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
송재학
죽은 자의 육체가 누런 봉투처럼 납작해졌다
육체란 이처럼 자유로울 때가 있어야 하는 법
갑작스런 부음이 내 귀에 혓바닥을 날름거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불온하게 속삭인다
각을 뜬다는 말은 짐승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장의차는 사각형, 금방 죽은 자에게서 떼어낸 깁스한 다리이다
내 몸의 옹이는 모두 닫히지 않는 문짝에 모여 있다
마치 해빙을 되풀이하며 추운 밤과 햇빛의 성질을 모두 간직해야 하는 생선의 육질 같아 자꾸 가렵다
내가 토악질을 한 가로수에서도 가지 부러진 곳을 제쳐두고 많은 옹이가 눈에 뜨인다
다른 나무가 건드린 물집이다
창문을 지나가는 덩굴이 멈칫거리는 건 너무 많은 불빛과 마추쳤던 탓인가
시집/ 진흙 얼굴/랜덤하우스중앙/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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