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의 대구시단
1960년대 이전
대구의 시문학은 갑오경장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와 국권 상실의 비운을 겪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성됐다. 1917년 백기만이 이상화 등과 함께 프린트판 시동인지 『거화』를 냈으며, 1920년대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활동이 본격화됐다. 이상화 이장희 백기만 등은 대구시단의 선구적 역할을 하면서 한국시의 다양한 개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이상화(1901~1943)는 1922년부터 박종화 등과 『백조』 동인으로 활약하면서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을 발표했으며, 백기만이 추천해 1924년 『금성』으로 등단한 이장희(1900~1920)는 「봄은 고양이로다」「고양이의 꿈」 등을 발표했다. 1923년 『개벽』을 통해 등단한 백기만(1901~1969)은 같은 해 양주동 등과 함께 『금성』지 발간에 참여했으며, 『개벽』, 『여명』 등의 편집을 맡았다.
1930년대에는 이육사 박목월 이설주 이효상 이윤수 조지훈 박목월 등이 등단해 새로운 활기를 보탰다. 1946년에는 『죽순』(이윤수 주재)이 창간돼 김춘수 신동집 등을 발굴했으며, 김소운 이윤수 백기만 등이 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인 상화시비를 달성공원에 건립했다.
1940년대에는 시인 황윤섭 김홍섭 윤 백 박훈산 신동집 등이 대구시단의 새 얼굴로 떠올랐으며, 1950년대엔 윤운강 박양균 홍성문 전상렬 김종길 여영택 박지수 허만하 윤혜승 정석모 조기섭 이민영 최선영 등이 등단했다. 백기만은 이상화와 이장희의 유고를 정리한 『상화와 고월』(1951), 『씨 뿌린 사람들』(1959)을 펴냈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대구지역의 문인들은 우리 정서에 천착하는 한편 서구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 문학적 성취를 일궈 오늘에 이르는 풍요의 기반을 다졌다. 특히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저항시의 참다운 면모를 보인 이상화, 섬세한 감각과 상징적 기법으로 개성적인 시를 빚은 이장희는 한국문학사의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대구지역 문학의 초석을 놓았으며, 그 다음 세대인 이육사와 함께 대구지역 시의 전통의 뿌리 역할을 했다.
그 뒤를 이은 시인 박목월 조지훈 신동집 박양균 김종길 전상렬 등은 새로운 세력군으로 떠올랐다. 박목월 조지훈 김종길 등은 서울로 이주한 뒤 문단의 핵심적인 위치에 올랐다. 향토적 서정과 빼어난 감수성으로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한 박목월, 한국의 전통의식과 민족의식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조지훈 등의 활동은 돋보였다.
195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어난 6·25 한국전쟁으로 많은 문인들이 대구로 몰려들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문학적 열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문총구국대 경북지부가 결성되고, 『전선시첩』이 발간되는 등 대구는 한국문단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1950년대에는 건국문화단체총연합회 경북지부, 경북문화협회, 경북예술연합회 등이 결성됐으나 문하예술단체 조직과 해체가 빈번했다.
1960년대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6․25 한국전쟁 등의 질곡과 혼란을 겪으면서도 문학의 기반을 다진 대구시단은 1960년대로 접어들어서는 6·25를 소년기에 체험한 4․19 세대들에 의해 문학의 사회적 효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순수’와 ‘참여’ 문제가 첨예하게 떠올라 쟁점의 중심에 놓이는가 하면, 두 갈래의 문학이 맞서는 가운데 서구문학을 폭넓게 수용, 문단의 서울 집중화 현상 속에서 자생력을 키워보려는 의욕이 점차 두드러져 크고 작은 문학단체들이 생기고 창작 활동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1960년대에는 문단의 구심체가 형성됐다. 1962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북지부가 조직되고, 한국문인협회 경북지부(한국문인협회 대구지회 전신)’가 결성돼 대구문단의 구심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무렵부터 매일신문을 비롯한 일간지들도 신춘문예제도를 두거나 지면 할애로 문단 형성과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문학저널리즘들이 서울에만 집중되는 가운데 시문 숭상 전통 때문에 전통 탓인지 시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축으로 하는 순수시가 주류를 이루었다.
백기만 이설주 이효상 이윤수 박훈산 박목월 신동집 등과 1950년대에 등단한 윤운강 박양균 최광렬 김상화 권오택 홍성문 전상렬 김종길 여영택 박지수 허만하 윤혜승 김윤식 정석모 이민영 김원중 최선영 등이 활기를 보였다.
1960년대에는 한때 대구에 머문 경남 통영 출신 청마 유치환(1908~1967)도 대구시사에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다. 1931년 『문예월간』으로 등단, 시집 『청마시집』 『생명의 서』 『울릉도』 『청령일기』 『보병과 더불어』 『제9시집』 『유치환시선』 등을 낸 그는 1955년 경주로, 1962 대구로 이주해 1964년까지 머물며 초대 예총 경북지부장을 지냈다. 강인한 의지, 준열한 현실비판의식으로 영향력을 뿌린 그의 시는 범신론적 자연애를 통한 생명에의 열애, 동양적 허정허무의 세계, 강인하고 원시적인 의지 등을 끌어안았다.
1932년 일본의 『신일본민요』로 등단, 1947년 시집 『들국화』를 내면서 활동을 벌였던 이설주(1908~2001)는 주로 전쟁 등 민족 수난사를 시화했으며, 10권이 너믄 시집을 남겼다.
1936년 『가톨릭청년』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한솔 이효상(1906~1989)은 시집 『산』 『바다』 『인생』 『사랑』 『인정』 『나의 강산아』 등을 발간했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안경」 등에서 읽을 수 있듯 그의 시는 소박한 일상적 삶과 종교(가톨릭)적 교훈을 표출했다.
1937년 동인지 『일본시단』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윤수(1914~1997)는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죽순』(1979년 복간)을 주재(발간인)했으며, 시집 『인간온실』을 냈다. 일상의 느낌들을 우람하고 튼실하게 노래한 그는 예총 경북지부장으로도 활약했다.
경주 출신으로 한때 대구에서 교편생활을 한 박목월(1916~1978)은 1939년 『문장』지로 등단, 동시와 동요를 겸하면서 『청록집』(조지훈 박두진과 3인 시집) 『산도화』 『난․기타』 등의 시집을 냈으며, 대구시단에 신선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는 서울로 이주한 뒤 『청담』 『경상도의 가랑잎』 『사력질』 등의 시집을 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으로도 활약했다.
박목월은 초기의 향토적 서정에서 현대적 감각과 서술적 이미지, 언어의 암시성과 이미지의 조형에 뛰어났으며,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념적 관념성, 역사와 현실로 확대․심화된 경지, 죽음까지도 담담하게 관조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시세계를 펼쳤다.
1946년 『예술신문』으로 등단한 박훈산(1919~1985)은 시집 『날이 갈수록』 등을 통해 현실적인 고통, 억압, 상실 등의 정서를 길어 올리면서 육성으로 정신의 투영도를 그렸으며, 후기에는 자연이나 내면 관조 경향을 보였다.
영문학자인 김종길(1926~ )은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입선으로 등단, 시 창작과 함께 흄, 엘리어트, 파운드 등의 영미비평을 바탕으로 한 시론을 폈다. 시집 『성탄제』를 통해 감상이나 감성을 절제하고 사물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조형화했으며, 서구적 주지주의의 외양에 한문학의 바탕이 녹아든 동양정신의 깊이를 다져넣는 경향을 보였다. 그의 시는 언어가 지적이며 절도가 두드러지고 간결하다.
유치환에 이어 대구로 이주해온 김춘수와 토박이 신동집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문학적 성과를 기록하는 한편 대구문단을 주도,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미쳤다.
1948년 『죽순』에 시를 발표하고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발간하면서 등단한 김춘수(1922~2006)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늪』 『기』 『인인』 『제1시집』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등을 낸 뒤 1960년대에 대구로 이주했다. 1969년 시집 『타령조․기타』를 내놓은 그는 장타령이 가진 넋두리와 리듬을 세련된 감수성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변모를 꾀했다. ‘의미’에서 ‘무의미’로, 다시 ‘무의미’에서 ‘의미’로 변모했던 그는 우리나라 순수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꽃」은 존재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지성과 감성이 아름답게 조화된 시로 널리 애송되고 있다.
대학 시절 습작시집 『대낮』을 내고 1948년『죽순』을 통해 시작활동을 시작한 신동집(1924~2003)은 1952년 시집 『서정의 유형』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제2의 서시』 『모순의 물』 『들끓는 모음』 『빈 콜라병』 『새벽녘의 사람』 등을 잇달아 출간해 위치를 다졌다. 인간, 존재, 자연, 자유 등을 추구하면서 형이상학적인 시에서 모더니즘적인 경향으로, 존재론적 관점에서 의미탐구의 세계로 변모하기도 한 그는 그 이후 달관의 경지와 동양적인 유현의 세계에 천착했다. 초기의 강렬한 휴머니즘 옹호와 서구적인 주지시 경향에서 차츰 인생론적 존재탐구로 기울었다.
1935년 ‘석탑’ 동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조기섭(1930~ )은 전쟁체험의 아픔과 분단의 비극을 겹쳐서 노래했다. 결이 고운 서정시의 외양에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을 다져넣는 작품들을 빚으면서 짙은 음영의 비유, 응축된 호흡, 언어 절제의 시학을 보였으며, 시집 『바람의 연가』를 냈다.
1945년 『문화세계』로 등단해 그 이듬해 시집 『문』을, 1958년엔 시집 『꽃과 철조망』을 낸 홍성문(1930~ )은 1961년 시집 『얼굴』을 발간했다. 조각가인 그는 주로 조각 창작 과정을 시로 형상화하는 등 현실의 고뇌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노래했다.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입선돼 등단한 윤운강(1921~2003)은 1960년대엔 주로 동시와 동화를 발표했으며, 1952년 시 「이방인」과「계산기가 놓여 있는 진찰실」발표로 등단한 김상화(1928~)는 정통적인 서정보다 현대감각이 기울었으나 점차 활동이 뜸해졌다.
1951년 『문예』지 추천으로 등단한 박양균(1924~1990)은 시집 『두고 온 지표』 『빙하』를 출간하는 등 195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벌였으나 그 이후 침묵을 지켰으며, 1970년대 이후 시집 『일어서는 빛』, 시선집 『전시장에서』등을 내면서 새롭게 활약했다. 섬세하고 예리한 감수성으로 사물을 묘사하면서 정관의 시학을 펴 보인 그는 특히 현실의 가열한 상황과 자연의 대비로 이미지를 형상화해 주목됐다.
