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한 솥 밥/문성해

김욱진 2015. 6. 12. 15:44

           한 솥 밥

            문성해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 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개 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밥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이 한 솥 밥이 달디 달다

 

 

 

- 『유심』(2014,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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