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방
안도현
산길을 오르다가
입을 떡 벌린 채 혼자 나뒹구는 밤송이 하나 보았다
그 입속에 알밤이 세들어 살던 둥근 방이 있었다
알밤이 막 빠져나간 둥근 방은
빈 해안처럼
깊고
고요하였다
어머니는
자궁 들어내고 안동에서 혼자 살고
어머니가 십원짜리 고스톱 치러 친구집에 가면
안동집도 혼자 산다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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