포항 출신인 최광렬(1926~1995)은 1951년 『전선시초』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자신의 시, 소설, 문학평론 등을 담은 개인잡지(1955, 63, 66) 발간으로 화제를 낳았으며, 1953년 주간 『문학예술』에 추천돼 활동을 시작한 권오택(1934~1999)은 주로 자연의 축복을 노래하는 자연주의 경향의 시를 썼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돼 등단하고, 이듬해 시집 『백의제』를 낸 전상렬(1923~2000)은 1965년 시집 『생성의 의미』를, 1969년엔 『신록서정』을 출간했다. 향토적인 정서에 천착하는 그의 시는 사물의 본질을 직시하는 직관력과 질박한 서정, 자연 친화와 생명 존엄 정신을 뿌리로 수묵화 같이 담담한 세계를 펼쳐보였다.
195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되고, 1958년 시집 『담향』을 낸 여영택(1923~ )은 1962년 시집 『입체해도』를 출간했으며, 시와 동화 창작도 병행했다. 서민의 애환에 천착하면서도 관조적인 빛깔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들은 자연과 삶의 깊이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 이미지들을 성서적으로 승화시켰다.
1956년 『자유문학』에 시가 뽑힌 김경환(1935~1992)은 1960년대에는 침묵하며 언론인으로 기울었으며, 1957년 시집 『삶의 노래』로 활동을 시작한 박지수(1924~1973)는 문예지를 통해 투박한 어투로 현실의식을 표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1955년부터 대구에서 발간되는 『시와 평론』 편집위원으로 활약했으며, 1957년 『문학예술』에 추천되면서 떠오른 의사 시인 허만하(1932~ )는 첨예한 감수성으로 대상을 예리하게 해부하는 지성과 참신한 인식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감성이 조회를 이룬 개성을 보여주었다. 부산으로 이주한 그는 1969년 시집 『해조』를 발간해 주목됐다.
1957년 『현대문학』에 추천돼 등단, 그 이듬해 시집 『애가』를 낸 윤혜승(1928~2000)은 기독교 정신에 뿌리를 두고 사물의 존재론적 의미를 형이상학적으로 축했으며,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는 동시집 『갈잎의 노래』를 내는 등 주로 동시에 기울었다.
1950년대부터 ‘청맥’ 동인으로 활동했고, 1957년 시집 『오늘』을 내면서 출범한 김윤식(1927~1996)은 1960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을 발간, 화제를 뿌렸다. 불교의 영향이 짙은 시로 출발한 그는 1960년대부터는 현실에 대한 저항의식이 강한 작품과 치험에서 우러나는 농민문학을 지향했다.
1950년에 『문예』지에 초회 추천되고, 1958년 『현대문학』에 추천돼 등단한 정석모(1922~1987)는 주로 토속적인 서정시와 저항의식이 육화된 작품들을 발표했다. 시집 『목화』는 초기의 향토적인 정서가 주조를 이룬 작품들과 각박한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침통하게 노래한 작품들을 함께 보여주었다.
1959년 『사상계』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민영((1928~ )은 같은 해 시집 『잃어버린 체온』을 발간했다. 그의 시는 상징성이 강하고, 독특한 언어교직을 통한 구성으로 내면의 육성을 떠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54년부터 ‘칡넝쿨’ 동인으로 활동했고, 1959년 경주의 서영수와 함께 시집 『별과 야학』을 낸 김원중(1936~ )은 1964년 민경철과 2인 시집 『과실 속의 아가씨』와 시집 『별』을 출간했다. 그는 평이한 시어로 사물과 인간에 대한 따스한 사랑을 주로 노래했다. 1955년 시집 『서정의 여로』를 내면서 등장한 이장희(1929~ )는 시집 『서정의 여로』 『수채화 속의 나목』 『낮게 흐르는 악보』 등을 내놓았으며 2000년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195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입선과 『자유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여성시인 최선영(1933~ )은 ‘여류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64년 시집 『램프를 끌 무렵』을 출간했다. 그의 시는 순탄한 시어를 구사하면서도 대상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포착하는 통찰력으로 감성과 지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들을 보여줬다.
한편 1960년대 이전에 등단한 대구 출신 시인인 김남조(1927~ ), 석계향(1919~ ), 추은희(1931~ ) 등은 서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면서 여성시단을 주도했다.
1960대에는 예종숙 이재철 금동식 유병석 권기호 이성수 민경철 정재호 이일기 김낭봉 박인술 권국명 전재수 도광의 이창윤 이재행 이정우 박주일 등이 등단했으며, 일부 신인들은 소집단(동인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60년 「맑은 눈」 등으로 『자유문학』에 추천돼 등단한 예종숙(1935~ )은 ‘석화’, ‘순수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일상의 음영들을 소재로 끌어들이고, 현실 긍정의 시정신을 축으로 한 시편들을 발표했다.
196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이재철(1931~2011)은 그 이듬해 시집 『석상의 노래』를 출간했다. 점차 시 창작보다는 아동문학 평론 활동으로 기운 그는 서울 이주 뒤에는 계간 『아동문학평론』 발행인으로도 활약했다.
1960년 『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한 금동식(1931~ )은 1956년에 시집 『수변』을 낸 바 있다. 감각적, 회화적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그의 시는 극도로 언어를 절제하면서 향토적 정서를 맑고 소박하게 떠올리는 전통적 서정시를 추구했다. 서정희(1924~1967)는 1961년 시집 『배암』을 출간해 이지의 비약이 잔잔히 숨쉬며 흐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2년 『자유문학』에 추천되고, 1964년 『현대문학』에 문학평론이 추천된 권기호(1937~ )는 시와 문학평론을 겸하면서 1970년 시집 『서쪽의 풍경』을 냈다. ‘에스프리’ 동인을 주도하기도 한 그는 신선한 언어감각과 지적인 이미지 구사로 자연과 인생을 담담하게 노래하면서 새 세대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1962년 시집 『나목의 장』을 출간한 이성수(1930~ )는 1968년 시집 『후조』를 발간, 전통적 서정을 중심으로 생명의 존엄성과 그 뿌리의 신비성을 추구했다. 그의 시는 자기성찰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소박하면서도 현대감각이 눈에 띄는 특징을 거느리고 있다.
196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입선으로 황동을 시작한 남용술(1934~ )은 시집 『가각에서』 『관주산 설화』 『관룡산 가는 길』『화왕산』 『고향 길에서』 『적멸궁 목탁소리』 『돌아보는 길』 『살』 『맨살의 길목』 등을 내놓았으며,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돼 등단한 정재호(1929~ )는 시조를 주로 쓰면서 시와 수필을 병행, 시집 『모과』 등을 내놓았다.
1964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권국명(1942~ )은 권기호 등과 함께 ‘에스프리’ 동인으로 활동했다. 연작시 「무명고」 등을 발표하면서 대구시단의 가장 촉망되는 신인으로 부상했던 그는 불교적인 상상력으로 존재의 근원에 담겨 있는 무명을 밝혀내려는 몸부림을 보이는가 하면, 무속 등 우리의 정신의 뿌리에 천착하는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보였다.
의사 시인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창윤(1939~ )은 1964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에스프리’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66년 시집 『잎새들의 해안』을 출간했다. 『현대문학』에 1966년 추천돼 등단한 전재수(1940~1986)는 간결한 시각적 이미지 구축 위에 문명비평의식을 가미한 시와 일상의 체험을 육화한 시들을 빚었으며, 1968년 『독신시대의 실내악』을 발간했으며, 서울로 이주했다.
역시 ‘에스프리’ 동인인 도광의(1940~ )는 1965년 「비 젖은 올스타인」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가작, 이듬해 「해변의 향수」로 당선해 등단했으며, 맑은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리듬감,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시를 발표해 주목됐다. 토속적인 풍경과 향토적인 정서, 인간적인 입김이 융화된 그의 작품들은 문명비판적인 요소도 드러냈다.
1968년 매일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재행(1946~1996)은 『현대시학』 『현대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위치를 다졌으며, 반짝이는 감성과 절제된 언어 구사, 삶의 페이소스를 담담하게 그린 시편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1969년 매일신문 신춘문가 당선으로 등단한 이정우(1946~ )는 ‘에스프리’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섬세한 감수성으로 천상과 지상의 교감하는가 하면, 현실의 고뇌와 슬픔을 선험적인 초월의식으로 뛰어넘으려는 의지를 시 속에 다져넣어 신인다운 개성을 발산했다.
경주 출신이 박주일(1925~2009)은 1969년 『현대문학』에 늦깎이 추천으로 등단했으나 1960년에 시집 『노적』을 낸 바 있으며, 대구로 이주한 뒤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의 시는 첨예한 감수성과 섬세한 언어감각으로 자연과 인생을 노래했다., 1967년 경남일보 현상공모를 통해 등단한 김태훈(1943~1992)은 시집 『가을나무들의 합창』을 남겼다.
1960년대에는 이같이 1920년대에 등단한 시인에서 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의 다채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풍요를 구가했다. 이 시기에는 큰 영향력을 미치다 부산으로 떠난 유치환, 영양 출신의 청록파 시인으로 일찍이 각광을 받았던 조지훈, 대구에 머물던 청록피 시인 박목월이 서울로 이주했다.
196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박훈산 김춘수 신동집 박양균 김종길 등이 개성적인 시세계로 한국시단의 각광을 받았으며, 홍성문 전상렬 허만하 윤혜승 정석모 등의 꾸준한 정진, 신예 예종숙 권기호 권국면 도광의 이재행 이정우 박주일 등의 참신한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 무렵부터 김춘수와 신동집이 쌍벽을 이루면서 문단의 강한 조명을 받았으며 영향력이 커지는가 하면, 김춘수의 제자인 권기호 권국명 전재수 이창윤 이정우 윤성도 양왕용 등으로 구성된 ‘에스프리’ 동인이 대구시단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1970년대
1970년대는 정치․사회적인 소용돌이가 극심하고, 근대화와 산업화․도시화 물결이 드높던 때였다. 10월 유신, 삼선개헌 반대, 10․26사태, 12․12사태 등이 잇따랐고, 군부 집권세력은 강력한 반공논리를 앞세워 억압정치를 했다. 이에 대응하는 반체제운동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급격해진 근대화․산업화 물결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기 시작했지만, 물질만능주의 등 가치관의 혼란이 심한 시기였다.
1970년대의 문학은 이 같은 토양 위에서도 다양하고 풍성한 성취로 나아갔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야기하는 소외문제, 문명비판적인 시각, 근대화에 되레 더 밀려난 기층민들의 문제, 현실개혁 의지 등이 문학의 중심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이 같은 과제들이 문학을 더 깊고 넓게 만들기도 했다.
