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나무/신경림

김욱진 2010. 7. 4. 07:54

                         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