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아바타
오른쪽 다리가 찌릿찌릿하다
그럴 때마다
물렁뼈 다 닳은 왼 무릎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은 밤
깊은 동굴 속에서
몰카처럼 찍은 MRI 영상사진 들여다본다
척추 4번과 5번 사이 튀어나온 디스크
오른쪽 다리 신경 짓누르고 있다
굽실거리며 살아온 과보일까
먹잇감 찾아
내 몸속까지 파고든 쥐
덫을 놓고
밤새 허리 구부렸다 폈다 해보지만
쥐새끼 한 마리 걸려들지 않는다
한평생 일궈놓은 쥐꼬리 만 한 텃밭에서
나를 실험하는 쥐
십 미터도 못 가서 주저앉고 마는 나는
쥐의 아바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