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금동반가사유상/송찬호

김욱진 2016. 7. 6. 20:59

     금동반가사유상

         송찬호

 

 

멀리서 보니 그것은 금빛이었다

골짜기 아래 내려가보니

조릿대 숲 사이에서

웬 금동 불상이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누고 있었다

 

어느 절집에서 그냥 내다 버린 것 같았다

금칠은 죄다 벗겨지고

코와 입은 깨져

그 쾌변의 표정을 다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한 줄기 희미한 미소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표정의 그것이

반가사유보다 더 오래된 자세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다

가야 할 길이 멀었다

골짜기를 벗어나 뒤돌아보니 다시 그것은 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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