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톱날을 썰며/김연대

김욱진 2016. 7. 6. 21:18

        톱날을 썰며

             김연대

 

 

비오는 날 한 나절을

추녀 끝 낙수 소리 들으며

축담에 구부리고 앉아

이 빠진 줄로 톱날을 썰고 있다

두 발 사이에 톱을 끼우고

왼손으로 톱날을 잡고

바른손으로 줄을 밀면

이 빠진 줄이 톱날에 턱턱 걸린다

세상을 제멋대로 물어뜯고 깨물다가

이젠 배추 잎에도 턱턱 걸리는 나의 치아가

이 이 빠진 줄과 무엇이 다른가

치간에 낀 야채줄기 같은 하찮은 상념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사이 끼어들어

이 빠진 줄처럼 빗소리에 턱턱 걸리고 있다

 

-시집 '나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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