언급한 기록이 발견되지는 않지만, ‘전쟁이 인구의 성장을 억제한다.’, ‘비싼 혼인비용이 혼인율을 낮춘다.’ 는 등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고대 중국에서도 인구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로 ‘나라의 크기가 작고 백성의 수가 적은’ 소국과민小國寡民 사회를 내세운 바 있는데, 세상의 많은 문제들을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중국과 달리 그리스에서는 인구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라톤은 도시국가의 적정 인구를 5,040명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 숫자는 각종 생산과 서비스, 식량, 자연환경 등 도시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들을 고려하여 산출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직접적인 인구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구수를 통제해야만 가난과 사회적 무능, 비능률을 제거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도시 국가 형태로 발전하였던 그리스의 특성이 인구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맬서스의 『인구론』
서양에서 인구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서 인식하게 된 계기는 1798년에 발표된 맬서스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 있다. ‘억제되지 않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맬서스의 주장은 당시에 큰 논란을 야기하였다.
맬서스의 인구이론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본 전제와 한 가지 가정에 근거한다.
전제 1 식량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전제 2 이성 간에 ‘정념애정’은 필요하며, 앞으로도 거의 현상대로 머무를 것이다.
가정 인간의 번식력은 식량을 산출하는 토지의 힘보다 무한정하게 크다.
그리고 이로부터 ‘인간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구증가에 대한 강력한 억제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맬서스는 ‘억제작용’으로 ‘가난’, ‘악덕’ 그리고 ‘도덕적 억제’ 등을 꼽았다. ‘가난’은 질병과 기아飢餓 등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악덕’은 범죄와 전쟁 등의 자기 파멸적인 행위들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억제작용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 억제’에는 출산을 피하기 위한 행위들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피임’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맬서스는 질병, 기아, 범죄, 전쟁 등과 같은 사회 현상을, 고삐 풀린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자연스러운 억제작용’, 즉 ‘자연 현상’의 일부로서 파악하고 있으며, 사회 문제를 자연법칙에 입각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맬서스의 예언은 현대 사회에 적중하지 않았다.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로 인구수는 60억 명을 넘어섰지만, 맬서스의 예상과 달리 식량생산은 이러한 인구증가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 기술의 발전 덕택이다. 예를 들자면 1950년과 비교하여 현재 세계 인구는 2배 늘었지만, 식량생산은 오히려 3배나 증가했다.
산업화시대(~1970년대)의 인구문제 … 인구이동, 도시화, 인구집중
전통적인 농업사회는 농업을 기반으로 해서 한 곳에 정착해 사는 ‘정주定住사회’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대표적인 사회적 생산 양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정주적 특성을 지녔던 사회관계와 구조는 변화가 불가피하였다. ‘인구이동’은 근대의 이러한 사회 변화를 드러내는 주요한 특징이다. 즉, 분업화, 조직화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 자본주의적 산업들은 그에 걸맞는 대규모의 노동력을 요구하였는데, 이 노동력은 전통적인 농업사회의 해체와 농업 노동력의 산업 노동력으로의 재편을 통해서 확보되었다. 이러한 재편 과정이 바로 ‘인구이동’인 것이다.
인구이동은 1930년대부터 시작
우리 사회에서 ‘인구이동’이 대표적인 인구문제이자 주요한 사회문제로서 등장하게 된 것은 ‘이촌향도移村向都?’를 특징으로 하던 1970년대이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인구이동은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이던 1930년대에 한반도 북부지역의 공업화로 인해 남부지역의 농촌 인구가 북쪽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였으며, 광복 직후에 북한의 월남동포와 해외귀환동포가 남한으로 대규모 유입되면서 또 한 번의 주요한 인구이동이 나타난다. 이들은 주로 도시에 정착하면서 도시인구가 급격히 팽창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도시화와 인구집중
해방 이후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한국사회 인구문제의 중심축을 이루는데, 이 점은 표에 구체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도시인구비율을 통해 측정되는데, 도시인구비율은 총인구총조사인구 중에서 행정구역상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도시인구 비율은 1960년도에는 28% 정도였는데, 표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이촌향도가 심했던 1970년에 41%, 1975년에 48%로 절반에 육박할 정도에 이르렀으며, 1990년에는 75%로 인구 4명당 3명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주로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최근에는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도권은 서울과 인천, 수원, 성남, 의정부, 안양, 부천, 광명 등의 위성도시와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70㎞ 이내의 경기도 19개 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면적은 북한을 제외한 전국토의 11.8 %인 1만 1686㎞에 불과하지만, 현재 전 인구의 40%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이미 서울로의 전입보다 서울에서의 진출이 많은 역도시화 현상이 나타나 서울과 위성도시 간에 대도시권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로의 인구집중, 특히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은 도시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으며, 농촌뿐만 아니라 지방의 중소도시까지 정체되면서 국토 이용의 비효율화를 초래한다.
