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발원
영변의 약산 진달래처럼
천길 낭떠러지 내려다보며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마는
노인들처럼 버림받은 미국소가
청소년들처럼 사랑에 굶주린 호박벌이
연예인들처럼 악플로 시달리던 닭과 오리가
옥탑 방 한구석에서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는 긴급뉴스
누가 들어본 적 있는가?
머리카락 사이로 불기운이 펄펄 치솟고
숨통마저 콱 조여드는 요즈음 세상살이
그토록 힘겹고 답답할 땐
겨울허공 훨훨 날아가는 기러기 떼처럼
둥지를 박차고 어디론가 고요히 떠나보라
그러나 당신의 발걸음은 곧
울고 웃고 부대끼던 그곳으로
회향回向하지 않던가!
시방삼세 상주하시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신의 관 속에서 두 발을 내밀어 보였듯*
인터넷 망 속으로 나투시어
이젠, 아무리 지구를 떠나 봐도
뾰족하게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온 우주 법계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다시 한번 증명해주시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니련하반시쌍부(尼蓮河畔示雙趺) : 부처님이 雙林에서 열반하심에 제자 가섭이 늦게 참석하여 슬피 울자,
석존께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어보였다는 삼처전심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