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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허구인가 실재인가

김욱진 2010. 5. 23. 09:24

민족주의, 허구인가 실재인가

대구제일고 교사 김욱진

 

(가) 민족주의에 대한 상반된 입장

민족이란 무엇이며, 민족주의란 무엇일까. 민족에 관한 논의는 종종 인종, 민족성 등의 개념과 중첩된다. 민족을 구성하는 객관적인 요소로는 혈통, 언어, 종교, 지리적 조건 등을 꼽는다. 이와 함께 민족의식이나 민족감정, 소속감 같은 주관적․심리적 요인이 존재해야 민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객관적인 구성요소와 주관적인 귀속의지 혹은 소속감을 갖춘 경우 근대적인 의미의 ‘민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민족을 실재하는 개념으로 보는 입장(원초론, 역사주의)이다. 그러나 민족이란 결코 영원한 실재가 아니며 근대화와 도시화라는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발현한 이데올로기라고 보는 입장(도구론, 근대주의)도 있다. 이는 민족 공동체에 기꺼이 자신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민족 성원의 주관적 의지가 민족을 만든다고 믿는 것으로, 프랑스 대혁명을 그 예로 꼽는다.

『상상의 공동체』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가 특수한 종류의 문화적 조형물이라고 주장한다. 18세기 말경 서로 관련 없는 “역사적 동력들이 복잡하게 교착해서 나온 우발적 증류물”이기에 민족주의를 일러 상상의 공동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른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타자’를 상상하고, 그들과의 차이를 강조해 그것을 배제하면서, ‘우리’라는 일체감을 굳혀간다. 에릭 홉스봄도 마찬가지다. 그는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를 통해 ‘민족’은 정치적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민족’은 개발되어 왔고 정치에 의해 이용되어 왔다. 1800년대 유럽의 국가는 근대적 국민국가의 건설을 필요로 했으며, 이를 위해서 효과적으로 이용된 것이 ‘민족’이란 개념이었다. 그는 실제로 유럽에서의 초기 민족주의 형성 과정이 종족적 분포, 혹은 현재 민족이라고 불리는 범주와 상관없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 입장에 서 있는 학자들도 있다. 『세계화 시대의 민족과 민족주의』의 저자 안소니 D. 스미스는 민족을 이전의 인종 공동체에서 직접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종 공동체란 같은 조상과 같은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고향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컬으며, 같은 민족들이 근대 이전의 뿌리로부터 나왔으며, 이전 시대에도 민족을 닮은 인종 공동체가 존재했었다. 스미스는 민족과 민족주의의 성립을 근대 공업사회와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근대 이전부터 영속적으로 계속되는 역사 과정의 산물로 이해하고 있다.

(나)세계 속의 오늘날 유대 민족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 민족의 숫자는 겨우 4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 %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대인들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전세계로 흩어졌다. 전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2000년 동안 흩어져 살아온 까닭에 그들 가운데는 백인종이 있는가 하면 흑인도 있고 황인종도 있다. 이미 그 나라 사람으로 변화된 것이다. 오랜 방랑 생활 가운데 유대 민족이 겪은 수난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역사상 수많은 왕조가 유대인들을 몰살하기 위한 기도를 꾸몄고 근세에는 유명한 히틀러의 유태인 박해를 들 수 있을 만큼 유대인 역사는 수난과 방랑의 역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날 그들의 전통과 언어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세계 경제ㆍ정치ㆍ사회ㆍ문화 할 것 없이 유대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세계를 움직이는 손가락을 꼽을 만한 정치가ㆍ경제인ㆍ학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유대인이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민족도 유대인이다. ('이스라엘 문화원' 자료 중에서)