핵가족核家族시대(1980년대~)의 인구문제 … 성비 불균형
인구문제 중 1980년대 이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가 바로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이다.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의 수를 말하는 것인데, 이 성비가 1980년대 이후 높아지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 가족은 핵가족nuclear family,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이루어진 소가족이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았는데,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남아 선호사상이 이에 영향을 미치면서 성비 불균형이라는 인구문제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핵가족 형태와 남아 선호사상이 결합하게 되자 이전 시기와 달리 출산 이전에 태아의 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폭되었다. 결국 불법적인 태아성감별과 무분별한 임신중절이 급속도로 사회에 퍼지면서 성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셋째 아이 이상에서 불균형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향후 결혼 적령 인구의 성비 불균형으로 이어져 2010년에는 신랑감과 신부감의 성비가 123수준에 이르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인구문제 … 저출산·고령화
최근 들어 핵심적인 인구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저출산·고령화 문제이다. 2002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377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7.9%이며, 오는 2019년에는 14.4%에 달하여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2002년 현재 노년부양비는 11.1로 생산가능인구 9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지만 2019년에는 동비가 20.2로 늘어나 5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노인인구의 증가속도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것으로, 노인부양, 보건의료·복지 등 여러 문제들도 조만간 사회문제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견되므로, 다가올 고령화사회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
인구의 고령화는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이 광복 전에 남자 45세, 여자 49세에서 현재 남녀 모두 70세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출생률은 낮아져 노년층의 인구 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다. 인구의 고령화는 경제활동 인구의 상대적 감소를 초래하여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야기시키고 연금 지급과 의료비가 증가하여 사회적 부양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년인구 증가에 대비하여 노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여건과 일터를 개발함으로서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노인 복지 정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인구학
인구에 관한 종합적인 학문체계. 인구학은 출생·결혼·이동 및 사망에 관한 자료수집과 그것들의 통계적·수리적數理的인 인구현상의 분석방법 및 그 적용을 연구하는 좁은 뜻의 형식인구학形式人口學, 순수인구학과, 인구 변동의 생물학적·사회적·경제적·법적·역사적 결정요인 등 인구연구의 영역을 실체적·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실체인구학實體人口學, 인구연구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또, 인구현상 자체를 분석하는 인구분석과 인구변동의 결정요인과 결과를 연구하는 인구연구의 둘로 나누기도 한다. 인구학적 연구는 많은 전문영역과 관련되는 학제적 성격을 띠는데, 이것이 개개의 학문분야와 특별히 연관될 때 사회인구학, 경제인구학, 가족인구학, 고古인구학, 역사인구학 등으로 성립하게 된다.
2. 사회_저출산의 사회적 원인
인구가 일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부부 당 출산율이 2.1명이 되어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 부부 당 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 최하위라고 한다.
이처럼 저출산 실태가 매우 심각한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다.
사회적 원인이란
저출산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사회적 원인’이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사회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원인’이라는 분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현상과 사회적 요소 사이에 인과관계에 있을 때 사회적 요소를 사회적 원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저출산이라는 현상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소들은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원인이다.
대부분 사회적 원인은 경제적인 원인을 포함하지만 여기에서는 경제적 원인을 배제한 사회적 원인만 따져보기로 하자. 사회 현상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원인 가운데 경제적 원인을 제외한 요소에는 인구, 지리, 교육, 교통, 소비행태, 가치관, 과학기술, 환경, 생태, 행정제도, 법제도 등이 있다. 즉,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의 사회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요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요소가 다양한 만큼 저출산의 사회적 원인도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
산업화가 진행되면 도시에는 일자리가 늘어난다. 더불어 농촌은 생산기계의 도움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도시의 인구는 점점 팽창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시의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 증가에도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 증가의 정체 현상은 이미 많은 인구가 도시로 유입된 이후에 나타나므로 산업화 이후의 도시 환경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상태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상태에서는 국가 전체의 인구밀도보다 대도시의 인구밀도가 훨씬 높다. 이때 대부분의 도시 거주민은 출산연령층을 이룬다.
그런데 이렇게 산업화된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출산연령층의 출산 의욕을 감소시킨다. 이들은 도시의 주택, 일자리, 교통 등 제반 생존 여건이 포화 상태임을 피부로 느낀다. 이러한 상태에서 많은 자녀를 출산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연애의 탄생 연애는 근대의 발명품이다. 연애는 전근대적 사회에서 소수귀족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시가 발달하고 많은 남녀가 도시에서 쉽게 접촉할 기회를 얻었다. 이에 따라 도시에서는 낭만적 연애가 발생하였다. 과거의 결혼은 자녀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에는 성숙한 두 남녀의 낭만적 결합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연애를 거친 남녀의 결합은 과거와 같이 맹목적으로 아기의 탄생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현대 도시의 남녀에게 아기의 탄생은 연애의 목적이 아니라 자연스런 연애의 결과일 뿐이다. 이처럼 어느 나라든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낭만적 연애가 확산되고 출산율이 감소하였다.
아파트와 같이 획일화된 주거 형태
도시의 획일화된 주거 형태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주거의 수단이면서도 한편으로 투자의 수단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와 있고 마당이 없으며 노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주거 형태이다. 아파트는 소규모 핵가족에게 어울리는 주거 형태이고 도시의 출산연령층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따라서 출산연령층의 부부는 부모 세대와 함께 한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아이의 양육을 부모에게 맡기기 힘들다.
핵가족이라는 가족 구성이 아파트의 공급을 부추긴 측면도 있지만 아파트가 주요 투자수단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 투자의 대상인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은 일시적인 주거 형태라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성 취업의 증가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완화되면서 이전보다 여성취업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최근 성공한 미혼 여성를 가리키는 ‘골드 미스’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결혼 적령기가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여성의 사회참여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이어진다. 위의 두 가지 원인은 모두 출산율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결혼 적령기가 높아진다는 것은 출산가능 연령의 남녀가 독신으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또한 직장 여성은 직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출산을 꺼리게 된다.
