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금방 낳은 달걀처럼 한 마음이 생기려 할 때 외 1편/ 변희수

김욱진 2016. 8. 10. 18:51

금방 낳은 달걀처럼 한 마음이 생기려 할 때

변희수


흰자위에 동동 떠 있는

노른자 같은 마음아

노른자를 둘러싸고 있는

흰자 같은 마음아

둘인 듯 하나인 듯 나누어지는 두 개의


마음이 마음을 품어 다시 한 마음이 생기려 할 때

무정한 마음이 다시 유정해지려 할 때

꼬꼬댁 꼬꼬댁 붐비는 나의 마음아


팔도 날개도 아닌 것이 돋아

잠시 마음이 마음대로 푸드덕 날아오르려고 할 때


마음아 홰를 치고 일어서는 마음아

구구구 어디론가 몰려가고 있는 어린 마음아

쏟아지는 목청에 겨워 멀리서도 꼬끼오 우는 마음아


낳지도 않은 마음들이

오지도 않은 새벽을 향해 한 발 두 발 갸웃갸웃


콕콕 쪼아대고 싶은 정곡아



검은 손


석탄박물관 벽에 초상화처럼 걸린 광부의 검은 손

지문 따라 스며든 검은 빛이 등고선처럼 깊고 올곧게 파여있다


검은 선들을 나란히 연결해보면

완연하게 드러날 어떤 생의 경사와 굴곡들


더듬더듬 낯선 광맥을 따라가다

어둠 깊숙이 손을 밀어 넣었을 때 문득 눈앞을 가로막는


그 검은 것도 일종의 빛이라면 빛

그런 것들은 모두 연소를 담보로 발굴되지만

티눈으로 옹박힌 검은빛

그런 캄캄한 것들은 누가 채굴해가나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손

매장량이 빤히 보이는 빈 손

문경까지 와서야 남몰래 슬쩍 잡아보는

두 손


먼 길을 온 후에야 새삼

검은빛에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걸

알고 가는 사람처럼


           다시올 2016.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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