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등나무

김욱진 2016. 11. 9. 19:45

             등나무

 

 

등 돌리고 달아나는

봄기운 불끈 잡아당기다

낭패를 본 나무는 안다

속 얼마나 썩어야 등이 휘는지를

양지의 등쌀에 떠밀려

찬밥 신세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속 얼마나 비워야 등 굽힐 수 있는지를

거센 비바람 치는 날

허리 삐끗해본 나무는 안다

등나무의 등이 얼마나 유연한 지를

등성이 한 뼘 먼저 오른 등이  

아등바등 뒤따라오는 등 묵을 방 비워주고 

한평생 등 굽히며 살아온 등나무

누군가에게

등 한 번 돌린 적 없는 사람은 안다

올곧게 사는 길이 얼마나 고단한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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