이혼율의 증가
이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혼율이 증가한 것도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싱글맘과 싱글대디가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자녀의 출산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도 혈연을 중시하는 문화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재혼 배우자 간에 새로운 혈연 관계를 만드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새로운 상대를 만나기까지의 공백과 순수한 혈연 관계를 보존하려는 의식 때문에 이혼율도 낮은 출산율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보육의 어려움
도시의 부부들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반드시 알맞은 보육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육시설은 대부분 공공기관보다는 민간에서 운영된다. 또 공공기관이든 민간이든 유치원 교사가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체제가 드물다. 유아 교육이 아동의 인격 형성 등에 강한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등학교처럼 교육 기관이 아니라 사설학원과 비슷한 성격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이는 보육시설의 식품 위생이나 유아 폭력 등의 문제를 자주 동반한다. 이에 따라 부모들은 보육시설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자녀들을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을 기피한다. 이러한 현상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조장하고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주5일제 근무와 소득수준의 향상
주5일제와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고 출산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그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득과 여가 시간의 증가는 과거에는 가능성이 적어서 움츠러들어 있던 다양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아실현 측면에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가난해서 아기를 낳지 못하고, 한편에서는 부유하기 때문에 취미 활동과 자아실현을 위해서 출산을 기피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자아실현 출산에서 얻는 만족을 대신한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후대책의 변화
부모의 노후를 자녀에게 의존한다는 생각이 희박해진 것도 저출산의 원인이다.
각종 연금제도 등 노후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가 정비되면서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호적상 자식이 있는 노인은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에서 제외되는 등 일차적 책임은 자녀에게 있고 국가가 완전하게 노인의 생계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노후를 미리 준비하기만 한다면 각종 연금 가입등을 통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이런 제도들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자녀를 낳는다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출산관을 변화시켰다.
인터넷 가족의 등장
인터넷 시대에는 현실의 인간관계 외에 가상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들은 미니 홈피의 일촌맺기나 블로거 연대를 통해 인터넷 속에서 가족처럼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기도 한다. 취미나 기호가 같은 사람들끼리 인터넷에서 모인 디지몹Digital과 Mob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통해 형성된 사회집단은 팍팍한 사회생활에서 얻기 힘든 정서적 위안을 제공한다. 이렇게 인터넷에 기반한 모임은 동호회 집단의 울타리를 넘어 대체 가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통적 가족 형태에서는 아기의 출산이 필수 요소였지만 인터넷 가족은 출산의 거추장스러움이나 양육의 부담 없이 자녀가 주는 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아기가 없는 딩크족Dink 族이나 싱글족Single 族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족처럼 친밀하게 연결되면서 전통적 가족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출산에 대한 제도적·법적 인센티브의 미흡
인구가 국가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복지가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출산 가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보조는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
저출산을 부르는 사회적 원인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사회 요소들은 서로 상당히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격이 있다. 복합적으로 연결된 다른 원인에 비해 출산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의 제공은 가장 쉽게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조세와 공적 부조의 측면에서 출산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아직 미미해서 출산율의 증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시기적 요인 요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로 시기적 원인도 추정해 볼 수 있다. 현재 주요 출산연령층은 대학 입학이나 사회 진출의 시기에 IMF를 겪은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세대이다. 그들은 사회 진출시기에 극심한 경제적 빈곤을 체험했다. 사회 진출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은 세대는 많은 자녀를 갖는 것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경제 회복으로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언제 또다시 IMF와 같은 경제적 시련을 겪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보수적인 인생계획을 짤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인 인생계획이란 잠재적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 세대의 출산율은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자녀의 출산에는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저출산의 사회적 요인들을 유기적인 관계로 정리해 보자.
3. 문화_출산드라의 포교로 저출산의 시대가 끝날까?
차범근이 옳았다
“하나만 더 낳고 그만 둘 겁니다.” 월드컵 열풍으로 뜨거웠던 지난 해, 오래된 광고 사진 하나가 네티즌을 즐겁게 했다. 1970년대 말,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포츠 스타 차범근 선수 부부가 첫 딸 ‘하나’를 안고 산아제한 광고에 나선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순간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둘째인 날쌘돌이 ‘차두리’가 태어났구나.’ 하지만 바로 폭로가 이어졌다. “그들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아들, ‘세찌’가 태어나 멋있게 자라나고 있답니다.” 모두들 그 배신이 만들어낸 반전에 배꼽을 잡았겠지만, 이제 차범근 선수는 다시 어깨를 펴고 말할지 모르겠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야. 이제 셋은 낳아야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잖아.”