보수성이 강한 대구시단의 전통이 그렇듯이 문학의 예술성 높이기와 인주의적 상상력의 심화․확대가 꾸준하게 모색되고, 실험의식이 높아지는 한편으로는 문학의 사회적 효용성과 사회과학적 상상력의 확대가 하나의 흐름을 이뤘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순수문학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자기세계를 넓히고 깊게 하는데 주력했지만, 1970년대 들어 등단한 젊은 세대들은 이 시대의 징후들을 형상화하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시단의 우뚝한 봉우리로 자리매김한 김춘수 신동집의 인문주의적 상상력을 축으로 하는 개성적인 시세계가 심화․확대되는 가운데 새로운 세대들이 대거 등장, 문학적 열기가 두드러졌으며, 소집단(동인) 운동이 활로를 열기도 했다.
‘에스프리’, ‘이후문학’, ‘시예’, ‘맥’, ‘경부선문학’, ‘순수연대’ 동인 등이 그런 역할을 했지만, ‘자유시’와 ‘형상’ 동인이 부각됐다. 서울의 ‘반시’ 동인과 쌍벽을 이루며 가장 주목되는 시동인으로 조명을 받은 ‘자유시’ 동인(박정남 박해수 이경록 이기철 이동순 이태수 이하석, 그 뒤 정호승이 ‘반시’로 옮기고 이경록이 작고했으며 박정남이 빠지고 강현국 서원동이 가세)의 활동은 괄목할 만했으며, 언어의 본래성 회복을 기치로 내건 ‘형상’ 동인(구석본 박재열 이구락 이재훈 이진흥, 그 뒤 김동희 등 일부 동인 보강)이 주목됐다. 이들과 함께 최석하 서종택 이성복 등이 한국시단의 조명을 받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문예지나 일간지 신춘문예를 통해 신인들이 쏟아져 나와 새바람을 일으켰다.
김춘수와 신동집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이윤수 박훈산 박양균 전상렬 영영택 윤혜승 김윤식 정석모 조기섭 권오택 김원중 예종숙 이재철 금동식 권기호 이성수 이일기 권국명 전재수 도광의 이재행 이정우 박주일 등이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한국문단의 순수시 대표주자로 떠오른 김춘수는 이 무렵 비평도 병행, 창작활동과 시집 발간 외에 시론집, 산문집들도 발간했다. 당시 그는 시집 『처용』(1974) 『김춘수 시선』(76) 『남천』(77)과 시론집 『의미와 무의미』 『시론』, 산문집 『빛 속의 그늘』 『시인이 되어 나귀를 타고』 등을 냈다. 이 무렵 김춘수는 관념을 배제하고 압축된 체험의 세계를 암시적으로 제시하는 이른바 ‘무의미시’를 계속 발표, 일상적인 것마저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놓는 고도의 기법과 독특한 시세계를 추구했다.
한결같은 시의 충일 속에서 중후한 시의 경지를 갈아온 신동집은 존재론적인 의미 추구와 자기성찰에 주력하면서 일상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관조와 달관의 경지를 펴보였다. 대구에서는 물론 조병화와 함께 최다작, 최다 시집 발간을 기록한 그는 『새벽녘의 사람』(1970) 『귀환』(71) 『송신』(73) 『신동집 시선』(74) 『행인』(75) 『미완의 밤』(76) 『해 뜨는 법』(77) 『세 사람의 바다』(79) 『장기판』(79) 등을 출간해 저력을 과시했다. 그의 시는 노자, 장자를 비롯한 동양사상에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유현한 무에의 도전을 거쳐 우주편력적인 시편들을 빚었다.
전상렬은 시집 『불로동』(1971) 『낙동강』(71) 『생선가게』(77) 등을 출간, 더욱 정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김윤식은 『산촌근일초』(73)를 발간했다. 맑고 투명한 서정시를 촉망받던 이재행은 문예지를 통해 활동하면서 시집 『형용사의 가을』을 발간했다. 가톨릭사제 시인 이정우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따뜻한 감성으로서의 창조적 성찰을 통해 존재 본질의 아픔과 고뇌를 형이상학적인 정서공간으로 끌어올리는 영성적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이들 1960년대 이전 등단 시인들과 함께 대거 등장한 젊은 세대들이 대구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대구가 ‘시의 도시’라는 말을 나돌게 하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등단한 시인은 이진흥(1970 매일신문 신춘문예, 72 중앙일보 신춘문예, 78 현대문학) 정추식(71 월간문학) 이하석(71 현대시학) 이 완(71 매일신문 신춘문예) 이옥희(71 매일신문 신춘문예, 76 현대시학) 이기철(72 현대문학) 이동순(73 동아일보 신춘문예) 정호승(73 대한일보 신춘문예) 이태수(74 현대문학) 박해수(74 한국문학) 윤태혁(74 현대시학) 권택명(74 심상) 손병현(74 시문학) 최석하(75 문학과 지성) 하종오(75 현대문학) 김수복(75 한국문학) 박정남(75 현대시학) 구석본(75 시문학) 이현우(75 시문학) 김원도(75 매일신문 신춘문예) 서종택(76 서울신문 신춘문예) 강현국(76 현대문학) 박재열(76 매일신문 신춘문예, 78 현대문학) 하청호(76 현대시학) 박소연(76 현대시학) 이재훈(76 시문학) 박곤걸(76 현대시학) 김재진(76 영남일보 신춘문예) 류후기(76 영남일보 신춘문예) 이성복(77 문학과 지성) 서원동(77 문학과 지성) 조욱현(77 세계의 문학) 이한호(77 시문학) 오상태(77 시와 의식) 송재학(77 매일신문 신춘문예 가작, 86 세계의 문학) 이철희(매일신문 신춘문예 가작) 홍영철(78 매일신문 신춘문예, 78 문학사상) 설성희(78 시문학) 엄붕훈(78 시문학, 2000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하면서 엄원태로 개명) 김영수(78 시문학) 양치상(78 현대시학) 송진환(78 현대시학) 김호영(78 시와 의식, 2007년 작고) 이구락(79 현대문학) 이승길(79 현대문학) 남재만(79 시문학) 조행자(79 현대시학) 이상규(79 현대시학) 김기현(79 현대시학) 손봉숙(79 현대시학) 오두섭(매일신문 신춘문예) 등이었으며, 도광의는 1978년 『현대문학』 추천을 다시 거치기도 했다.
이들은 각종 문예지를 통해 새로운 감각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동인지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시집으로 주목되기도 했다. 영향력이 강한 문학평론가들이 주도하면서 소수정예주의를 표방하던 문학계간지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세계의 문학』을 통해 대구지역 시인들이 잇달아 각광을 받았다. 『문학과 지성』은 이하석 이태수 홍영철과 이 계간지를 통해 등단한 최석하 이성복 서원동 등을, 『창작과 비평』은 이동순 정호승 하종오 등을 부각시켰으며, 『세계의 문학』은 이기철 조욱현과 앞에 언급된 시인들도 조명했다.
‘주역’ 등 동양의 사상에 관심을 보이면서 형이상학적인 서정시를 지향하던 이하석은 1970년대 중반부터 현대문명의 반인간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인식을 광물질의 상상력으로 드러내는 변모를 보였다.
첫 시집 『낱말 추적』에서 언어미학을 추구하던 이기철은 고행 상실과 인간성 회복 문제에 천착, 문명과 삶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아름답고 따뜻한 자연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꿈을 결 고운 서정으로 노래했다.
현대적인 감각과 신선한 이미지로 개성적인 세계를 보여준 「마왕의 잠」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이동순은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민족 현실과 기층민의 삶에 대한 연민과 의지를 민중적 정서로 떠올리면서 더욱 고양된 삶을 열망하는 시편들을 보여주었다.
서정성을 바탕에 깔면서도 상화의식과 자아탐구의 복합구조을 드러내는 이태수의 경우는 ‘현실의식의 정서화’로 요약될 수 있는 경향을 보이면서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 속에 현실 초극의 의지를 은밀하게 다져넣었다.
서울로 옮긴 정호승과 하종오는 민중시를 지향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정호승은 우리 삶이 마주치는 고난과 광포한 욕망으로 훼손되고 파괴된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열망을 서정적으로 노래했으며, 따스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세계를 지향했다. 전통적인 서정시에서 출발해 민요, 판소리, 무가 등 전통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려는 시도로 방향을 바꾼 하종오는 역사의식에 뿌리를 두고 민족 분단의 극복과 통일 지향의 목소리를 노래하면서 점차 그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진흥은 철학적 사유의 깊이와 첨예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간결하고 섬세한 표현과 은유를 구사, 존재론적 탐구를 거듭했으며, 언어의 절대성이나 순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석본은 원초적인 어둠을 파고들면서 따스하고 섬세한 언어감각, 아름다운 이미지의 조형,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는 서정의 무늬가 배어나는 시를 빚는가 하면, 시적 논리의 투명성을 유지해 보인다.
사투리와 속어, 은어, 비어 등을 충격적으로 구사하면서 정직하고 근원적인 것으로부터 엇나가 비틀어지고 있는 삶에 대해 아이러니를 던지는 최석하는 기존의 시에 반기를 들고 나서기도 했다.
아름답고 근원적인 생명력을 추구하는 박정남은 강렬하고 예각적인 이미지의 마찰과 감각적인 언어 사용으로 개성적인 작품들을 보여주었으며, 강현국은 일상적인 삶을 날카롭게 통찰,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와 소외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시화했다.
서종택은 전통적인 서정과 투명한 의식을 바닥에 깔고 신선한 상상력을 펴보였다. 그의 시는 삶의 예지가 번득이는 자연과의 융화의 세계로 나아가기도 하고, 세속화의 사회를 비아냥거리는 비판적 시각으로도 번졌다.
박재열은 사물과 언어의 본래성 회복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소한 것들, 버려진 유년의 기억들, 삶의 현장에서 스쳐가는 기억들을 선별하고 배열함으로써 큰 내포를 이끌어내는 개성을 드러냈다.
「정든 유곽에서」 등 등단 작품부터 강한 조명을 받으면서 우상파괴적인 시를 발표해온 이성복은 거짓된 삶이 안겨주는 슬픔과 그리움, 헤맴의 빼어난 시편들을 통해 우리시대의 집단적 삶을 들추어내면서 가장 주목되는 신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개성적인 서정시를 발표하던 권택명 김수복 서원동 홍영철 등은 서울로 이주해서, 조욱현은 문경으로 활동 근거지를 옮겨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김원도는 등단하자마자 작고(1975)했다.
박곤걸은 자연의 빛, 소리, 형상 등 순수한 숨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존재성에 생명의지가 합일되는 세계를 추구했으며, 이한호는 향토적인 정서에 역사의식의 고리를 달면서 질박한 서정시를 썼다. 박소연과 조행자는 맑고 아름다우며 환상과 음악성이 깃든 작품들과 존재와 자아를 사물로 객관화해 생명의 원형적 세계를 지향했다.
