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쥐의 아바타

김욱진 2016. 11. 9. 19:43

        쥐의 아바타

 

 

오른쪽 다리가 찌릿찌릿하다

그럴 때마다

물렁뼈 다 닳은 왼 무릎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은 밤 

 

깊은 동굴 속에서

몰카처럼 찍은 MRI 영상사진 들여다본다 

척추 4번과 5번 사이 튀어나온 디스크  

오른쪽 다리 신경 짓누르고 있다

굽실거리며 살아온 과보일까

 

먹잇감 찾아

내 몸속까지 파고든 쥐 

덫을 놓고

밤새 허리 구부렸다 폈다 해보지만 

쥐새끼 한 마리 걸려들지 않는다

 

한평생 일궈놓은 쥐꼬리 만 한 텃밭에서

나를 실험하는 쥐  

십 미터도 못 가서 주저앉고 마는 나는  

쥐의 아바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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