정부와 언론에서 연일 한국사회의 저출산 추세에 대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신문에 등장하는 수치들은 과연 그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2005년 우리나라의 경우 1.08명으로, 통계가 시작된 1970년4.53명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1.6명이나 미국2.04명, 영국1.74명, 일본1.29명 등에도 크게 못 미치고, 홍콩0.95명을 제외하면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06년 1.13명으로 조금 상향되었지만,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2.1명에는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저출산이 문제인가? 과다한 인구 증가 때문에 자원 고갈과 공해 등 수많은 문제들이 일어난다고 배웠는데, 두 주장은 서로 부딪히는 게 아닌가? 저출산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주로 국가 단위의 경제 정책에 있어서 일어날 여러 폐해들을 지적한다. 한 나라에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우선 산업 환경에서 노동력의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이어 내수의 감소를 가져온다. 거기에 더욱 복합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실제 평균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한 사회에서 고령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국사회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그 비율이 14% 이상이 되는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경제 활동을 떠나 연금을 통해 생활해야 하는 노인층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비해, 이를 지탱해줄 젊은 경제 인구의 숫자가 줄어들면 국가 전체가 크게 휘청하게 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차범근 선수의 가족으로 돌아가 보자. 불과 30년 전, 그러니까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 스타가 전면에 등장할 정도로 ‘아이를 낳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어찌하여 갑자기 ‘제발 아이 좀 낳아주십시오’라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최근 100년 간 인구문제에 대해 심하게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식의 현실과 그 대책으로 고심해왔다.
베이비 붐 세대, 그들은?
서구 선진국, 특히 유럽 지역의 출산율이 무척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문화 연구자들에게 ‘베이비 붐 세대’라는 말은 항상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 이들 나라들은 두 차례 세계 대전, 특히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커다란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인류사에서 전쟁과 큰 질병은 항상 대규모의 인구 축소를 가져왔고, 그 직후에는 경쟁하다시피 많은 수의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적인 생리였다. 20세기 서구의 전후 세대는 거의 베이비 붐 세대와 겹친다.
전쟁 직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청년이 되는 시점인 1960년대 말부터 이들 국가에서는 커다란 세대 간의 반목이 일어났다. 일본의 전공투 학생운동? 파리의 68혁명?, 미국의 히피?문화 등은 모두 비슷한 시기의 베이비 붐 세대들이 만들어낸 현상들이었다. 이들 전후 세대들은 전쟁을 통해 국가에 대해 높은 충성심을 가지게 된 부모 세대들과 커다란 생각의 차이를 가지게 되었고, 과도한 인구 증가로 인한 실업 문제와 빈부 격차에 시름해야 했다. 획일화된 집단 교육에 반항하며 사상적으로는 개인주의, 정치적으로는 무정부주의에 이끌리게 된다.
미국에서는 히피들의 자유로운 성 개방 추세로 ‘플라워 베이비’라는 약간의 출산 붐이 일어나지만, 1980년대 들어 이들이 여피?로 바뀌면서는 계획 없는 출산보다는 아예 아이 없는 부부 생활이 낫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당시 언론은 딩크?라는 용어로 이들을 설명했다. 주로 고소득의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득과 시간을 두 사람의 생활에만 투자하며 여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생활을 뜻한다. 최근에는 입양이 아니면 아이를 얻기 어려운 동성애 커플들도 여기에 포함하고 있다. 부부는 아이를 출산, 양육,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런데 그 돈을 자신들의 삶에만 투자한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겠는가? 이들이 아이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쏟아 붓는 높은 구매력을 핑크 달러Pink Dollar라고도 한다.
보수층에서는 이들을 두고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귀결이라며 그 무책임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들은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모든 건전한 시민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윤리관을 거부한다. “국가 체제를 위해 시민을 양성하거나,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절대 선이라는 주장은 고루하다. 이미 태어난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자세다.” 그러나 저출산율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딩크족이라는 자체가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다.
다산이 가져오는 미래, 그때 그때 달라요
한국사회에서 출산에 대한 시각의 변화는 더욱 급격하게 요동쳤다. 서구로서는 2차 대전의 종결이 우리에겐 해방의 시간이었고, ‘해방둥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아이들에 대한 기대를 높은 출산으로 표현했다. 이어 벌어진 한국전쟁이 또 한 번의 파국을 가져왔고, 전쟁 후에는 더욱 열정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이 벌어진다. 1950년대 초반의 신문을 보면 ‘열두 남매를 곱게 양육’이나 ‘버스 안에서 순산’처럼 다산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전쟁을 통해 남으로 내려온 북한 실향민들도 인구 증가에 기여했다.
다산이 가져다주는 축복된 미래에 대한 기대는 머지않아 일그러졌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인구 급증에 대한 경고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1958년 보건사회부 부녀국의 열띤 주장을 반영해 쓰인 어느 신문 칼럼에는 ‘아이를 많이 낳으니까 윤락 여성도 생기고 깡패도 생기는 것이니’ 같은 문구가 등장할 정도다. 이러한 산아 제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까지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했고, 다시 2000년을 전후로 급속한 출산율 저하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출산, 왜 원치 않을까
한국사회의 급속한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둘러싼 여러 분석이 있지만, 1997년 외환 위기가 분수령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갑작스런 경기 침체를 통해 고용 불안과 파산의 위험을 깨달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미래에 아이들을 내던지길 꺼려하게 된 것이다. 보건 사회 연구원의 1997년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10명 중 7명이 ‘출산은 필수’라고 응답했는데, 2000년에는 58%, 2005년에는 23%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결혼이 늦어지게 되고 결혼 이후에도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출산을 늦추고 있다. 더불어 여성들의 경우 불평등한 가사 노동의 현실과 겹쳐져 육아와 취업을 병행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높은 사교육비 등 육아와 교육이 요구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조금 더 기다리자.”, “있는 애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생각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정부는 출산 장려금, 육아 휴직, 세 자녀 이상 가족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경제적 유인책만으로는 그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특히 여성계는 “어쨌든 여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현모양처 겸 커리어우먼이 되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고 말한다. 결혼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이혼율이 높아지는 세태 역시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면 부부가 헤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이혼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인도인데, 기혼 여성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제 출산율이 회복된 나라들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들 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보조하는 출산 장려 정책과 더불어, 여성이 취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민, 입양 등에 대한 열린 생각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핏줄에 대한 집착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 입양, 혼혈, 이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만연해 있다. 이미 출산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계 이주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2세, 코시안?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 역시 큰 문제다.