이구락은 섬세하고 예리한 감각, 탄력 있는 형상력의 견고성, 물의 상상력과 식물적 이미지가 접합된 상징적 의미 영역의 확대 등으로 나가가면서 감성과 지성을 아우르는 세계를 보여주었다.
엄붕훈은 존재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관조의 세계를, 이상규는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의 역사적 현실의식을 신화나 설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벌였다.
1970년대에는 출간된 70년대 시인들의 시집은 이기철의 『낱말 추적』(74), 윤태혁의 『서정시대』(74), 손병현의 『강가에서』(75), 이하석 이동순 2인시집 『백자도』(75), 김원도의 유고시집『김원도 시집』(75), 권택명의 『사랑 이후』(76), 김수복의 『지리산타령』(77), 이승길의 『실황중계』(77), 이태수의 『그림자의 그늘』(79), 이한호의 『우얄래』(79), 박영준의 『오얏봉』(78) 등이었다.
이들 1970년대 시인들은 이 시기에 문예지나 동인지를 통해 왕성한 활동하면서 참신한 얼굴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1980년대로 넘어서서 대거 시집을 내는 등 더욱 강한 조명을 받았다.
1980년대
민주화 시대를 맞은 1980년대는 6․29 선언, 동구권 개방화 바람 등으로 이념이 희석되는 시대였다. 물리적 탄압과 검열제도가 문학을 질식시킬 정도였으나 후반기로 접어들면서는 이념의 푯대가 무너짐으로써 과거와 같은 이념의 경직성이나 과격한 투쟁이 완화되고, 주체의 분열양상을 보였다.
1980년의 시단도 이 같은 시대적 변전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응전과 실천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민족진영은 전통 서정시의 형식을 고수하면서도 한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편 역시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시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어떤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도 부정하는 형식적 실험을 과격하게 밀고나가는 우상파괴적인 해체를 시도하는 경향도 눈에 띄었다.
그런가 하면, 『홀로서기』의 경우처럼 대중적 교감이 강조된 서정시들일 유례없는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념이 무너지고 시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의 이 같은 경향은 극단화로 치달아 문학의 상업주의가 고개를 들고, 우중독자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빚기도 했다. 또한 후반에 이르러서는 이념에 식상한 시인들이 선시나 정신주의경향의 시를 지향하는 양상도 두드러졌다.
일부 중진급 시인들은 시대적 흐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더욱 깊이 파고드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중견급, 특히 젊은 세대들은 시대상황과 맞물리는 문학을 추구하는 모습도 뚜렷했다. ‘형상’, ‘분단시대’ ‘오늘의 시’ ‘낭만시’ ‘모국어’ ‘자연시’ 동인 등의 활동은 그 같은 분위기에 활력소로 작용했으며, 우리시의 다양성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했다.
1980년대부터 대구시단은 김춘수의 서울 이주로 중진급으로는 신동집의 활동이 거의 독보적인 가운데 전상렬 여영택 권오택 최선영 예종숙 권국명 이정우 박주일 등이 꾸준한 활동을 벌였으며, ‘70년대 시인’으로 불리는 일부 시인들과 새로운 세력군으로 떠오른 ‘80년대 시인’들의 활동이 크게 부각되고 이들의 문학적 성취도 가히 괄목할 만했다.
1980년대 초반에 시집 『진혼․반격』(1981) 『암호』(83)을 낸 신동집은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1983년부터 투병 중에도 끊임없이 시혼에 불을 지피면서 『신동집 시전집』(85) 『송별』(86) 『여로』(87) 『누가 묻거든』(89) 『자전』(89) 등을 내놓는 등 초인적인 열정을 보였다.
전상렬은 시집 『수묵화 연습』(1982) 『전상렬 문학전집』(83)『세월의 징검다리』(86)을 냈으며, 여영택은 시집 『바람의 가시』(1980) 『어릿광대 너네들은 모른다』(83) 『별들의 말』(86)를 냈다. 오랜 침묵 끝에 다시 활기를 보인 권오택은 시집 『해동』(1980)을 발간했으며, 윤혜승은 시집 『무고지민』(1980) 시선집『사랑 이야기 그리고 찬가들』(88) 기념문집 『한 그루 청정한 나무가』(89) 등을 선보였다.
정석모는 시집 『고엽』(1984)를 낸 뒤 작고(87)했으며. 김윤식은 농업에 종사하면서 시집 『하늘이여 너에게』(1984)를, 대구로 다시 돌아온 최선영은 시집 『다리를 건널 때』(1985) 『벽과 나비』(89)를 내면서 자아탐구의 시편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었다.
1960년대 시인의 시집으로 예종숙의 『앞산을 바라보며』(1984) 『쓸쓸한 느낌』(89), 권기호의 『권기호 시집』(82을, 이성수의 『입동 주변』(82), 정재호의 『숨어서 본 연극』(80) 『도시에 나온 촌닭』(87), 금동식의 『미풍』(83) 『길을 가다가』(89), 김낭봉의 『생활의 노래』(82), 박인술의 『사랑변조』(85), 도광의의 『갑골길』(82), 이재행의 『허공의 손장난』(84)과 『그리운 절망』(88, 선집), 이정우의 『그 노래만이 나의 뽐낼 하늘이로다』(83) 『그대의 꿈은 날마다 죽고』(84) 『이 슬픔을 팔아서』(86), 박주일의 『신라유물초』(80) 『피반령 지나면서』(83) 『영원에의 길』(84, 선집) 『잡초기』(88) 『사막의 새우들』(89) 등이 출간됐다.
1970년대 등단 시인들의 시집은 이진흥의 『낙타는 걸어서 어디로 가나』(1986), 이하석의 『투명한 속』(80) 『김씨의 옆얼굴』(84) 『우리 낯선 사람들』(89), 이 완의 『우리의 희망은 꼭 같다』(89), 이기철의 『청산행』(82) 『전쟁과 평화』(85) 『우수의 이불을 덮고』(88) 『내 사랑 해 지는 영토에』(89), 이동순의 『개밥풀』(80) 『물의 노래』(83) 『지금 그리운 사람은』(87), 이태수의 『우울한 비상의 꿈』(82) 『물 속의 푸른 방』(86) 박해수의 『바다에 누워』(80) 『서있는 바다』(86) 『걸어서 하늘까지』(89), 윤태혁의 『우리는 우리』(80) 『아아, 내가 낸가』(83) 『해 저무는 쪽의 식물원』(88), 손병현의 『어느 날의 시』(87), 최석하의 『바람이 바람을 불러 바람 불게 하고』(81) 『물구나무서기』(87), 박정남의 『숯검정이 여자』(85), 구석본의 『지상의 그리운 섬』(85), 강현국의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82), 박재열의 『퀄퀄퀄퀄 물소리』(85), 박소연의 『금빛 새』(86), 박곤걸의 『숨결』(82) 『빛에게 어둠에게』(87),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80) 『남해 금산』(86), 이한호의 『울음을 벗는 돌의 울음』(86), 남재만의 『까치 소리』(82)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85), 양치상의 『저녁 점묘』(81), 송진환의 『바람의 행방』(82), 김호영의 『빛과 뿌리』(86), 조행자의 『영혼의 집 별의 집』(86), 이구락의 『서쪽 마을의 불빛』(86), 이상규의 『종이나발』(84), 이 완(98년 작고)의 『우리의 희망은 꼭 같다』(89) 등이 나왔다.
이하석은 소외되고 사물화돤 인간의 모습을 냉혹하게 묘사하는 세계를 거쳐 자연 친화의 빛깔을 띠면서 인간의 생명을 새롭게 회복하려는 변모를, 이기철은 정신적 높이에 대한 열망을 노래하면서 자연과의 화해로운 마음을 열려는 길 찾기와 서정의 깊어짐을 읽게 했다. 이태수는 불순하고 뒤틀린 현실과 그 반대편의 꿈 사이에서 순수한 자아와 초극의 통로를 찾으려는 집요하고 치열한 갈망의 시편들을, 이동순은 지사적 정신주의에서 조금씩 몸을 바꾸면서 농촌, 자연, 삶에 집착하면서 우리 삶의 동질성 추구를, 최석하는 풍자와 해학, 역설과 반어법으로 엇나가고 비틀려 있는 현실을 준열하게 비판하는 시각을 보여주었다.
해체의 시법으로 우리시에 충격을 가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던 이성복은 동양적인 예지의 번뜩임을 서정의 외양 속에 다지는 변모를 통해 깊이 있는 시적 성취에 닿는 모습이었다.
‘형상’ 동인들인 이진흥 박재열 구석본 이구락 등은 언어의 본래성 추구와 순수시의 지향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진흥은 철학적 사유와 단아한 언어감각의 서정을, 박재열은 환유를 중심축으로 활달한 상상력을, 이구락과 구석본은 전통적인 서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감수성과 현대감각이 돋보이는 내면추구를 통해 각기 개성의 편차를 보이면서 자기세계를 심화했다.
한편 많은 신인들이 등장해 참신한 바람을 일으켰다. 김경호(80 매일신문 신춘문예) 배창환(81 세계의 문학) 김세웅(81 시문학) 김상환(81 월간문학) 윤성근(81 월간문학) 박기영(81 매일신문 신춘문예) 박상봉(81 시문학, 국시) 이문길(81 시집) 문형렬(82 조선일보 신춘문예) 김선굉(82 심상) 신중혁(82 현대시학) 이유환(82 현대시학) 장하빈(장지현, 82 한국문학) 김용락(84 창작과 비평 『17인 신작시집』) 서정윤(84 현대문학) 정대호(84 분단시대) 김윤현(84 분단시대) 장정일(84 언어의 세계) 문인수(85 심상) 김주완(84 현대시학) 서지월(85 심상, 86 한국문학) 박진형(85 매일신문 신춘문예, 88 현대시학) 박방희(85 실천문학) 손남천(86 심상) 송재학(77 매일신문 신춘문예 가작, 86 세계의 문학) 조기현(86 시문학) 김완준(86 매일신문 신춘문예) 손진은(87 동아일보 신춘문예) 최재목(87 매일신문 신춘문예) 성기열(87 시문학) 장옥관(87 세계의 문학) 구광본(87 세계의 문학 ‘오늘의 작가상’) 윤성도(88 시문학) 백종식(88 시문학) 서대현(88 불교문학) 박윤배(89 매일신문 신춘문예, 97 시와 시학) 이동엽(89 문학정신) 이원규(89 실천문학) 김두한(89 현대시학) 서대현(88 불교문학) 김상연(89 우리문학) 김연대(89 예술세계) 우영규(89 시맥문학) 임무웅(89 동양문학, 2003년 작고) 임병기(89 죽순, 91 문학세계) 등이 그들이다.
