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죽도 시장 비린내 외 1편/문인수

김욱진 2015. 10. 27. 14:23

                 죽도시장 비린내

                                문인수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람 반, 고기 반으로 붐빈다. ‘어류’와 ‘인류’가 한 데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데, 후각을 자극하는 이 파장이 참 좋다.

 

  사람들도 그 누구나, 죽은 이들을 닮았으리.

 

  아무튼 나는 죽도시장에만 오면 마음이 놓인다. 이것저것 속상할 틈도 없이 나도 금세 왁자지껄 섞인다.

 

  여긴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어,

  그것이 참 깨끗하다.

 

 

 

 

 

                                       물빛, 크다

  

 

  물은, 저를 물들이지 않는다.

  팔이 긴 물풀들의 춤을 한 동작도 놓치지 않고 계속 그대로 보여주고

  무수한 돌들의 앙다문 말을 한마디도 안 빼고 노래로 다 불러낼 뿐

  물 아래 맑은 바닥, 어떤 의심도 사지 않는다.

 

  물은 한결 같다는 뜻, 그 힘이 참 세지만 저를 몰고 가는 게 아니다.

  하늘과 땅이 기울이는 대로 흘러, 적시며 먹이며 쌓이며 거기

  아름다운 풍경으로 홀연 나타나 가로되,

 

  아 물의 동인(同人)이다, 봐라 강이며 호수며 바다 바라보는 거대한 순간, 지난날들과 앞날들의 총화가, 푸르다!

  그대 어찌 살고 싶지 않겠느냐.

 

  저 깊이를 두고 ‘물빛’이라 한다. 그러나

  물은, 저를 물들이지 않았다.

 

   

 

ㅡ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