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횟집에서

김욱진 2010. 5. 21. 19:52

     횟집에서

 

거친 세파에 떠밀려온 바닷물고기들이

깜빡거리는 꼬마전구 불빛 아래서

수중발레하듯 원을 그리며

뽀글뽀글 어리광부리고 있다

수족관 밖에서 군침 흘리며 넘다보는

길손들의 어깨 부딪는 소리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서로 마주보며 윙크하는 숭어 두어 마리

누군가의 손아귀에 덥석, 낚아채이고 만다

광어 등에 지느러미 곧추세운 파도는

어느 새 갈앉고

섬과 섬 사이로 가득 차오른

술잔만 흥겹게 출렁거린다

 

뱃고동소리하나 들리지 않는

도심의 어느 횟집 한구석에서

만선의 노를 젓듯

통통배 가로 빙 둘러앉은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 안주삼아

숭어도 광어도 연신

소주를 되받아마신다

 

덤으로 사는 세상

빙글빙글 돌아가는

  

'♧...비슬산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본주의의 모순  (0) 2010.05.21
어떤 발원  (0) 2010.05.21
현해탄을 건너다  (0) 2010.05.21
  (0) 2010.05.21
촛불 집회  (0)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