1980년대에는 여성시인들도 크게 늘어났다. 김동희(1980 현대문학) 김경옥(80 월간문학) 백미혜(82 심상) 이숙희(82 현대시학) 권운지(82 현대시학) 정화진(86 세계의 문학) 정화식(86 죽순) 강남옥(88 매일신문 신춘문예) 유정자(88 현대시학) 박소유(88 부산일보 신춘문예, 90 현대시학) 송종규(89 심상) 황명자(89 문학정신)와 김숙영(86 시와 의식) 조예근(88 죽순, 시집) 정재숙(89 시집) 김세현(1989 죽순, 2000 월간문학) 등이 등단했다. 그 이전까지 등단한 여성 시인은 1950년대 말에 등단한 최선영, 1970년대에 등단한 이옥희 박정남 박소연 조행자 뿐이었으므로 엄청난 도약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의 시집은 배창환의 『잠든 그대』(84), 김세웅의 『삼중주』(86), 김주완의 『구름꽃』(84) 『어머니』(88), 이문길의 『허생의 살구나무』(81) 『내 잠이 아무리 깊기로서니』(83), 최재목의 『기다리는 꿈』(83), 김선굉의 『쟝주네를 생각함』(85) 『아픈 섬을 거느리고』(88), 신중혁의 『상수리나무의 잠』(85) 『말씀』(88), 서정윤의 『홀로서기 1』(87) 박방희의 『불빛 하나』(87) 『홀로서기 2』(89), 김용락의 『푸른 별』(87), 김윤현의 『창문 너머로』(88), 문인수의 『늪이 늪에 젖듯이』(86)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86), 서지월의 『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88) 『강물과 빨랫줄』(89), 송재학의 『얼음시집』(88), 구광본의 『강』(87), 윤성도의 『시인은 나귀를 타고』(88), 조두섭의 『눈 내리는 날도 대숲은 파랗다』(82), 조기현의 『길들의 여행』(88) 서대현의 『액땜』(88), 임병기의 『귀향』(88) 등이 출간됐다.
여성시인의 시집으로는 김동희의 『순례자의 잠』(1989), 김경옥의 『증기기관차의 추억』(88), 백미혜의 『토마토 씨앗을 심은 후부터』(86), 이숙희의 『내가 낙엽 되어 그의 호주머니 채우리](86) 권운지의 『소작인의 가을』(83), 정재숙의 『네 시린 발목 덮어』(89), 이순옥의『밤에 쓴 편지』(87) 등이 나왔다.
198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은 이 년대의 후반기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비극적 자아의 모습을 까다로운 문맥으로 교직하면서 객관적 묘사로 감수성의 번뜩임을 보여주는 송재학, 소외된 삶에 연민을 보이면서 현실초극 의지를 떠올리는 장옥관을 비롯한 ‘오늘의 시’ 동인은 현실과 자아탐색의 작업을 벌여 ‘자유시’ 동인에 이어 문단의 강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비극적인 분단 현실의 뿌리를 캐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겨냥하는 ‘분단시대’ 동인의 배창환 김용락 김종인 김윤현 정대호 등은 역사와 현실을 준열한 눈으로 바라보며 민중적 정서를 추구해 대구시단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서정에 탐닉하면서 향토적 정서에 천착하는 서지월, 서정을 바탕으로 내면세계를 지적인 통찰력 형상화하는 김세웅, 서정에 뿌리를 두고 조화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김상환 등 ‘낭만시’ 동인들도 활기를 보였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지적인 통찰력으로 내면세계를 화해의 공간으로 떠올리는 김선굉, 토속적인 정서에 뿌리를 두면서 소외감과 허무를 젖은 감성으로 건져 올리는 문인수, 메타시의 영역을 새롭게 일구며 존재론적 세계를 파고든 손진은, 흙냄새 물씬 배어 있는 한의 정서를 추구하는 이문길, 원초적인 감정과 정서를 감성적으로 그리면서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부상한 서정윤 등의 활동도 주목에 값해주었다.
이 무렵 여성시인들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형상' 동인 김동희, '오늘의 시' 동인 정화진, '낭만시' 동인 김경옥, '자연시' 동인 권운지 이숙희와 서양화가 시인 백미혜 등이 여성 시단에 새 바람을 일으켰으며, 박소유 송종규 등의 참신한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박정남은 감각적인 언어구사와 상상력의 자유로움으로, 정화진은 의식의 흐름과 일상의 감정들을 활달한 언어로 시화해 주목됐다. 어둠에 대한 끈질긴 성찰로 일상의 느낌들을 역사의식과 접맥시킨 권운지, 서양화가답게 회화적인 이미지로 개성적인 시어와 섬세한 언어 감각을 보여온 백미혜, 맑고 탄력성 있는 감성의 표출에서 첨예한 감수성과 언어 실험 쪽으로 변신한 송종규와 박소유의 활동은 여성시의 새로운 지평을 다채롭게 열었다.
1990년대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경기침체, 국제화의 물결, 이념의 붕괴, 정치적인 혼란, 디지털 시대에로의 이행 등 급격한 시대 변화는 문학의 설 자리를 흔들고 좁혀놓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의 창작층이 다변화되기 시작했지만, 그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돼 대구시단은 ‘다양성이 곧 특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문인은 많아도 문단은 없는’ 풍토에 계간시전문지『시와 반시』와 계간문학지 『사람의 문학』이 창간됐으나 문학 저널리즘의 서울 집중현상은 여전했으며, 문학운동체인 동인활동 등 소집단 운동이 급격히 가라앉는 현상을 보였다.
1992년에는 계간시전문지 『시와 반시』(공동주간 강현국 구석본 박재열)가 창간되고, 1993년에는 진보성향의 계간문학지 『사람의 문학』(편집위원 김용락 김윤현 김종인 배창환 김종인 정대호 정만진)이 출범, 대구지역에 뿌리를 둔 문학지로 부상하면서 그 가능성을 열었다.
대구문인협회가 계간으로 발간하는『대구문학』과 동인지 성격의 문예지로 바뀐 『죽순』(발행인 이윤수), 반연간지 『문예비평]』(주간 이기철), 시무크 『전개』(책임편집 이재행 박기섭), 대구시인협회의 연간작품집 등도 대구시단 형성과 발전에 이바지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특히 중․장년 여성들의 늦깎이 문단 진출이 러시를 이루는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등단은 다소 뜸해졌다. 일부 빼어난 문인들 외에도 많은 시인들이 평준화 현상을 보였으며, 문단 등용문이 대폭 확대되기도 했다.
신동집은 투병하면서도 『백조의 노래』(90) 『귀향․이향』(91) 『안드로메타』(92) 『신동집 전집』(92) 『시인의 출발』(93) 등을 내놓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으며, 전상렬은 시집『시절단장』(90)『보이지 않는 힘』(95)과 『시인의 고향』(90) 등을 출간했다.
여영택은 시집 『걱정거리 풀이』(90) 『구겨진 춤』(93) 『엇가락』(94) 등을 내놓았고, 권오택은 시집 『초록빛 바람이 불면』(91) 『백 원짜리 행복』(92) 등을 낸 뒤 1999년 작고했다. 홍성문은 오랜만에 시집 『양 속의 바다』(95)를 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재개한 김경환은 문예지를 통해 의욕적인 활동을 하다가 1992년 작고, 유고시집 『보름달은 무겁다』(92)를 남겼다.
1960년대 시인으로는 예종숙이 『보랏빛 노을』(93)을, 권국명은 『그리운 사랑이 돌아와 있으리라』(97)을, 박주일은 『피그미풀꽃』(91) 『시의 하늘 구만리』(91, 시선집) 『제비풀들이』(1994) 『는개 그리고 달빛』(99) 등을, 이정우는 『이 세상의 저녁시간에』(91) 『흰 치자꽃을 머리에 꽂고』(91, 시선집) 『앉은뱅이꽃의 노래』(94) 『내 생애의 바닷가에서』을 내놓으면서 꾸준히 정진했다.
1970년대 시인들의 활동은 1990년대 들어 더욱 고조됐다. 이 시기에 출간된 시집은 ‘자유시’ 동인인 이하석의 『측백나무 울타리』(92) 『금요일에는 먼데를 본다』(96), 이기철의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93) 『열하를 향하여](95), 『유리의 나날』(98), 이동순의 『철조망 조국』(91)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92) 『봄의 설법』(95) 『꿈에 오신 그대』(95) 『봄의 설법』(95) 『가시연꽃』(99), 이태수의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90) 『꿈속의 사닥다리』(93) 『그의 집은 둥글다』(95) 『안동 시편』(97) 『내 마음의 풍란』(99), 박해수의 『자유꽃』 『스물의 화약 냄새』(90) 『별 속에 사람이 산다』(92), 강현국의 『절망의 이삭』(92) 『견인차는 멀리 있다』(96)와 ‘형상’ 동인인 이진흥의 『칼 같은 기쁨』(99), 구석본의 『노을 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98) 등이 나왔다.
우리나라 시단에 선풍을 일으킨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90) 『호랑가시나무의 기억』(93)을 비롯해 윤태혁의 (2004년 작고)의 『모반의 화살』(92, 선집) 『또다시 서정시대』, 박곤걸의 『가을 산에 버리는 이야기』(95), 김주완의 『엘리베이터 안의 20초』(94), 이상규의 『대답 없는 질문』(92), 김호영의 『길 없는 길에 어둠을 벗고』 『어항 속 금붕어』(98)) 등이 이때 발간됐다.
1980년대 시인들의 시집은 ‘오늘의 시’ 동인인 송재학의 『살레시오네집』(92) 『푸른빛과 싸우다』(94), 장옥관의 『황금연못』(92) 『바퀴소리를 듣는다』(95)를 비롯 문인수의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90) 『뿔』(92) 『홰치는 산』(99), 손진은의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92)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96) 등이 출간됐다.
배창환의 『다시 제자들에게』(91) 『백두산 놀러가자』(94), 김윤현의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까』(96) 등 ‘분단시대’ 동인들의 시집과 ‘낭만시’ 동인인 서지월의 『가난한 꽃』(93)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94) 『팔조령에서의 별보기』, 김상환의 『영혼의 닻』(1990), 김세웅의 『날이 갈수록 별은 보다 높이 뜨고』(94) 『돌아가는 길』(95), 박윤배의 『쑥의 비밀』(93) 등과 박진형의 『몸나무의 추억』(94), 김선굉의 『밖을 내다보는 남자』(95), 이문길의 『주인 없는 산』(92), 박방희 『세상은 잘도 간다』(91) 이유환의 『이방인의 가을』(90), 서정윤의 『나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요』(91) 『홀로서기 3』(93) 『홀로서기 4』(95), 박기영의 『숨은 사내』(91), 백종식의 『록키산맥의 국어선생』(91), 이원규의 『빨치산 편지』(90), 조두섭의 『눈물이 강물보다 깊어 건너지 못하고』(95), 김두한의 『슬플 때는 거미를 보자』(1993), 김연대의 『꿈의 가출』(93) 『꿈의 해후』(96), 최재목의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98), 임병기의 『산하는 날마다 기쁨』(91) 『난을 닮은 여자』(93) 『밤바다의 그리움』(95) 등도 이 무렵에 선보였다.