‘축복받은 출산드라’를 원하는 세상
요즘 우리 드라마를 보면 대가족이 없다. 「커피 프린스 1호점」처럼 편모, 혹은 편부 가정이 더욱 자주 등장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스타 개런티가 너무 높아 중견 탤런트들을 들러리삼아 한두 명만 쓰는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대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TV에서도 셋 이상 아이를 낳아 떠들썩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장면을 만나지 못하니, 자신의 팍팍한 삶속에서 다산의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에서는 최근 기묘한 베이비 붐이 불고 있다. 우리 TV코미디의 출산드라와는 정반대 모습의 ‘축복받은 출산드라’ 들이 나타났다. 과거 여성 스타들은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부터는 매력의 일선에서 벗어나 중년 연기자가 되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아름다운 젊음을 드러내는 게 더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데미 무어가 임신한 몸을 과감히 드러내며, ‘여성에게는 출산이 무엇보다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공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캐서린 제타존스, 브룩 쉴즈 등은 결혼과 출산을 통해 안정적인 행복의 롤 모델이 되었고, 리즈 위더스푼 등은 ‘젊은 엄마’가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지를 과시하고 있다. 제3세계의 여러 아이들을 입양하며 진짜 코스모폴리탄적인 대가족을 이루는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니콜 키드먼, 미셸 파이퍼, 줄리아 로버츠 등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출산드라가 “다산은 곧 뚱뚱한 몸매이며 여자로서의 매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방정식을 외치는 상황과는 무언가 다른 문화적 태도가 필요하다.
여피Yuppie:Young Urban Professional
여피란 젊은young, 도시화urban, 전문직professional의 세 머리글자를 딴 ‘YUP’에서 나온 말이다. 여피는 너나없이 베이비붐으로 태어나 가난을 모르고 자란 뒤,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면서 어떤 전문직에 종사하여 높은 수입을 보장받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태도, 가치관 등에는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물론, 같은 세대에 속한 다른 젊은이들과도 다르다. 우선 이들은 개인의 취향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며, 매사에 성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다. 또 모든 행동거지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으며, 대인관계에서는 부족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깨끗하고 세련된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
여피족 이후에 나온 것으로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의 생활양식·가치관을 대변하는 용어. 딩크족은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은 맞벌이부부 로 넓고 깊은 사회적 관심과 국제 감각을 지니고 상대방의 자유와 자립 을 존중하며 일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한다. 딩크족에 대해서는 남녀자립의 완전한 달성, 즉 이상의 실현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는 반면 과도한 물질성과 노후의 참담한 심리상태를 예상하여 문명병으로 보는 견해, 또는 종으로서의 인간의 부정이라고 보는 주장 등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
코시안Kosian
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또는 아시아 이주노동자의 자녀를 일컫는 말. 1996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의 합성어이다. 코시안은 보통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 2세,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노동자의 자녀를 가리키며, 넓게는 코시안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족과 다문화 가정이 모여 사는 지역까지도 포함한다. 원래는 국제결혼 자녀와 이주 아동들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말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인과 구별짓는 또 다른 차별적 용어로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저출산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 가족·여성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의 문제를 이겨낸 고출산 국가들은 저출산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원을 출산·보육환경 개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부의 정책·투자와 함께 저출산에 대한 문화적 인식변화를 이뤄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4. 경제_줄어드는 인구, 축소하는 경제
저출산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체 인구 중 저연령 비경제활동 인구의 비중이 작아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출산은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 상승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코호트cohort, 특정한 기간에 태어나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의 집단과 같이 통계상의 인자(因子)를 공유하는 집단의 이동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를 감소시키기도, 생산 인구의 노령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는 궁극적으로 총인구의 감소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의 척도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가임기간15~49세에 있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다. 그런데 이는 각 연도의 연령별 출산율age specific fertility rate의 평균으로 계산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1970년도에만 해도 4.53명 정도의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1980년에는 2.83명, 1990년에는 1.59명, 2002년 현재 1.17명, 2004년 1.16명, 2005년 1.0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만든 저출산, 경제위축 낳는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더불어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소비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도 당연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급격한 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마이너스의 성장률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인구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들 나라에는 경제성장, 노동시장, 소비 등의 트렌드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인구증가율의 둔화와 함께 경제 성장세가 하락했으며 제조업과 건설 산업의 비중이 하락 경향을 나타냈다. 또한 투자율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인구정체 시대 초기에는 생산연령 인구비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고소득·고저축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결혼 기피, 인구 정체 및 고령화와 함께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비중이 하락하고 교양 및 오락비 비중이 확대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시대는 어떻게 진행될까?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향후 10년 정도는 저출산으로 인해 유소년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생산연령 인구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1인당 소득을 증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소득의 상승과 함께 고저축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경상수지 흑자구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결과, 원화 환율이 안정 혹은 절상 추세를 보여 일본, 독일 등의 경우와 같이 달러화 기준으로 본 1인당 소득이 더욱 상승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생산 인구 비중이 더 떨어질 것이고, 2017년부터는 생산 인구 자체의 감소로 인해 저출산의 악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단기간에 걸쳐 급속하게 이룩한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맞물려 있다.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가치관의 변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요인이 출산율의 하락 속도를 이렇게나 빠르게 만든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경제사정 때문에… 당분간 결혼은 NO!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인생을 ‘7’이라는 숫자로 풀이하고, 음양이론에 따라 7년을 주기로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세 번째 단계가 바로 결혼 적령기”라고 말한다. 