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착시/변희수

김욱진 2016. 6. 27. 09:00

                                                착시

                                                 변희수

                                     


강물은 흘러간다 이것은 오해다 밀고 밀리면서 강물은 우왕좌왕 하고 있다


강물의 반짝임, 그거 오해다 강물은 등에 꽂힌 따가운 시선으로 떨고 있다 강물은 무작정 따라나선 낡은 스란치마의 추억, 헤진 금박을 물고 반짝거리고 있다 강물은 반짝거림들의 오래된 배후지만, 오해다 강물은 우울하다 잊을만하면 피는 물가의 꽃들처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순간순간의 반짝임들, 오해다 오해의 물결이다


구두를 벗어든 자들처럼 햇살이 강물 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들 때 수심을 재고 있는 당신의 근심, 오해다 당신의 구두코가 오해하기 좋게 반짝거린다 강변의 오해란 물이 닿는 순간의 불, 불이 닿는 순간의 물처럼 반짝임 외에 아무것도 아니지만, 오해다 오해의 구두를 신고 당신과 내가 반짝하고, 파문을 일으킬 때 쏟아질듯 출렁거릴 때 빛과 그늘이 묻어 있는 강변 누가 당신의 명암을 재빨리 스케치하고 있다 당신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쪽처럼 반짝, 웃는다


우리가 조금 흐른다


                                           <시산맥. 201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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