이들 중 문인수 송재학 장옥관 서지월 손진은 배창환 등의 시집은 문단의 강한 조명을 받았으며, 서정윤은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부상했다. 특히 1980년대에 늦깎이 등단을 했던 문인수는 이 시기에 급부상했다.
여성시인으로는 1970년대에 등단한 박정남의 『길은 붉고 따뜻하다』(92), 조행자의 『이상한 날의 기억』(92)을 비롯해 1980년대에 등단한 백미혜의 『에로스의 반지』(95), 권운지의 『빈집의 나날』(91), 정화진의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90)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95), 송종규의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90), 『고요한 입술』(97), 박소유의 『사랑 모르는 사람처럼』(97) 등이 나와 주목됐다.
이들 여성시인들은 참신한 개성으로 여성 특유의 서정에 뿌리를 두고 조화로운 세계를 지향해 여성시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감각적인 언어구사와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박정남, 의식의 흐름과 일상의 감정들을 활달한 언어로 건져 올린 조행자와 정화진, 회화적 이미지와 서정적 자아를 아름답게 떠올리는 백미혜, 어둠에 대한 끈질긴 성찰로 일상의 느낌들을 역사의식과 접맥시키는 권운지, 맑고 탄력성 있는 감성의 표출에서 첨예한 감수성과 언어실험 쪽으로 변신한 송종규 등이 돋보였다.
이 시기에 김숙영은 『아베나라 아베땅』『억새는 바람에도 눕지 않는다』, 유정자는 『징소리에 실려 올 꽃의 숨소리』(91), 조예근은 『봄을 위한 서곡』(96), 을 내놓았다.
1990년대 들어서는 엄원태(90 문학과 사회) 여종구(90 문학과 비평) 노태맹(90 문예중앙) 윤희수(91 현대시학) 김정식(91 심상) 신주월(신기훈, 91 심상) 박영호(92 시와 시학) 김상홍(92 심상) 이진엽(92 시와 시학) 황병목(92 실천문학) 박상옥(93 심상) 최서림(93 심상) 윤 우(93 매일신문 신춘문예) 정 훈(94 심상) 김호진(94 심상) 최동룡(94 시와 시학) 김현식(94 매일신문 신춘문예) 김영근(93 시와 반시) 조두섭(95 시와 시학) 홍승우(95 동서문학) 송광순(95 심상) 이승주(95 시와 시학) 류시원(95 영남일보 신춘문예, 96 현대시학) 이동백(96 현대시) 여 정(98 동아일보 신춘문예), 최남잘(98 작가세계) 김윤곤(98 현대시학) 박국현(99 다층) 등이 등단했다.
김용주(90 한국시) 최재명(90 시와 의식) 이상번(90 우리시대 젊은 시인들) 김호달(90 문학세계, 91년 작고) 황인동(91 대구문학) 권국현(91 한국시) 허홍구(91 문학공간) 유 종(91 우리문학) 김기진(91 문학세계) 정영화(91 문학세계) 정원호(91 우리문학) 윤석칠(91 시와 의식) 김만권(91 농민문학) 김경호(92 문학공간, 2004년 작고) 김철규(92 시세계) 최우석(92 문예한국) 최영덕(92 문예한국) 최영조(92 문예한국) 황무룡(93 대구문학) 서정은(93) 박정곤(93 우리문학) 이극로(93 우리문학) 윤한걸(93 죽순문학) 김동원(94 문학세계) 김지우(94 문학세계, 2000 문학과 의식)) 류근삼(95 사람의 문학) 송춘길(95 사람의 문학) 권영호(95 문예한국) 공영구(96 우리문학, 2005 심상) 조삼도(96 해동문학) 최재현(97 문예한국) 김원호(98 문예사조) 김종태(98 문예한국) 최규목(98 대구문학) 이행우(98 대구문학, 2003 문예사조) 윤상화(98 문학세계) 김창제(99 대구문학) 손남주(99 해동문학) 변형규(99 대구문학, 2003 월간문학) 등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등단한 여성시인은 김복연(1990 한국문학) 문차숙(90 시문학) 최계순(90 한국문학) 황영숙(90 우리문학) 강문숙(91 매일신문 신춘문예, 93 작가세계) 김재인(김영미, 91 현대시) 이정화(91 시와 시학) 강해림(1991 민족과 문학, 99 현대시) 박지영(92 심상) 김황희(92 심상) 정유정(92 현대문학) 이명주(92 시문학) 정 숙(91 우리문학, 93 시와 시학) 김정양(94 시와 반시) 이혜자(95 매일신문 신춘문예) 박미란(95 조선일보 신춘문예) 이규리(95 현대시학) 전성미(95 시문학) 유자란(95 현대문학) 박미영(95 시와 반시) 김필영(95 심상) 주금정(95 현대문학) 박주영(95 심상) 황영희(95 대구일보 신춘문예, 98 심상) 배정미(94 시문학) 류외향(96 매일신문 신춘문예) 장혜랑(96 현대문학) 김미지(96 월간문학) 양 희(96 문학정신) 김현옥(97 매일신문 신춘문예) 이은림(97 영남일보 신춘문예, 2001 작가세계) 정이랑(97 문학사상) 강초선(97 심상) 이명숙(97 월간문학) 문성해(98 매일신문 신춘문예, 03 경향신문 신춘문예) 박미향(98 영남일보 신춘문예) 박이화(98 현대시학) 안윤하(98 시와 시학) 조숙희(98 심상) 배영옥(99 매일신문 신춘문예) 박숙이(99 시안) 고희림(99 작가세계) 서 하(98 대구문학, 99 시안) 김안려(99 심상) 등으로 대구시단의 여성시대를 예고했다.
황영숙(90 우리문학) 구양숙(91 우리문학) 이옥진(91 우리문학) 김정신(91 시세계) 김소운(91 죽순, 97 시대문학) 문수영(92 서세루, 2003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김미영(92 문학세계, 93 해동문학) 김기연(93 한국시) 성명희(93 대구문학) 신구자(94 대구문학) 김분옥(94 문예한국) 정해경(94 한글문학) 함명숙(94 문예사조) 이정애(95 한맥문학) 김민정(95 한국여성문학상 대상) 박복조(96 시대문학) 이순옥(96 대구문학) 권복술(96 한맥문학) 권길자(97 시대문학) 이계희(97 신세대문학) 이정애(97 한맥문학) 이해리(98 시대문학) 김은령(98 불교문예) 노정분(98 시대문학) 임 해(98 대구문학) 천영애(98 문예한국) 김경윤(99 불교문예) 김서정(99 불교문예) 등도 199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이다.
1990년대 시인들 가운데는 이미 1970년대에 엄붕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엄원태는 1990년대에 시집 『침엽수림에서』(1992) 『소읍에 대한 보고』(95)를 냈으며, 노태맹은 『유리에 가서 불탄다』(95), 이진엽은 『아직은 불꽃으로』(95), 최서림은 『이서국으로 들어가다』(95)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97), 박영호의 『산길에서 중얼거리다』(96), 조두섭은 『눈물이 강물보다 깊어 건너지 못하고』(95), 최동룡은 『슬픔의 현』(95), 박상옥은 『내 영혼의 경작지』(97), 윤희수는 『드라이플라워』(98)를 내놓아 각광을 받았다.
이들 1990년대 등단 시인 중 이미 개성적인 세계를 열어온 엄원태에 이어 노태맹 최서림 이진엽 조두섭 등이 이 시대의 시문학을 더욱 새롭게 하는 영역을 펴보였다. 특히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개성적인 시각으로 형상화하면서 ‘폐허의 향기’로 가득한 세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엄원태, 형이상학적 고뇌를 개성적인 언어로 형상화하는 노태맹, 말의 육체를 탐사하면서 설화적 세계(이서국)를 그의 말 속에 끌어넣는 등 독특한 상상력을 펴보이다가 서울로 이주한 최서림 등의 활동은 괄목할 만했으며, 박영호 이진엽 조두섭의 시는 지성과 감성의 균형감각, 삶의 현장성과 정서적 울림으로 각기 개성을 보여주었다.
이 무렵 윤일현은 시집 『낙동강』(94), 박창기는 『열림을 위한 넋두리』(90) 『또 다른 나를 찾아서』(92) 『창 밖에 내리는 별빛』(94) 『나무가 쓴 편지』(96) 『아직도 못 다한 무념의 그리움』(96), 김창제는 『고물장수』(92), 정지강은 『양달이 짙어지면 지워질 자죽』(94), 김용주는 『목숨에게』(95), 류근삼은 『개불란』(95) 『글마가 절마가』(96) 『민통선 안에서』, 황무룡은 『수채화로 번지는 꿈속』 『차나 한잔 들고 가게』 『꽃이 필요하다』, 최우석은 『길․인간․새』(95), 허홍구는 『사랑 하나에 지옥 하나』(96) 『네 눈으로 나를 본다』(98), 공영구는 『엄마의 땅』(97), 김경호는 『무언의 사랑』(98), 김기진은 『그리움은 창가에 성에 되어』(90) 『애월』(94), 이창은은 『대공산』(94) 『적멸해』(97) 『팔공필경』(99), 박정곤은 『그래 자비란』(96), 황병목은 『임시공휴일』(96) 김동원은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97), 김용주는 『목숨에게』 『바다로 난 길』 『느티나무숲』(97), 황인동은 『작은 들창에 따스한 등불 하나』(97), 김종태는 『그리움은 강물처럼』(98), 조삼도는 『물푸레 숲그늘에서』(98), 김지우는 『흐르는 시간마다 그대가 있다』(98), 손남주는 『억새꽃 필 때까지』(99), 최영조는 『아름다운 이별』(98)을 내놓았으며, 국어학자인 김종택은 시집 『만촌동 수탉』을 출간했다.
1990년대의 여성시인 시집으로는 김복연의 『봄비 내리는 나라』(91), 이정화의 『포도주를 뜨며』(94), 강문숙의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95), 정유정의 『보석을 사면 캄캄해진다』(95) 이명주의 『집은 상처를 만들지 않는다』(95), 박지영의 『서랍 속의 여자』(95), 정 숙의 『신처용가』(96), 이옥진의 『우리는 가끔 바꾸고 싶어진다』(99) 등이 선보여 대구 여성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1990년대에 등단한 김복연 강문숙 이정화 박지영 정유정 이명주 정 숙 등은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었다. 첨예한 언어감각으로 강렬한 자의식을 내비치면서 외부세계를 자기화하거나 자신의 에고를 외부세계로 투사․확산하는 강문숙, 일상의 느낌들에 천착하면서 시간 속에 갇힌 자신을 성찰하고 그 초극의 길을 탐색하는 박지영, 소외와 내상을 뛰어넘으려는 방황과 모색으로 자기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아나서는 김복연, 처용 아내를 자칭하면서 비틀린 여성의 삶을 독특한 어조로 희화화한 정 숙 등의 활동은 강한 인상을 심었다.
