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날을 썰며
김연대
비오는 날 한 나절을
추녀 끝 낙수 소리 들으며
축담에 구부리고 앉아
이 빠진 줄로 톱날을 썰고 있다
두 발 사이에 톱을 끼우고
왼손으로 톱날을 잡고
바른손으로 줄을 밀면
이 빠진 줄이 톱날에 턱턱 걸린다
세상을 제멋대로 물어뜯고 깨물다가
이젠 배추 잎에도 턱턱 걸리는 나의 치아가
이 이 빠진 줄과 무엇이 다른가
치간에 낀 야채줄기 같은 하찮은 상념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사이 끼어들어
이 빠진 줄처럼 빗소리에 턱턱 걸리고 있다
-시집 '나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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