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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진의 시는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재미를 더해준다. 말놀음을 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자연에 순응하는 길을 찾아 나서고, 곡진한 삶에 대한 연민을 쏟아 붓는가 하면 그로 인해 생긴 아픔들을 온전히 시인 자신의 몫으로 삭혀버린다. 시인의 말꼬리 잡기를 따라나서며 신나게 웃다가도 정신이 번쩍 드는 까닭도 그런 반전의 유연성들 때문이다.
나-사회-종교(불교)를 넘나드는 깊은 통찰력과 사회학적 상상력을 근간으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파토스pathos들을 희화화하거나 해학적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긴장된 언어유희’와 능란한 언어연금술의 재치로 의미망의 깊이를 더하며 ‘나는 누구인가’를 부단히 찾고 있다.
자연과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 서정적 자아를 길어 올릴 때는 휴머니티로 착색된 따스한 가슴 열기로 사랑과 연민의 정서를 떠올리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서정적 자아가 내부로 향할 경우에는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형이상학적인 이데아 추구와 깨우침에 이르려는 구도의 길 찾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참, 조용한 혁명이다.
-이태수 시인
김욱진의 시는 ‘나’를 체(體)로 하고, “그 놈의 나”를 용(用)으로 하고 있다. 그 놈의 나는 주노(主奴)의 상호 관계에 놓여 있다. 그의 세계와 언어는 사소한 듯 사소하지가 않다. 평명(平明)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주체와 타자에 대한 비판과 성찰, 유머와 위트, 곡직(曲直)의 언어로 구축된 이번 시집은 비록 표면화되어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소에 있다. 나서서 핵심을 밝히는 사람으로서 ‘놈’과 ‘것’이라는 사물의 중층적 의미가 환기하는 현실 세태와 사회 미학적 운용은, 우리 시단에 “조용한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딴은 그에게서 “문풍지 우는 소리”가 나는 것은,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 있어서이다. 아니 ‘문지방’이란 존재의 분리와 이음(Fügung)에 대한 심각한 사유 때문이다. “Doleo, ergo sum.; Versifico, ergo doleo. (아프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짓는다 고로 나는 아프다)”
-김상환 문학평론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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