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옛집
이기철
연필을 놔두고 나온 것 같다
빨랫줄에 걸린 수건에는 지나가던 소식들이 자주 걸렸다
늘 정직하기만 한 과꽃과의 이별
내가 떠나는 데도 눈빛이 맑던 쟁반
피부가 하얀 접시
깨어지면서도 음악이 되던 보시기
마음을 접고 펴던 살 부러진 우산
화요일과 목요일의 날개에 아무 차이가 없는 나비
자고 나면 새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나무
나쁜 이파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집을
나는 신던 신발을 신고 너무 멀리 걸어나왔다
나 없어 혼자 놀다가는 사금파리에 담긴 정오
목백일홍은 전화를 못 받아서
안부를 물을 수도 없는 지금
(문학사상,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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