즉, 여자 나이 7살은 젖니에서 영구치로 이를 갈며 머리털이 자라는 첫 단계, 14살은 여성상의 상징인 월경을 시작하는 나이로 구분한다. 그리고 그 세 번째 단계인 21세부터를 임신과 출산의 적령기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이론에 따르면 ‘21세에서 28세 사이’, 이왕이면 21세에 가까운 나이가 ‘여자 몸이 원하는 결혼 적령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의 여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여성들의 초혼 평균 연령이 2005년 28.6세로, 2000년에 비해 1.3세 높아졌다고 한다. 혼인 건수도 2005년 7만1,000건으로 전국 31만6,000건의 22.5%를 차지했으며, 이는 2000년에 비해 9.5% 감소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합계출산율은 15∼49세의 가임기간 여성들의 평균적인 출산율의 합계로 계산되는데, 이 같은 초혼연령의 상승은 가임기간 여성의 출산가능 기간을 감소시킴으로써 출산율 하락에 기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최근 수년 사이에 초혼연령이 급속하게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월 18일 방송된 ‘MBC 스페셜 한일공동기획특집’ 「싱글이라도 괜찮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싱글여성 각 500명, 총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이 과연 선택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 여성의 62%, 일본 여성의 55.4%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해,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등 가치관의 변화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로는 최근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최근 어느 결혼정보회사가 30세 이상의 미혼남녀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녀모두 결혼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일 때문”이라고 하였으며, “결혼자금 부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결혼하면 가장 걱정되는 점이 남성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부담감”, 여성의 경우에는 “사회생활의 어려움”, “자녀양육” 등으로 조사되었다. 즉, 경제적인 요인들이 결혼을 미룬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결과가 시사하듯 최근 초혼연령의 상승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비정규직의 증대 등으로 대변되는 고용환경의 불안정성 증대 등으로 결혼적령기 연령층의 경제사정이 악화된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육아의 사회화가 해결의 단초
저출산의 위기를 이겨낸 주요국들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주로 육아育兒의 사회화, 육아 비용 보조, 여성의 취업과 육아 양립 환경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는 탁아소 시설을 이용해 육아育兒의 사회화를 강조하여 출산율의 회복에 어느 정도 성공해, 이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일본, 독일보다 효과적으로 위기를 이겨냈다고 한다. 열악한 보육환경이 출산율 하락에 기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 증대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70년의 77.9%에서 약간의 등락을 거치면서 다소 하락하여 2003년에는 74.6%를 기록했다. 반면 여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70년의 39.3%에서 2003년의 48.9%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로 인한 출산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여성이 경제활동과 출산 및 육아를 양립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제도, 직장 내 탁아소 등의 다양한 보육시설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는 출산율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징은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OECD 30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평균은 60.1%2004년 기준이다. 그런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54.1%로 27위 수준이다. 또한 OECD 국가의 대졸 이상 여성 고학력자의 경제활동참가율 평균이 82%인데, 우리나라는 59.1%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위의 결과를 통해 볼 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두드러지게 낮아지는 현상은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출산 및 육아와 경제활동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선진국 벤치마킹하기
양육과 가사노동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여성의 출산을 저하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된다. 현재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출산율 하락에 양육 부담까지 더해져 출산기피 현상을 더욱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사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양육비는 132만 원으로 1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 234만 원의 56.6%를 차지한다고 하니, 아이를 낳아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서구 선진국들은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분담과 개별 가정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보편적 아동수당 또는 가족수당제도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합의된 바, 우리 정부는 당정 간 아동수당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했으며, 복지부는 1~2년 내에 이를 실행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아동수당제와 관련,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상당한 재정이 소요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동수당을 만 5세 이하 취학 전 모든 아동에 매월 10만 원씩 준다면 연간 1조 원 이상, 둘째아이부터 10만 원을 주면 연 5,000억 원 가량을 쏟아 부어야 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생활수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양육에 있어서도 계층간 격차가 심해지는 것도 또 다른 문제로 제기된다. 부모의 소득계층과는 상관없이 모든 아동이 형평성 있는 발달기회를 갖도록 정책을 수행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OECD의 주요 국가들은 자녀에 대한 간접비용을 분산시키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간접비용이란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얻어지는 부모의 소득 감소를 말한다. 출산으로 인해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 자녀 양육으로 인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경우, 출산으로 인해 경력 성공 가능성이 감소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모든 OECD 국가들은 이렇게 자녀를 출산할 경우, 가정에 발생하는 부모의 소득 감소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아동수당을 제공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있으며, 자녀가 있는 가정에 세금을 공제해주기도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 질이 높고 가격은 적절한 아동 보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이고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 예로 스웨덴은 GDP의 0.3%를 보육시설에 투자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3세부터 유아교육기관에서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
이처럼 저출산에 따른 인구규모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 그 자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몇 년은 1인당 소득이 향상되고 저축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구감소 시대에 대비할 시간이 있다. 개인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이를 확대하여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및 근로소득의 둔화에 대응하는 씨앗을 마련해야 하겠다. 앞서 말했다시피 인구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해당 국가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물론 그 변화가 국가에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우리나라 역시 이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1인당 소득의 유지 및 향상을 통해 생활수준 자체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구관련 정책은 다른 경제 및 사회정책들에 비해 정책의 시차time lag가 유난히 길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저출산의 위기에서 얼른 빠져나와야 할 것이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경제적으로 접근해보고 그 해결책을 생각해보자.
