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대숲소리/서하

김욱진 2016. 7. 5. 15:43

               대숲소리

               서하

   

 

구름이 달을 옆구리 끼고 있는

송광사의 밤은 푸르기만 한데

화엄전 월조헌 뒤뜰 대숲이 애터지게 운다

대숲은 마디마다 바다를 들여놓았나

쓰러질 듯 일어서며

쏴아 쏴아 쏴아

뱉어내는 파도소리에

내 몸이 자꾸 뒤로 쏠린다

탁 풀어놓지 못하고 참았던 울음보따리들

오늘은 모조리 불러내어

며칠 굶은 짐승처럼 퍼지른다

짓물러 짭쪼름한 저 울음은

창망대해 일었다 사라지는 씀벅씀벅한 허기

등 구부린 채 밤새 목탁 치는

스님은 아는지 모르는지

소리 위의 소리, 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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