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운명
별똥 한 무더기 떨어지는 밤
똥 싸 붙이고 능청스럽게 엉덩이 치켜든 하늘
가랑이 새로 별똥 주워 먹던 개구쟁이 녀석
똥을 누가 와서 싹싹 핥아먹고 갔다
다음날 아침 똥개는 마당 한구석에서 별똥을 쌌다
할머니는 그 별똥 주워 담아
접붙인 감나무 입에다 햇살 짓이겨 넣어주셨다
간식으로 받아먹은 별똥
나무는 이파리가 돋고 꽃이 피고
별이 주렁주렁 달렸다
어느 날 멀건 대낮에 곤드레만드레 취한 별 넷
눈 깜짝 할 사이 뚝 떨어졌다
별은 별똥 주워 먹은 기억조차 없다
한평생 별똥만 닦아주다 돌아가신 할머니
또 어디선가 별똥 떠먹이고 계시겠다
똥마려울 때마다 한 생 훌쩍 떠나는 별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