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둥근 방/안도현

김욱진 2015. 9. 30. 17:35

                           둥근 방

                              안도현

 

 


산길을 오르다가

입을 떡 벌린 채 혼자 나뒹구는 밤송이 하나 보았다

그 입속에 알밤이 세들어 살던 둥근 방이 있었다

 

알밤이 막 빠져나간 둥근 방은

빈 해안처럼

깊고

고요하였다

 

어머니는

자궁 들어내고 안동에서 혼자 살고

어머니가 십원짜리 고스톱 치러 친구집에 가면

안동집도 혼자 산다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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