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된 그 아이
-허은정 양
내가 무심히 잠들어 있던
2008년 5월 30일 새벽 4시 반경,
이웃집 한 어린아이가 유괴되었다
두 손녀 뒷바라지하며 힘겹게 살아온 할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었고
평소 사납게 짖어대던 개마저 말문을 닫았다
공범이라도 저지른 듯
동네사람들은 저마다 쉬쉬하는 눈빛이다
천둥번개가 치고 소낙비 쏟아지는 밤중에도
서울 한복판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만 열렸고
그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뿔뿔이 흩어진 어미 아비의 과보일까?
전경戰警처럼 모여든 어린 개구리들만
밤새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열흘 남짓 애타게 울어대는 어스름 녘
어디에선가 간신히 데려온 수색견이
마을 뒷산 팔부능선 바위틈에서
알몸으로 버려진 시신 한 구를 찾았다
그 어둠의 영혼 곁으로
급히 달려가는 교회당 종소리
그 종소리마냥
누군가 진작 이름만 한번 크게 불러주었어도
곧장 우리 품 속으로 되돌아왔을 그 아이,
골목마다 나붙은 플래카드 속에서
비정한 인간세상을 바라보며
아직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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