(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히틀러와 나치당이 정권을 장악하지 못했더라면 유대인 대학살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군소 정당에 불과했던 나치당이 1933년 1월에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일 사회에 뿌리 깊은 반(反)유대주의가 있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총체적 난국에 처한 국민들의 적극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나치당은 모든 혼란과 고통의 원인을 유대인에게 돌렸다. 독일을 위협하는 투기적 자본 세력과 공산주의 혁명 세력 배후에 유대인이 있다는 나치당의 선전은 분열되어 있던 독일인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히틀러와 나치당에게는 배타적 민족 감정이야말로 최고의 정치적 자산이었던 것이다. 배타적 민족 감정이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정서적 수준을 넘어 하나의 확신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했던 것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였다. 아리안족(독일 민족)에게는 세계 지배의 역사적 사명이 있다는 것,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인종적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순수한 혈통의 계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순한 유대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나치 인종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나치당은 유대인 절멸(絶滅)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기 위해 유대인을 쥐와 이 같은 해수(害獸), 해충(害蟲)으로 묘사하는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기까지 했다. 정치적 구호와 이데올로기적 요청에 지나지 않았던 유대인 절멸이 현실로 바뀐 것은 1939년 9월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전쟁은 누구든 마음대로 살육할 수 있는 음습한 연막을 제공해주었고,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까지 학살할 수 있는 명분도 마련해주었다. 나치당의 절멸전쟁 논리는 모든 독일 군인과 경찰에게 상대가 유대인과 슬라브 인이라면 어린이라도 죽여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라) 하인스 워드 신드롬

미식축구(NFL) 슈퍼볼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MVP까지 거머쥔 한국계 혼혈청년이 요즘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하인스 워드 신드롬'을 일으키며 3만5000명에 이르는 혼혈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계기로 삼자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살았다면 과연 지금의 영광처럼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혈연, 지연, 학연 등 온갖 연(緣)으로 뒤얽힌 한국사회에서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혼혈'이라는 굴레 앞에서는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혼혈에 대해서도 `시각 교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혼혈인 차별에서 좀 더 확장된 우리 사회 특유의 배타적 민족주의, 폐쇄적 순혈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국민의식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백의민족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순수한 혈통이어야만 민족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동서 간 지역감정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지적한 글로벌 시대에서의 제1 가치인 `트러스트(신뢰문화)'가 취약한 것도 따지고 보면 순혈 중시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이 같은 한국 특유의 문화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후진적이고 소아병적인 생각에서는 깨어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단일민족, 백의민족을 강조하면서 유달리 다른 피부색이나 외국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한국 사회 특유의 폐쇄적 순혈주의는 우리의 사회 전 분야에서 심각한 장애로 작용하며, 국론분열과 국력약화의 단초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순혈지상주의의 표본인 근친혼 사회는 오래 가지 못했다. 신라와 고려 멀리는 로마의 멸망도 근친혼에 원인이 있다는 역사적 분석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또 왕가(王家) 간 결혼이 성행하던 19세기 널리 퍼진 일명 왕실병(royal disease)도 모두 근친혼의 산물이었다. 이후 서양에서는 근친혼이 금기시되는 유전적 논리가 형성됐다. 동질성이 먼 가계 간 결혼이 새로운 질병이나 다양한 환경적 재난에도 생존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음이 의학적으로도 증명됐기 때문이다. 순혈주의 사회는 발전은커녕 퇴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국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많은 차별과 무시를 가하고, 수많은 혼혈인에게도 단지 순수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따돌림과 멸시를 퍼부었다. 심지어 우리 조상들의 피가 흐르는 조선족, 고려인에게까지 말이다. 한국의 공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그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경제를 위해 땀 흘리는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대우치고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순수혈통주의는 국제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닫힌 사회를 형성해나가면서 나와 다른 것은 배척하는 이기적인 인간을 만든다. 최근 농촌 남성들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고, 한국에서 일하는 아시아계 노동자의 증가로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의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맞춰 혈통주의에 얽매인 한국의 국적법, 인권현실 등 법과 제도도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워드를 성공하게 만들어 준 미국 사회의 문화적 포용성을 배울 것을 권하고 싶다.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어 `뜨거운 용광로'였던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공존의 문화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일곱 빛깔의 다양하고 화려한 `무지개'로 발전하며 세계 최대의 강대국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경향신문2006.2.14)

