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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의 정의론

김욱진 2010. 5. 23. 09:19

롤스의 정의론

대구제일고 교사 김욱진

 

(가) ‘개인이나 집단 간에 차별이 없는 상태’, 이 말은 사전에 나오는 평등(equality)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평등이라고 하면, 1789년 프랑스 국민의회가 발표한 인권선언이 먼저 떠오릅니다. 프랑스 인권선언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프랑스 혁명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구절은 평등사상의 요체입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이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모릅니다.

만민평등을 선언하는 이 사상은 원래 기독교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인간은 신의 형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존귀한 존재로서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왕이라고 해서, 귀족이라고 해서, 평민과 다르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고려시대 노비였던 만적이 난을 일으키면서 내걸었던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느냐?”하고 외쳤던 말과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똑같기 때문에 똑같은 방식으로 취급받아야 하는데, 우선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똑같지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은 작습니다. 어떤 사람은 100미터를 10초에 뛰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20초가 걸립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삶의 조건도 전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필요하면 고액 과외를 할 수 있고 방학 때면 마음대로 스키도 즐길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도시락을 준비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도 있었는데, 요즘은 돈 없으면 공부도 못 하는 세상입니다.

이와 같이 인간은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에서 저마다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차별이 없이 동등하게 취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평등의 이념은 물 건너갔습니까. 아닙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롤스(Rawls, John, 1921~2002)는 바로 이 문제를 가지고 평생을 씨름하였습니다. 그는『정의론』에서 하나의 원칙을 세웁니다. 현실 사회에서 불평등이 어쩔 수 없다면, 그 불평등은 누구나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정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the least advantaged)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전제가 충족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을 세웁니다.

‘최소수혜자의 이익 극대화의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차등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령 어떤 사회에 갑과 을이 있고 을은 갑보다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래서 갑이 을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는다고 합시다. 이 때 갑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을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경우에만 허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평등이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 곧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이 원칙은, 복지국가 건설에 강력한 이론적 바탕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롤스와 함께,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이 빚어낸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가 봅시다.

(나) 거대이론으로의 복귀로 상징되는 롤스(John Rawls, 1921~2002)의 『정의론』(1971)은 밀(John Stward Mill, 1806~1873)의 『공리주의』와 『자유론』, 그리고 시즈위크(H. Sidgwick, 1830~1900)의 『윤리학의 방법론』등의 저작들과 어깨를 겨루는 20세기의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도덕적 규범의 제시를 통하여, 그 동안 자기 정체성의 위기에 처해 있었던 자유주의를 사회정의라는 기치 아래서 회생시키고자 했던 롤스의 원대하고 야심 찬 계획이 어느 정도 주효(奏效)했다는 점이다. 롤스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함에 있어 미국 사회에 현실적으로 누적된 도덕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사회계약론적 방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래서 롤스는 자신의 목적이 로크(John Locke, 1632~1704), 루소(Jean Jaque Rousseau, 1712~1778), 그리고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에서 찾아지는 사회계약의 이론을 고도로 추상화하여 일반화된 정의관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다) 질서 정연한 사회는 정의의 여건들 아래서 존속되는 사회다. 질서 정연한 사회는 정의관이 존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의 기본구조를 규제하는 정의의 원칙을 선택하려면 그것의 공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어떤 절차적 제약조건들이 필요하게 된다. 롤스는 이것들을 총칭하여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이라고 부른다. 원초적 상황은 이른바 사회계약론의 ‘자연 상태’에 해당하며,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과 도덕적으로 동등한 개인들이 계약 당사자가 되어 정의의 원칙을 선택하는 최초의 상황이다.

원초적 상황을 구성하는 기본 축은 무지의 베일과 상호무관심이다. 무지의 베일이란 계약 당사자들이 자기의 사회적 지위나 계층, 천부적 자질, 가치관, 자기 심리의 특징, 자기가 속한 세대 등을 모르게 함으로써 어떤 특수한 우연성의 결과들을 무효화시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또한 상호 무관심이란 계약 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해 아무런 시기심이나 동정심 없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를 의미한다. 즉 무지의 베일과 상호무관심은 계약 당사자들이 정의로운 사회의 원칙에 대해 만장일치의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가능 조건이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원초적 상황 속에서의 계약 당사자들이 인간과 사회 일반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비록 자신의 구체적 조건이나 상대방의 구체적 조건에 대해서는 무지하나, 권리와 자유, 기회와 권한, 소득과 부, 자존감 등의 사회적 기본가치에 관한 욕구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질투심에 좌우되지 않는 합리적인 인간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각각의 대안들이 자신에게 초래할 최악의 결과 가운데서 가장 다행스러운 것을 선택할 터인데, 이를 롤스는 최악최선의 원칙이라 명명한다.

