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등 돌리고 달아나는
봄기운 불끈 잡아당기다
낭패를 본 나무는 안다
속 얼마나 썩어야 등이 휘는지를
양지의 등쌀에 떠밀려
찬밥 신세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속 얼마나 비워야 등 굽힐 수 있는지를
거센 비바람 치는 날
허리 삐끗해본 나무는 안다
등나무의 등이 얼마나 유연한 지를
등성이 한 뼘 먼저 오른 등이
아등바등 뒤따라오는 등 묵을 방 비워주고
한평생 등 굽히며 살아온 등나무
누군가에게
등 한 번 돌린 적 없는 사람은 안다
올곧게 사는 길이 얼마나 고단한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