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퀴를 보면 안 굴리고 싶어진다
김기택
하루 종일 내가 한 일은
바퀴 굴린 일
할 일 없는 무거운 엉덩이를 올려놓고
무늬가 다 닳도록 바퀴나 굴린 일
미안하다
무슨 대단한 일이나 있는 줄 알고
시키는 대로 좆 빠지게 돈 바퀴들에게
뜨겁고 빵빵한 바퀴 속에서
터지지도 못하고 무작정 돈 둥근 공기들에게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문학행사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꽃나무들
늘 뚫려 있어서 심심한 구멍들을 채우느라
괜히 비운 밥그릇과 술잔들
이토록 먼 곳까지 왔으니
시인으로서 뭔가는 남겨야 하겠기에
문학적인 체취가 은은하게 묻어나는 사인처럼
정성껏 남기고 온 똥오줌
미안하다
배부른 엉덩이 밑에서
온몸으로 필사적으로 뺑뺑이 돈 바퀴들에게
- <유심> 2010.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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