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별 헤는 밤
김재진
가령 네가 나를 사랑한다 쳐보자. 너 기다릴 걸 생각하며 내 굼뜬 발길이 머무르지 않고 너를 향해 달려간다 쳐보자.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맑은 밤 은하수처럼 눈부시게 살아나고 별 하나에 네 이름을, 그리고 또 별 하나에 문득 잊었던 얼굴들 한꺼번에 떠오른다 쳐보자. 어머니, 내 살아왔던 만큼의 힘 다해 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령 어머니만큼의 사랑으로 그렇게 내가 너를 껴안을 수 있다 쳐보자. 시냇물, 꽃, 동그라미, 고드름, 첫눈 오는 날의 작은 발자국, 가만가만 그 발자국 위를 밟아보는 목 긴 구두 하나, 그렁그렁 눈물 머금고 있는 연못 속의 별들 가을하늘, 소나기, 채송화, 맨드라미, 어머니, 나는 아무래도 살아갈 시간보다 사랑할 것들이 더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