문차숙의 『사랑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91), 김정신의 『묘비묘비묘비』(92), 김황희의 『먼 그리운 그날』 『뻐꾹새』 『하늘에 심은 마음』(92) 『채송화 꽃씨의 눈물』(93), 이순옥의 『님과 함께 걷는 길』(1994), 배정숙의『부칠 수 없는 편지』(1995) 등 5권, 권복술은 『이름 없는 풀꽃』(96), 변영숙의 『오디빛, 꽃댕기 쪽지고』(99) 등도 이 시기에 나온 시집들이다.
2000년 이후
새 세기를 맞아 외환의기(1997)의 후유증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는 사이 세상도 크게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의 가속화는 활자매체의 설자리를 좁힌 데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정신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문학(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이후 대구시단은 ‘여성 시대’로 바뀔 정도로 문학을 지망하는 남성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아마추어 수준의 창작층이 다변화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하향평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독자 없는 시인들만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양적 풍요 속의 질적 빈곤’의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시대상황에도 문학을 가치관의 중심에 두는 시인들의 외길 걷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1960년대 이전 등단 시인들의 시집은 권국명의『으능나무 금빛 몸』(2002) 『초록교신』(06), 도광의의 『그리운 남풍』(03), 박주일(2009년 작고)의 『물빛, 그 영원』(01) 『가솔송아 꿈결 같구나』(05) 『서둘지 말자 바람아』(10, 유고시집), 이정우의 『사람의 길』(02) 『울지 않는 마돈나』(05) 『하나의 꿈』(05, 시선집) 등이 발간됐으며, 각기 중후한 세계를 펼쳐보였다.
1970년대 시인 등 일부 중진시인들의 활동은 전국적으로도 대구시단의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자유시’ 동인 이하석은 『녹』(01) 『고령을 그리다』(01)『것들』(06) 『상응』(11), 이태수는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04) 『회화나무 그늘』(08), 이동순은 장편서사시 『홍범도』(03)를 비롯 『기차는 달린다』(01)『아름다운 순간』(02) 『그대가 별이라면』(04) 『마음의 사막』(05)『미스 사이공』(05) 『발견의 기쁨』(09), 이기철은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2000) 『가장 따뜻한 책』(05) 『정오의 순례』(06)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08), 박해수는 『사람이 아름다워』(2000)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죽도록 외로우면 기차를 타라』(02) 『기차 푸르른 네 잎 속으로』 『기차가 네 몸 속으로 들어갔다』(04) 『살아 있는 만남』(05), 강현국은 『고요의 남쪽』(04) 『달은 새벽 두 시의 감나무를 데리고』(11) 등을 내놓았다.
‘형상’ 동인 구석본은 『쓸쓸함에 관하여』(05), 박재열의 『은유를 떼기치다』(2000) 『꽃의 빠롤』(05) 『식물도감』(05, 시선집), 이구락은 『그해 가을』(02) 『와선』(10, 시선집) 등을 냈으며, 서종택은 『보물찾기』(2000), 이성복은 『아, 입이 없는 것들』(03)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03), 송진환은 『잡풀의 노래』(2000) 『조롱당하다』(05), 이상규는 『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02) 『헬리콥터와 새』(06) 등을 선보였으며, 『하늘말귀에 눈을 열고』(02) 『무지개 너머』(06) 등을 낸 박곤걸은 2009년 작고했다.
1980년대 시인들의 활동은 가히 눈부셨다. 문인수의 『동강의 높은 새』(2000) 『쉬!』(06) 『배꼽』(08), 송재학의 『기억들』(01) 『진흙 얼굴』(05) 『내간체를 얻다』(11), 장옥관의 『하늘우물』(03)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06), 배창환의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2000) 『겨울 가야산』(06), 김윤현의 『적천사에는 목어가 없다』(2000) 『들꽃을 엿듣다』(07) 『지동설』(10), 김용락의 『시간의 흰 길』(2000) 『폭설』(08), 정대호의 『어둠의 축복』(08), 서지월의 『백도라지꽃의 노래』(02)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03) 『바람 불어 좋은 날』(09), 서정윤의 『따옴표 속에』(05), 김선굉의 『철학하는 엘리베이터』(03) 『나는 오리 할아버지』(10), 박진형의 『풀밭의 담론』(02) 『너를 숨쉰다』(05) 『퍼포먼스』(07), 이유환의 『용지봉 뻐꾸기』(04), 윤성도의 『악마의 트릴』(05), 최재목의 『길은 가끔 산으로 접어든다』(03) 『가슴에서 뜨거웠다면 모두 희망이다』(04) 『잠들지 마라 잊혀져간다』『해피 만다라』(09), 장하빈의 『비, 혹은 얼룩말』(04), 박상봉의 『카페 물땡땡』(07), 박윤배의 『얼룩』(02) 『붉은 도마』(09), 김두한의 『해를 낳은 둥지』(09), 이문길의 『오목눈이 고향』(10) 등 주목되는 시집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문인수 송재학 장옥관의 정진은 대구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학적 성취를 이끌어냈다. 문인수는 근원적인 비애를 끌어안으면서 자연을 구성하는 사물들 하나하나와 몸을 통해 내면으로부터 조응하면서도 실존적인 물음을 놓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상했다. 송재학의 시는 사물이 숨기고 있는 비의가 곧 인간의 내면이며, 인간의 내심이 품은 정서가 곧 사물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으며, 장옥관의 시는 흔들리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신의 지표를 찾는 길을 보여주며, 무한한 것과 절대적인 것의 가시적 표상을 떠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종식의『나는 섬이 되고 싶다』(07), 김연대의 『꿈의 회향』(02), 김종태의 『바람이 엮은 세월』(01) 『별이 빛나는 밤에』(03) 『나의 화수분』(06), 김창제의 『고철에게 묻다』(02) 『녹, 그 붉은 전설』(04) 『나사』(10), 우영규의 『인애』(05) 『여왕개미와 도동댁』(08) 등도 2000년 이후 나온 시집들이다.
199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의 시집으로는 엄원태의 『물방울 무덤』(07), 노태맹의 『푸른 염소를 부르다』(08), 최서림의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2000) 『물금』(10), 김영근의 『행복한 감옥』(01), 이진엽의 『낯선 벌판의 종소리』(02), 조두섭의 『망치로 고요를 펴다』(04), 이동백의 『수평선에 입맞추다』(04), 김호진의 『생강나무』(05), 홍승우의 『식빵 위에 내리는 눈보라』(07), 윤희수의 『풍경의 틈』(04), 여 정의 『벌레 11호』 등이 뚜렷한 개성을 보인 시집들이다.
이들 중 이미 1990년대부터 부각된 엄원태 노태맹 최서림 이진엽 외에 내면과 일치를 꿈꾸는 자아와 그로부터 일탈하려는 자아의 갈등과 화해를 이원적으로 그린 조두섭, 응축된 삶의 꿈틀거림을 섬세한 언어로 세공한 이동백, 대상을 관조의 형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출한 김호진, 꿈과 사랑의 주제를 맑고 순정적인 목소리로 노래한 홍승우, 풍경의 틈과 틈 사이의 미묘한 울림들을 포착한 윤희수, 특유의 환상적이고 자폐적인 실존의 무늬들을 떠올린 여 정 등의 시집들이 주목됐다.
박상옥의 『허전한 인사』(05) 『세월 걸음』(08), 최동룡의 『울릉도로 갈까나』(2000), 황병목의 『달에게 길을 묻다』(2000), 이승주의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01) 『내가 세우는 나라』(06), 『위대한 표본책』(10), 송광순의 『나는 목수다』(06), 여종구(1995년 작고)의 『흐린 날은 사람이 그립다』(04, 유고시집), 공영구의 『오늘 하루』(09) 등도 호평을 얻었다.
역시 1990년대에 등단한 시인들의 시집으로는 권영호의 『바람은 속도계가 없다』(2000), 정지강의 『사랑의 빚』(01), 허홍구의 『내 니 마음 다 안다』(01) 『사람에 취하여』(08) 『그 사람을 읽다』(10), 박국현의 『붉은가슴울새의 기억』(03) 류근삼의 『거미울 고개』(03) 『황새울』(07), 변형규의 『솔방울박새』(04), 황인동의 『비는 아직 통화중』(06), 김동원의 『구멍』(02) 『처녀와 바다』(04), 공영구의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06), 김용주의 『그림자』(05), 박창기의 『그 바다에 가고 싶다』(2002) 『내 배경에 명예를 달다』(02) 『사랑을 읽다』(04) 『바다경전』(05) 『작은 새』(07) 『마음꽃을 걸다』(09) 『기쁜 파랑』(09), 손남주의 『날개, 파란 금을 긋다』(05), 최규목의 『샛강에서 자맥질하다』(04), 황무룡의 『죽비소리』(07), 서정은의 『길에서 주운 돌 하나』(06)『눈부신 오후』(11) 등이 선보였다.
1970년대 등단 여성시인들의 시집으로는 박정남의『이팝나무 길을 가다』(2001) 『명자』(08), 이숙희의 『붉은 길』(05), 조행자의 『지금은 3시』(07) 등이 자기세계의 심화를 보이며 주목에 값해주었으며, 그 다음 세대인 백미혜의 『별의 집』(2001), 박소유의 『어두워서 좋은 지금』(11), 송종규의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03) 『녹슨 방』(06), 황명자의 『귀단지』(05) 『절대고수』(11), 정재숙의 『몽산집』(10) 등은 주요 성과들이었다. 조예근의『하얀 날개』(2000) 『순교하는 나무들』(04), 유정자의 『그 해 여름 바다의 기억』(2000), 김숙영의『그런 날은 비가 오더라』(02) 등도 같은 시기에 선보인 시집들이었다.
이들 시집들 중 자신의 세계를 더욱 깊게 파고든 박정남 조행자 백미혜 송종규 외에 미학적 시선으로 삶과 존재의 세목들을 신선한 감각으로 기호화한 박소유, 에로티시즘을 통한 여성성의 비의를 표출한 황명자의 시편들이 눈길을 끌었다.