5. 저출산·고령화,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가 실시해 온 인구계획에 대한 표어를 살펴보자.
1960년 | 가족계획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70년 |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 ~ 90년 |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2000년 | 엄마젖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입니다.
2004년 |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1960년에 산아제한정책을 폈다. 그 정책은 1990년대까지 이어져 현재 자녀수가 두 명이상 되는 가정을 보기 힘들다. 요즘은 지나가다가 자녀수가 세 명 이상 되는 가정을 보면 한 번 더 뒤돌아보게 되는 게 우리들 모습이다. 그러나 산아제한정책을 편지 불과 40년 만에 다시 출산장려정책으로 바뀌게 되었다. 출산장려정책과 더불어 이제는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현상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 예방책을 마련하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1970~80년대부터 저출산에 대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08명이 된 지금에서야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고 있다.
중국의 ‘한 자녀 낳기 운동’의 문제점 대두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중국은 1980년대부터 ‘한 자녀 낳기 운동’을 실시하였다. 이 운동을 실시함으로 중국은 양적인 인구 증가 억제에 성공하게 됐으며 한 가정에 들어가는 자녀 양육비를 상당히 줄이게 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피어오르는 질적인 부분의 문제점 때문에 중국은 요즘 슬슬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한 자녀 낳기 운동’을 통하여 인구 증가를 억제하고 가정의 자녀 양육비를 줄일 수 있게 하였으며 가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되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이득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자발적 방식으로 산아제한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양적인 성과와 더불어 질적인 부작용들이 새록새록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질적인 부작용들에 대해 내심 두려워하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평균수명의 연장에서 오는 노령인구의 증가에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결합된 문제점들 인구 학자 폴 월리스는 고령화 사회가 세계 경제에 줄 충격을 지진에 비유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경에는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데 그 강도가 리히터 규모 9.0이 될 것이다
- 대전일보, ‘급속한 고령화 사회 발 빠르게 준비해야 세계와 경쟁’에서
중국 및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세계 각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이 양대 산맥이 향후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면서 이들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숙지하여 부지런히 미래를 대비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생산인구의 감소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중국이 산아제한정책을 완화한 것은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구는 1998년 12억4,8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16억 명이 되는데, 이는 출산율 덕분이 아니라 평균수명의 증가 때문이다. 2025년 평균수명이 75세가 되면 5세 이하의 어린이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은 250명이 된다.
- 차이나인 코리아, ‘중국의 산아제한 28년의 성과’에서
2025년이 되면 중국은 어린이 수보다 노인의 수가 더 많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생산인구보다 부양인구가 더 많아지게 되며 특히 중국이 ‘한 자녀 낳기 운동’을 했을 때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부양할 가족이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100년이 되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 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점점 줄어드는 재학생수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생산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노동력이 부족하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중장기2005년~2020년인력수급전망’자료를 보면 앞으로 출산율이 1.2명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2010년부터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35%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생산인구의 감소는 부양인구를 증가시키고 이것은 다시 노동인구의 부족으로 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온다. 특히 노동력의 부족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내수시장을 축소시켜 내수기반을 흔들리게 만든다. 앞으로 45~50년 후에는 성장잠재력이 정체될 뿐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노인 부양문제
저출산과 고령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부양문제이다. 역 앞이나 공원에 있다 보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노인도 보게 된다. 과거 뉴스에서는 자녀에게 버림받아 다른 지방으로 부모를 보낸 신고려장이 등장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혼자 힘으로 노부모를 감당하기 어려워 함께 자살을 시도한 극단적인 예도 보게 된다. 이 모두 부양문제를 감당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개인적, 사회적 불효들이다.
현대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점점 연장되고 고칠 수 있는 질병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100살 시대를 30대부터 준비하라는 말이 나돌겠는가? 여하튼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년퇴임 이후의 기나 긴 몇 십 년은 자식에게 의존해야 한다. 설령 모아둔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50년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치매나 중풍 등의 질병으로 인한 의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앞으로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서 현재는 열 명의 젊은이가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지만 2050년엔 일곱 명이 한 명을 부양해야 하고 2100년에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수명은 날로 연장되어가지만 부양할 수 있는 생산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으로 노후보장이었던 효孝문화가 퇴색되어 노인 부양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의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령자들로 인한 국가 재정의 부담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생산인구의 감소는 부양문제와 더불어 또 다른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것은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노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국가재정이 고령자들의 삶을 유지하는데 많이 들어간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생활보호대상자가 늘어나면서 국가재정은 더욱 바닥이 나게 된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연구개발부장은 “국민연금의 미적립 연금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3% 수준인데 현 급여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2070년에는 160%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미적립 연금부채란 가입자들에게 줄 연금책임준비금과 실제 적립된 금액간의 차이로 2070년이 되면 한 해 온전히 번 돈을 다 쏟아 부어도 연금가입자들에게 연금을 다 못주게 된다는 얘기다.