(마) 다문화사회로 진입 중인 한국

21세기에 들어서 한국 사회에서는 다문화주의 또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민자, 다문화 가족 자녀, 재외동포, 북한 이주민(북한 이탈 주민 또는 새터민 등으로도 불림) 등이 증가하면서 한국 사회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이 증가한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인권 침해가 여전하고, 결혼 이민 여성들이 겪는 사회문화적 적응의 어려움(의사소통 문제, 가족 관계 문제, 경제 문제, 문화 충격 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외국인의 보호와 사회통합의 필요성이 증대된 것도 다문화주의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문화주의란 폭넓고 다양한 가치들을 반영하는 이념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한 사회 내 다양한 인종이나 민족 집단의 문화를 단일한 문화로 동화시키지 않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존하게끔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이념체계를 가리킨다. 다문화주의는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시행 방식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기본적으로 한 사회 내의 모든 인종, 민족 집단이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정치와 공동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다문화주의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캐나다의 다문화주의는 해롤드 트로퍼(Harold Troper)의 정의에 따르면 ① 인종, 민족, 문화적으로 다원화된 인구학적 현상, ②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가치 있게 여기고 존중하려는 사회적 이념, ③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고 인종, 민족, 국적에 따른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개인이 형평한 기회에 접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부의 정책과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구학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아직 다문화사회라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법무부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85만 명으로 한국 인구의 약 2%를 차지했으며 2010년에는 그 비중이 2.54%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외국인의 증가에는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민 여성의 몫이 컸다. 1990년대 초부터 입국하기 시작한 외국인 근로자는 2006년 현재 45만 명까지 증가하였다. 내국인의 낮은 출산율과 3D업종의 기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는 불가피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01년의 유엔 보고서는 한국이 현재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2050년 기간에 총 1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결혼도 급증하여 199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15만9,942명에 달한다. 2006년 한국의 혼인신고 건수의 13% 가량이 국제결혼이고 농촌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33%에 달한다. 결혼이민자 가정에서 출생한 자녀는 2006월 4월 현재 3만727명이고 그 중 학교 재학생은 7,000명에 달한다.

[논제 1] 제시문 (가)는 민족주의의 양면성을 이론적 관점에서 밝히고 있다. 이에 근거해서 (나)와 (다)를 분석하고, 아울러 민족주의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일반적 견지에서 비교 설명해보라(10,00자 내외).

➲ 위 논제는

두 가지 논점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첫 번째 논점은 민족주의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밝혀내는 것인데, 이는 제시한 전제조건에 입각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두 번째 논점은 첫 번째 논점을 근거로 민족주의의 양면성에 대한 일반적 견해를 밝혀주면 된다.

(논제1 분석)

제시문 (가)는 민족주의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 즉, 민족주의의 실재성과 허구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논점은 제시문 (가)에 근거해서 (나)와 (다)를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 (나)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유대인들의 민족성 내지 민족정신을 설명한 내용으로 민족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밝힌 사례다. 이에 반해, 제시문 (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내용으로, 민족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 논점은 첫 번째 논점에서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민족주의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일반적 견해를 밝혀 논리적으로 비교 설명하면 된다.

[논제 2] 제시문 (라)에 근거해서 볼 때, 단일 민족문화를 강조해온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주의에 대한 현실 인식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주의에 대해 어떤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제시문 (마)의 해롤드 트로퍼가 밝힌 의식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 가야 할 방향을 밑줄 친 제시문 (라)의 견지에서 나름대로 서술해보라(12,00자 내외).

➲ 위 논제는

세계화 영향으로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다민족 다문화 현상과 관련된 물음이다. 첫 번째 논점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의식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두 번째 논점은 단일 민족적 성향이 강한 우리 사회가 다문화주의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지향점이 무엇인 지를 묻고 있다.

