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어떤 발원

김욱진 2010. 5. 21. 20:01

        어떤 발원

 

 

 

영변의 약산 진달래처럼

천길 낭떠러지 내려다보며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마는

         노인들처럼 버림받은 미국소가

청소년들처럼 사랑에 굶주린 호박벌이

연예인들처럼 악플로 시달리던 닭과 오리가

옥탑 방 한구석에서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는 긴급뉴스

누가 들어본 적 있는가?

 

머리카락 사이로 불기운이 펄펄 치솟고

숨통마저 콱 조여드는 요즈음 세상살이

그토록 힘겹고 답답할 땐

겨울허공 훨훨 날아가는 기러기 떼처럼

둥지를 박차고 어디론가 고요히 떠나보라

그러나 당신의 발걸음은 곧

울고 웃고 부대끼던 그곳으로

회향回向하지 않던가!

 

시방삼세 상주하시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신의 관 속에서 두 발을 내밀어 보였*

인터넷 망 속으로 나투시어

이젠, 아무리 지구를 떠나 봐도

뾰족하게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온 우주 법계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다시 한번 증명해주시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니련하반시쌍부(尼蓮河畔示雙趺) : 부처님이 雙林에서 열반하심에 제자 가섭이 늦게 참석하여 슬피 울자,

                                  석존께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어보였다는 삼처전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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