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적반하장

김욱진 2016. 11. 9. 18:18

            

              적반하장

 

  

백수가 자전거 타고 가파른 산길 내려오다

신새벽 들이받고 전치 6주 부상을 입었다 

갑자기 역주행하면 어떡해요

방향을 바꾸려면 깜빡이를 켜셔야죠

보이지 않는 벽까지 다 볼 수는 없잖아요 

입원비 자전거 수리비에다

두 달치 생활비까지 전부 물어내세요

하하 무슨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씀을 하세요 

저는 자전거 바퀴 사이로

조용히 산책하며 지나갔을 뿐인데,

그쪽께서 안전거리 미확보로 사고를 내셨다고요

여태 공들여 쌓은 새 벽 무너뜨린 죗값

오히려 제게 한 평생 두고두고 다 갚으셔야죠

 

내 허벅지와 새벽 사이

꽉 물어뜯은 페달의 이빨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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