(라) 롤스는 원초적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들이 선택하리라고 기대되는 정의의 원칙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제시한다.

제1원칙 평등의 원칙 :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한에서 가장 광범한 자유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제2원칙 차등의 원칙(불평등의 원칙) : 만약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다음의 두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있다.

(a) 최소수혜자의 최대 이익의 원칙 : 만약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뿐더러, 특히 최소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되고,(즉 최소수혜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고)

(b)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 : 더욱이 사회적·경제적으로 특권이 되는 모든 지위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열려 있다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있다.

제1원칙은 평등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각 개인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체계의 권리와 자유를 갖는다. 이러한 권리와 자유에는 민주적 권리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첫 번째 원칙은 절대적이며, 또한 두 번째 원칙을 위해서조차 결코 위반될 수 없다. 그런데 각 개인에게 기본적 자유가 동등하게 보장된다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불가피하므로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따라서 롤스는 차등의 원칙을 제2원칙으로 제시한다.

차등의 원칙을 구성하는 첫 번째 원칙은 최소수혜자 이익 최대화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그것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특히 사회의 최소수혜자(最小受惠者)에게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정당화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점원보다 더 많은 벌이를 한다는 사실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의사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겪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면 아무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한에서만, 정당화된다. 의사의 높은 봉급은 단지 그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점원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도움이 된다. 그로 인해 점원도 의료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정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의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며, 그들을 모두 더 잘 살게 만들어 준다.

차등의 원칙을 구성하는 두 번째 원칙은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이다. 아무리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최대화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한들,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기본적 식생활이 충족되어도 인간은 여전히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자신의 지위 향상을 도모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라면 사회적·경제적으로 특권이 되는 모든 지위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즉 누구나 노력하면 자기가 원하는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이다.

(마) 법칙론적 윤리학의 맹점은 도덕법 상호간에 서열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칙론자들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경직성을 보이는 까닭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롤스는 제(諸) 원칙 간의 서열을 규정한다. 첫째, 제1원칙은 제2원칙에 우선한다. 둘째, 제2원칙 가운데서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은 최소수혜자 이익 극대화의 원칙에 우선한다. 서열상으로는 2-1원칙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제1원칙 및 2-2원칙이 자유주의의 기본적 원칙임을 감안한다면, 내용상으로는 2-1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논제 1] 위 제시문은 롤스의 사회정의론이다. 제시문 (라)에 근거한 실제 사례를 들어 롤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요약 설명해보시오(300-400자 내외).

➲ 위 논제는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 및 분석력과 아울러 실제 적용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제시문 내용의 명확한 이해와 더불어 논리적 서술이 요구된다. 우선 논제 파악의 명확성과 그 논제에 적합한 사례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또한 요구하는 분량 내에서 요약 정리할 수 있는지가 평가된다.

(논제1 분석)

위 제시문은 롤스의 ‘사회정의론’이다. 롤스는 효율성만을 강조한 공리주의자들의 입장을 비판하고,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 사회계약론적 관점에서 평등 원칙과 차등 원칙의 조화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적합한 사례를 들어야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추첨에 의해 5억 원을 받게 됐다고 할 때, 공정한 절차만 지켰다면 어느 누구도 그 결과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케이크를 나눈 사람이 마지막에 자기 조각을 가져가는 것이나, 더 큰 케이크를 갖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하는 행위 등도 그러하다. 여기서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관은 곧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논제 2]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 롤스가 주장하는 정의 원칙들이 제도적으로 채택될 경우, 현실적으로 좋은 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롤스의 주장을 비판해보라(1,000자 내외).

