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섬 2 ---病 /송재학

김욱진 2013. 12. 29. 15:44

                        섬 2 ---病

                                       송재학

 

 

아우는 긴 괴로움 사이로 눈물을 밀어놓았다 새벽 물빛 같은 투명한 손바닥을 잡았을 때 내 정신은 오랜 기침처럼 무거웠다 아우의 밝은 귀는 알았을 것이다, 그의 편지 행간에 기대었던 내 쓸쓸함을, 어제 내린 겨울비는 병실을 흐리게 하더니 알코올과 섞여 납냄새를 피웠다 죽음은 아우의 얼굴에는 없고 시간을 지키는 내 슬픔에 있을 뿐 그는 차가운 바깥을 보며 무엇을 떠올렸을까 번쩍이는 물굽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안개인가 섬의 외로움인가 아우는 돌아누웠고 나는 담당 의사를 만나러 갔다 우리를 베어오던 날카로운 메스는 아우의 상처를 가로질러 회랑에 긴 그림자를 남겼다 고통의 처음이 섬광처럼 파고들 때 아우는 어떤 하느님께 매달릴까 구랍 신문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病의 밤은 지나간다 지난 시절 그의 허무를 거쳐나오던 이념의 밤과는 다르게

 

 

송재학 시집 『얼음시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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