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별 운명

김욱진 2016. 11. 9. 18:22

                  별 운명

 

 

별똥 한 무더기 떨어지는 밤

똥 싸 붙이고 능청스럽게 엉덩이 치켜든 하늘

가랑이 새로 별똥 주워 먹던 개구쟁이 녀석 

똥을 누가 와서 싹싹 핥아먹고 갔다

다음날 아침 똥개는 마당 한구석에서 별똥을 쌌다

할머니는 그 별똥 주워 담아

접붙인 감나무 입에다 햇살 짓이겨 넣어주셨다

간식으로 받아먹은 별똥

나무는 이파리가 돋고 꽃이 피고

별이 주렁주렁 달렸다

어느 날 멀건 대낮에 곤드레만드레 취한 별 넷

눈 깜짝 할 사이 뚝 떨어졌다

별은 별똥 주워 먹은 기억조차 없다

한평생 별똥만 닦아주다 돌아가신 할머니

또 어디선가 별똥 떠먹이고 계시겠다  

똥마려울 때마다 한 생 훌쩍 떠나는 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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