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라면을 먹는 아침/함민복

김욱진 2016. 8. 5. 21:21

   라면을 먹는 아침
     함민복


프로 가난자인 거지 앞에서

나의 가난을 자랑하기엔

나의 가난이 너무 가난하지만

신문지를 쫙 펼쳐놓고

더 많은 국물을 위해 소금을 풀어

라면을 먹는 아침

반찬이 노란 단무지 하나인 것 같지만

나의 식탁은 풍성하다

두루치기 일색인 정치면의 양념으로

팔팔 끓인 스포츠면 찌개에

밑반찬으로

씀바귀 맛 나는 상계동 철거 주민들의

눈물로 즉석 동치미를 담그면

매운 고추가 동동 뜬다 거기다가

똥누고 나니까 날아갈 것 같다는

변비약 아락실 아침 광고하는 여자의

젓가락처럼 쫙 벌린 허벅지를

자린고비로 쳐다보기까지 하면

나의 반찬은 너무 풍성해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면

매일 상다리가 부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