(논제2 분석)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진입 중인 한국의 현실적 상황 인식을 파악하고자 한다. 제시문 (라)는 몇 년 전 우리 사회에서 보여준 ‘하인스 워드 신드롬’에 관한 신문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우선, 한국사회에서 ‘하인스 워드 신드롬’이 왜 생겨났는지를 제시문 (라)를 통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제시문 (마)에서 밝힌 해롤드 트로퍼의 관점에서 다문화주의 시대의 우리 사회에 대한 현실을 의식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 쉽게 구분 설명할 수 있다. 아울러 제시문 (라)의 밑줄 친 부분은 한 마디로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다민족 다문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곧 폐쇄적 순혈주의를 벗어나 개방적 사고로 세계화 시대에 순응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야 함을 밝혀주면 되겠다.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민족주의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베네딕트 앤더슨과 에릭 홉스봄은 민족의 허구성을 주장한다.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와 ‘정치적 산물’로 각각 인식하고 있다. 이 점에서 두 학자는 민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이에 반해, 안소니 D.스미스는 민족의 실재성을 강조한다. 민족을 역사 과정의 산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보인다. 이 두 입장에 대한 사례가 바로 제시문 (나)와 (다)이다. 제시문 (나)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유대인들의 민족성 내지 민족정신을 설명한 내용으로 민족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나타낸 사례다. 반면에, 제시문 (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내용으로, 민족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제시문 (라)는 하인스 워드 신드롬에 관한 신문 기사 내용의 일부로, 한국계 혼혈 청년 하인스 워드가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보여준 성공 사례다. 이 또한 민족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밝힌 사례라는 점에서 제시문 (나)와 괘를 같이한다. 따라서 제시문 (라)를 통해, 폐쇄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 온 우리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다문화주의 시대를 맞는 우리의 의식과 제도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의식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제시문 (마)에서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제시문 (마)에서, 해롤드 트로퍼는 다문화주의 개념을 세 측면-인구학적 측면, 의식적 측면, 제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규정짓고 있다. 인구학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의식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현실 인식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시문 (라)에 근거해서 밝혀내야 한다.

논제1 예시답안

제시문 (가)는 민족주의의 허구성과 실재성을 비교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유대인들의 민족성 내지 민족정신을 강조한 내용으로 민족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밝힌 사례다. 민족을 역사 과정의 산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문 (나)는 민족의 실재성을 강조한 입장이다. 이에 반해, 제시문 (다)는 자민족 중심주의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내용으로, 민족주의의 부정적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민족을 하나의 정치적 산물로 본 에릭 홉스봄의 견해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제시문 (다)는 민족의 허구성을 보여준 사례다.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자기 민족을 다른 민족이나 국가와 구별하며 나아가 통일과 발전을 지향한다. 따라서 민족은 단결을 통해 건강한 역사적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민족주의는 근대적 국가 체제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후발 산업 국가들의 민족주의도 민족적 일체감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달성하는 정신적 힘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이 민족주의는 국민적 동질성과 강력한 민족의식의 내면화를 바탕으로 근대 국가 건설 및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민족주의는 자국의 국가 발전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한다.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말하듯, 각 민족이 최선의 문화를 이루어 범세계적인 평화 공동체와 결합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에 민족주의는 국가 발전에 역행할 수 있고, 또한 민족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세계평화를 해칠 수도 있다. 자기 종족의 우월성을 내세우고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국수주의나 배타적 민족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 민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지나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약화시킨다. 또한 민족주의가 이데올로기로 진전되어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악용되어 반민주적 정치 체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편협한 민족주의는 팽창주의 내지 침략주의로 진전되어 세계 평화와 질서를 침해한다.

논제2 예시답안

의식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인은 아직 다문화주의적 가치관과 행동 양식과는 거리가 있다. 단일민족을 중시해온 우리 사회는 인종, 민족, 문화적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데에 미숙하다. 한국인의 강한 동질성과 동질의식은 곧 이질적인 것에 대한 배타성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드러난다. 외국인에 대한 태도가 과거에 비해 긍정적이고 관용적으로 바뀌어가고는 있지만, 출신국의 발전 수준에 따른 차별은 여전하다.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그들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체계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측면에서 볼 때, 미등록 외국인․결혼 이민 여성․‘코시안’이라고 불리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에 대해 동정심을 갖고 시혜 차원의 대책을 세우기는 하지만, 이들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주된 한국 사회문화에 그저 동화시키려는 입장이 강하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그들이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며 경제적으로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속 내지 강제 퇴거시키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아직까지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적 증가에 비해 국민 의식과 정책 및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렇듯 순혈주의 고수로는 문화적 가치의 다양성, 창조적 사고의 다양성은 결코 발휘될 수 없다. 국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다양하지 않으면 치우칠 수밖에 없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올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며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상호 인정하는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사회는 성숙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더 이상의 폐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른바 `열린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세계 각국의 안방까지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외면상으로는 IT선진국,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도 질적,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많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포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들의 편협한 편견과 아집이 결국 국세(國勢)의 약화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언젠가 통일이 되고, 만주가 우리 땅이 되려면 넓은 도량으로 수용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제 걸맞은 세계시민의식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슈&논술 20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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