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반가사유상
송찬호
멀리서 보니 그것은 금빛이었다
골짜기 아래 내려가보니
조릿대 숲 사이에서
웬 금동 불상이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누고 있었다
어느 절집에서 그냥 내다 버린 것 같았다
금칠은 죄다 벗겨지고
코와 입은 깨져
그 쾌변의 표정을 다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한 줄기 희미한 미소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표정의 그것이
반가사유보다 더 오래된 자세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다
가야 할 길이 멀었다
골짜기를 벗어나 뒤돌아보니 다시 그것은 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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