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봄날은 간다/김용택

김욱진 2016. 6. 19. 17:45

                  봄날은 간다

                            김용택

  

진달래

 

염병헌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찔레꽃

 

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

사내 손목을 잡아끌고

초저녁

이슬 달린 풋보릿잎을 파랗게 쓰러뜨렸니라

둥근 달을 보았느니라

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산나리

 

인자 부끄럴 것이 없니라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

산나리꽃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

손톱도 청소해서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

말 마라

그 세월

덧없다

 

 

서리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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