- 한국경제신문, ‘저출산 함께 풀어갑시다’에서
이렇게 되면 젊은층은 생산 활동을 하면서 연금을 부었지만 자신이 정작 연금을 받아야 할 때는 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연금의 고갈과 같은 이러한 현상은 노년층이 증가할수록 증가하여 부양해야 할 노인 수만큼 1인 조세부담의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불러온다.
국민의 1인 조세부담 증가
2100년에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전망과 함께 해가 더해갈수록 개인에게 부과되는 조세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의료보험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처럼 국가재정도 점점 빈약해지면 개인에게 부과되는 조세의 양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벌어들이는 대부분의 돈을 자녀 양육비와 노인 부양에 쏟게 되고 저축이나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육지원, 출산장려금, 교육비 공제, 노인 수발 및 생계비 지원 등 각종 혜택이 늘어날수록 개인이 부담해야 되는 세금은 양은 늘어날 것이다. 복지혜택이 늘어날수록 세금이 올라가는 것은 명실 공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야기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생산 활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늘어난 노년층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감당하지 못해 조세부담의 형평성에 대한 세대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세대와 세대 간의 갈등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따라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노년층이 증가하면 생산인구에게 부과되는 조세의 부담이나 노인 부양의 부담이 늘어난다. 이것은 2020년에는 다섯명이 한 명을, 2040년에는 불과 두 명이 한 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2100년에는 한 명이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통계자료를 보고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 인구에게만 과중한 부담을 안겨주어 세대 간의 갈등을 가속화 시킨다.
A의 부모님은 환갑이 넘었으나 모아둔 재산도 없고 사회에 나가서 할 일도 별로 없다. A는 수입은 있지만 자기계발과 저축,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싶어 한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까지 계속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가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쪽에 들기도 한다.
이것은 A의 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재산이 충분히 많지 않았다면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런 문제들이 심화되면 세대 간의 갈등에 놓이기도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정년퇴임 이후에 직업을 갖는 노년층으로 인해 세대갈등을 겪기도 한다. 요즘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력서에 나이를 제시하지 않는 추세이다. 직업중에는 ‘나이차별 금지조항’이 있는 직업도 있다. 실례로 교사의 경우 교원임용고사를 볼 수 있는 나이 제한이 사라진지도 몇 년이 지났다. 이력서나 소개서에 생년월일을 적는 칸이 없어져서 나이가 전혀 영향을 주지 않거나 나이에 따라 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직업을 구할 때 나이로 인한 차별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노인층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실업 중에 있는 청년들은 자신이 들어갈 일자리를 잃게 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 시험을 통해서 들어가는 직업의 경우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년퇴임 이후에 시험에 합격해 젊은이들과 함께 신입사원이 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에도 젊은 층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노년층간의 세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노인 소외의 심각성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효孝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서 어른을 공경하고 모시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핵가족제도가 도입되면서 효문화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부모가 어린 자녀를 돌보고 키우며 장성한 자녀가 늙은 부모를 부양하던 당연한 사고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기를 꺼려하고 시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이혼율이 증가하기도 한다. 지금의 60세 안팎의 세대들의 경우 자신들은 부모를 정성껏 모시고 살았으나 지금 젊은 층에게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노인의 지위가 하락했다는 말이며 노인에 대한 실질적인 부양의 책임이 약화되었다는 말이다. 또한 지혜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노인층이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상실하여 가정의 천덕꾸러기로 보이기도 한다. 대가족 사회에서는 가장 존경받고 대접받았던 세대가 핵가족화의 부부중심 사회에서는 주변인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로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거나 발언권이 약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노년기층은 자신의 역할을 상실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과거 대가족사회에서 누렸던 축복의 시간들을 보내지 못하고 소외와 외로움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년층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노인의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1위로 조사 됐다. 지난 2004년 자살자는 1만3293명으로 연령별 인구 대비 자살률은 60대 이상이 가장 높았다.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자살하고 30~40%의 노인이 자살을 생각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회 전체의 대책 마련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은 서로 맞물려 있다. 저출산으로 고령화 문제가 더욱 붉어지게 된 것처럼 두 양대 산맥에서 나오는 문제들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생산인구가 감소하여 부양해야 할 인원이 많아지게 된 것이며 이것은 또 다시 국가 재정의 고갈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또한 많은 부양 인원으로 국민 연금이 바닥나기도 하고 1인 조세부담이 증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조세부담의 형평성에 대해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좁은 취업문에 노년층까지 끼어들어 더욱 좁아진 취업문으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 야기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이제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할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이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노령화 현상에 대해 노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 그렇지 않아도 사회 속에서 지위가 약해진 노년층을 더욱 외롭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과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짙어진 노령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국가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양한 관심과 노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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