➲ 위 논제는

사회 정의에 관한 롤스의 이론을 실제 사회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 물음은 우리 사회에 심한 양극화 현상의 극복 방안을 롤스의 이론을 통해 모색해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수험생은 롤스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득력 있는 사례를 제시해야 하며, 아울러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그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논제2 분석)

자본주의 사회는 대체로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극심한 빈부격차의 원인은 효율성에 입각한 지나친 시장 논리와 사회구조적 부조리에 기인한다. 이에,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를 강조하는 롤스의 이론을 우리 사회 현실에 직접 적용해본다. 그가 주장하는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두 원칙 즉,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의 원칙과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을 충족시켜주는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 방안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의 롤스 주장에 대한 비판은 그가 전제하고 있는 원초적 상황의 조건인 무지의 베일과 상호무관심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성 여부, 그리고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제시문 분석

위 제시문은 존 롤스의 ‘사회정의론’이다.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오늘날 대다수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롤스의 정의 원칙은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제시문 (가)에서는 평등의 유래와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엄연히 불평등의 연속이다. 롤스는 그러한 불평등이 누구나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정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시문 (나)에서 롤스는 자신의 사회정의론 즉, 자유와 평등의 조화에 기초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사회계약론적 관점에서 찾고 있음을 밝히고, 제시문 (다)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사회정의 실현의 대전제로 사회계약론의 ‘자연 상태’에 해당하는 ‘원초적 상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용한다.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기본 축으로 무지의 베일과 상호무관심이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롤스는 `원초적 상태(原初的 狀態)`라는 가설적 상황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도덕적 인격자들이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을 전원 일치로 합의를 도출해낸다고 보았다. 이 주장이 바로 제시문 (라)에서 설명하고 있는 롤스의 정의 원칙의 핵심이다. 첫째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이며, 둘째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 계층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와 공정한 기회가 보장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차등의 원칙`과 `기회 균등의 원칙`이다. 여기서 롤스가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를 허용하는 사회의 정의를 주장할 때 내세우는 정의는 '절차적 정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롤스가 말한 제 1원칙(평등의 원칙)과 2-2원칙(기회균등의 원칙)은 효율성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성격을, 2-1원칙(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의 원칙)은 형평성에 근거한 사회주의적 성격을 띤다. 원칙의 서열을 밝힌 제시문 (마)에서 알 수 있듯이 롤스는 후자를 더 중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롤스의 정의 원칙은 자유와 평등 즉,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에서 찾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논제1 예시답안

롤스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합리적으로 제시한다. 가령, 여기에 케이크가 하나 있다. 다섯 사람이 공평하게 나누어 먹으려고 할 경우, 이 중 어느 한 사람에게 케이크를 다섯 조각으로 나누게 한 다음, 다른 네 사람들이 먼저 케이크 한 조각씩을 가져가고, 케이크를 자른 사람은 남은 한 조각을 갖는다. 여기서 케이크를 자르고 선택하는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된 점은 롤스의 1원칙에 해당된다. 최소 수혜자인 네 명에게 먼저 선택 기회를 주고, 케이크 자른 사람은 마지막 것을 선택한 점은 롤스의 2원칙인 차등 원칙과 기회균등 원칙에 적용된다. 따라서 분배 절차와 방법이 합리적이기에 그 누구도 불평이 없을 것이다. 이에 배분 방식에 대한 다섯 명의 합의는 롤스의 정의 원칙인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에 근거하고 있다.

논제2 예시답안

자본주의 사회가 풀어야 할 숙명적 과제 중 하나가 빈부격차 문제다. 빈부격차는 효율성만을 강조한 지나친 시장 논리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빈부격차가 극심한 현실에, 롤스의 정의 원칙이 채택된다면,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평등주의의 좋은 점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만약 각 개인의 자유만을 인정한다면 소년 소녀 가장이나 불우한 처지에 놓인 노인과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 문제를 소홀히 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를 강조하는 롤스의 주장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들의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커다란 단점인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왜냐하면 롤스의 사회정의론은 기본적으로 '최소 수혜자의 최대 행복'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롤스의 정의관은 자유주의적 이념과 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장 체계적이고 정합적으로 통합시킨 이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비판의 여지가 많다. 롤스의 정의관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사회 실재론적 입장에 치우쳐 있다. 다시 말해, 사회계약론적 관점에서 사회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찾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노동 산물을 점유할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개체성을 중요하게 보지 못한 결과다. 따라서 롤스의 주장은 일시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노동의지 및 투자의욕의 상실로 인해 사회 전반이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악을 끼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 즉 사회적 최다 수혜자들이 롤스식의 정의관을 거부할 수도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최소 수혜자들은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상위 계층 사람들도 그러할까? 사회적 다수인 그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롤스의 주장과 이론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슈&논술 20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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