1990년대에 등단한 여성시인들의 참신한 시집은 2000년 이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쏟아져 나왔다. 김복연의『집이 멀었으면 좋겠다』(2000) 『그늘』(07), 유자란의 『사파이어녹색부전나비』(2000), 강해림의 『구름사원』(01) 『환한 폐가』(06), 이명주의『곡비』(02), 박지영의 『귀갑문 유리컵』(02), 정 숙의『위기의 꽃』(02) 『불의 눈빛』(06) 『바람다비제』(09), 김재인의 『캐스터네츠 소리』(02), 김은령의 『통조림』(02), 박주영의 『문득, 그가 없다』(03), 고희림의 『평화의 속도』(03), 강문숙의 『탁자 위의 사막』(04) 『따뜻한 종이컵』(09), 박미영의 『비열한 거리』(03) 이규리의 『앤디 워홀의 생각』(04) 『뒷모습』(06), 김미지의 『문』(04), 김정신의 『기억 속 줄무늬』(04) 『이 그물을 어찌 짜랴』(08), 강초선의 『구멍』(05), 정이랑의 『떡갈나무잎들이 길을 흔들고』(05), 문차숙의 『빈 집에 돌아오다』(06)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10), 전성미의 『강물을 만나고 싶다』(06), 김현옥의 『언더그라운드』(08) 『니르바나카페』(10), 문성해의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07), 박이화의 『그리운 연어』(06), 이해리의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05) 『감잎에 쓰다』(10), 이은림의 『태양중독자』(06), 배영옥의 『뭇별이 총총』(11), 장혜랑의 『바람의 입』(11)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중 1990년대에 이미 떠오른 강문숙 김복연 박지영 정 숙 외에 섬세하고 세련된 감수성으로 대상의 미세한 기미들까지 복합적인 빛깔로 떠올리고 내면화하는 이규리, 전복적 상상력의 독창성과 고밀도의 상징을 추구하는 박미영, 발랄한 언어감각으로 자기성찰과 외부와의 소통과 초월에의 꿈을 길어내는 김현옥, 전통적인 서정시를 특유의 감성으로 새롭게 추구하는 이명주 박주영 유자란 이해리, 내면세계를 독특한 상상력과 언어감각으로 길어내는 문성해 배영옥 이은림,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고희림,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발랄한 감각으로 천착하는 박이화 등의 개성은 돋보인다.
또한 김기연의 『노을은 그리움으로 핀다』(01) 『소리에 젖다』(06), 신구자의 『낫골 가는 길』(05), 최계순의 『키스』(08), 박윤혜의 『일순의 향기에 만겁이 머물러』(2000), 박복조의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03) 『세상으로 트인 문』(07) 『빛을 그리다』(10), 이순옥의 『사랑의 빛』(03), 변영숙의 『들꽃들아 너네들은 참 좋겠다』(04), 이정애의 『고목』 『완행열차』『잡초』등도 잇달아 출간됐다.
2000년 이후 대구시단은 1980․90년대에 비해 남성 신인 기근현상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의 시단 진출 역시 그 이전보다는 다소 부진한 편이었다. 남성의 경우 일간지 신춘문예나 권위와 전통이 깊은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고, ‘양적 풍요 속의 질적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시단에 나온 시인은 서 담(2001 시와 사람) 박칠근(2003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1년 작고) 김욱진(03 시문학) 신영조(05 현대시학) 우종구(04 월간문학) 신표균(06 유심, 07 심상) 이영록(07 정신과 표현) 이무열(10, 유심) 등이 비교적 검증되고 널리 인정되는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
그 밖의 남성시인은 박원식(2000 미네르바, 2006년 작고) 박재희(2000 대구문학) 김주곤(2000 문예한국, 06 문학예술) 권영배(2000 한맥문학, 05 문학예술) 안용태(2000 해동문학) 권순진(01 문학시대), 여한경(01 문예운동) 김정무(01 대구문학) 이재석(01 오늘의 문학) 임제훈(01 한국시) 박병영(02 열린문학, 04 예술세계) 조무제(02 문학예술) 지현배(03 문학예술) 김찬일(03 문학사랑) 이태석(03 문학세계) 최경호(03 문학저널) 이복곤(03 열린문학, 06 문예한국) 이창수(03 문학 21) 김인화(03 문학세계) 최종이(03 문학세계) 임종훈(03 생각과 느낌, 04 문학의 향기) 권영시(04 문학예술) 이상길(04 문학예술) 장영길(04 문학저널) 류영구(04 한울문학) 최태준(04 스토리문학) 최덕기(05 순수문학) 김청수(05 한울문학) 박병구(05 문학세계) 신용성(05 스토리문학) 이성기(06 문학예술) 이수리(06 문학예술) 이승렬(06 문학예술) 김종환(07 문학세계) 등을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보면,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김숙자(2000 현대시) 류인서(2000 시와 사람, 01 시와 시학) 이채운(2000 영남일보 신춘문예) 이별리(2000 대구일보 신춘문예) 조은서(2000 월간문학) 장혜승(2000 대구문학, 03 현대시학) 이자규(01 시안) 강수정(01 문학과 경계) 유가형(01 문학과 창작) 박경조(01 사람의 문학) 이 향(02 매일신문 신춘문예) 임경림(02 한국일보 신춘문예) 김위숙(경경윤, 02 현대시) 김옥숙(03 매일신문 신춘문예) 천수호(03 조선일보 신춘문예) 서영처(03 문학․판) 정하혜(03 시안) 이인주(03 동양일보 신춘문예, 06 서정시학) 전태련(03 사람의 문학) 김승해(05 조선일보 신춘문예) 박언숙(05 애지) 한선향(05 심상)) 최애란(06 심상) 김동숙(07 시문학) 이순옥(07 문학과 의식) 등이 비교적 쉽지 않은 관문을 거쳤다.
2000년 이후 여성으로서는 정서리(2000 불교문예) 한은희(2000 한맥문학, 05 문예춘추) 김 영(2000 대구문학) 정경진(01 시현실) 김윤숙(01 한국불교문학, 02 한맥문학) 정세나(01 생각과 느낌, 05 문학예술) 황인숙(02 대구문학) 우이정(01 대구문학, 02 불교문예) 조영린(01 대구문학, 14 문학예술) 김선옥(02 대구문학) 권옥술(02 여성문예) 김상윤(02 문학세계) 김숙이(02 한맥문학) 정경자(02 문예비전) 이태련(02 문학예술) 김채원(02 불교문예) 노현수(03 시세계) 곽분도(03 대구문학) 구옥남(03 불교문예) 김은영(03 미래문학) 류호숙(03 문예비전) 김인숙(03 한국순수문학) 배정향(03 문학예술) 홍혜원(03 문학예술) 윤미전(04 대한저널신문) 이순복(04 문학예술) 김윤희(04 문학예술) 김원자(04 문예한국) 김청자(05 불교문예) 박해리(04 대구문학) 안봉태(05 문학예술) 조선경(06 한맥문학) 김명희(06 문예비전) 정미상(06 문예비전) 홍영숙(06 시선) 신효지(07 새시대문학) 조운주(07 리토피아) 등이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 등단한 남성시인의 시집은 젖은 감성으로 감싸 올리는 고향 회귀와 구도의 서정이 두드러지는 정태일의 『달과 수은등』(01) 『어머니 밤늦도록 구운몽 읽으시네』(05, 시화집) 『딴못』(11) 등이 관심을 모았으며, 박칠근의 『공중정원』(09), 김찬일의 『남이섬, 꿈꾸는 겨울새』(05), 우종구의 『스쳐지나가는 것은』(06) 『변명』(10), 김욱진의 『미슬산 사계』(09), 권순진의 『낙법』(11), 신표균의 『어레미로 본 세상』(09), 홍종빈의 『2인3각』(09) 『가시』(11) 등이 주목되고 있다.
임제훈의 『조용한 새벽』(2000) 『바람꽃』(05), 최우석(2005년 작고)의 『입춘 이후』(01), 최영조의 『아름다운 만남』(01), 권영배의 『길 위에 부는 바람』(05), 김종환의 『천당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네』 『참소주를 마시면』 『은밀한 즐거움』, 김주곤의 『침묵의 빛깔』(08) 『삶의 물결』(09) 『울타리 없는 우주』(10) 등 9권, 이창수의 『강강에 오면』(04), 김청수의 『개실마을에 눈이 오면』(05) 『차 한잔 하실래요』(07), 이태석의 『별빛처럼 빛나는 그리움』(05) 『영혼이 비추는 그림자』(06), 장영길의 『사랑조』(06), 박병구의 『하늘을 보며』(07), 박재희의 『쟁기』(07), 안낙원의 『그리움 사라진 자리에』(04) 『내 마음 텃밭에』 『병산서원 가는 길』(07) 등도 2000년 이후 선보인 시집들이다.
하지만 여성시인들의 경우 개성적인 목소리로 신선함 바람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류인서의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05) 『여우』(09), 천수호의 『아주 붉은 현기증』(09), 강수정의 『재즈가 흐르는 창 너머 비행기 한 대가』(2002), 서영처의 『피아노악어』(06), 정하혜의 『살꽃이 피다』(07) 『깜빡』(10), 이자규의 『우물치는 여자』(08), 서 하의 『아주 작은 아침』(10), 김안려의 『마두금 연주에 눈물 흘리는 어미소』(10), 유가형의 『백양나무 껍질을 열다』(06) 『기억의 속살』(08), 장혜승의 『씨앗』(09), 김위숙의 『내 남편 김의부 씨의 인생 궤적』(09) 등의 시집은 참신한 개성이 두드러졌다.
2000년 이후에 등단한 여성시인 가운데 류인서는 전국에서도 가장 떠오르는 신인으로 개성적인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천수호 서영처 이자규 장혜승 정하혜 유가형 정하혜 등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평범한 사물에서 삶의 비의를 포착하는 유연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미지를 생생하게 구체화하는 특이한 시법을 보여주는 류인서의 도약, 사물과 음악의 어우러짐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형상화하는 서영처, 희화적 풍경을 감각적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천수호, 불교적 사유와 식물적 상상력을 시니컬하게 드러내는 정하혜, 일상을 개성적인 발상과 성찰로 재구성하는 이자규 유가형 등은 새롭다.
이 밖에 천영애의 『나는 너무 늦게야 왔다』(06), 노현수의 『방』(10), 박경조의 『밥 한 봉지』(08), 전태련의 『바람의 발자국』(09), 한선향의 『비만한 도시』(10)를 비롯해 김은영의 『나비』, 홍혜원의 『세한도를 그리며』(05), 정세나의 『기도이게 하소서』(06) 『숲속은 한 음절씩 눈을 뜬다』(11), 김 영의 『기도하는 상수리 잎새들』(02), 김상윤의 『그대 손은 따스하다』(03), 김윤숙의 『밤에 떠오르는 섬』, 한은희의 『그래, 나는 무녀리다』(04) 『그래, 내가 죄인이다』(08), 김종호의 『못다 부른 노래』(07), 강려후의 『향은 고요해 소리 없고』(07), 김정숙의 『여로의 물빛』(09), 정경자의 『수수껍질』(09) 등의 시집들도 간과할 수 없는 근래의 수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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