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김용택
진달래
염병헌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찔레꽃
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
사내 손목을 잡아끌고
초저녁
이슬 달린 풋보릿잎을 파랗게 쓰러뜨렸니라
둥근 달을 보았느니라
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산나리
인자 부끄럴 것이 없니라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
산나리꽃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
손톱도 청소해서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
말 마라
그 세월
덧없다
서리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뉴스 외 4편/박주택 (0) | 2016.06.22 |
---|---|
모기는 없다/김기택 (0) | 2016.06.19 |
구름의 전지/김신용 (0) | 2016.06.19 |
뜨거운 돌/나희덕 (0) | 2016.06.19 |
(시집)누가 저 황홀을 굴리는가/김완수 (0) | 2016.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