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김욱진 2016. 11. 9. 19:42

              돌

 

나는 돌이다

지수화풍으로 돌돌 뭉친 돌이다 

어느새 이순耳順 한 돌을 맞은 돌

흙으로 돌아가는 길 한 모퉁이 

바싹 마른 입술 깨물고 누워

하찮은 일에 버럭 화를 내고

그놈의 바람기는 잦아들 날이 없는 돌

돌이 없다, 도리 없다 하면서도

아직 화해하지 못한 돌무더기 

내 몸 속 군데군데 버티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길 가다 돌부리 걸려 넘어지면

부싯돌처럼 번쩍 달려와

헐거워진 뼈마디 주물러주고

으스스 춥다고 엄살이라도 부리면

방고래 불 지펴 구들장 달궈주고  

소낙비 내려 징징 우는 날이면

징검징검 돌다리 되어주는 돌

귀퉁이서 누군가 헛방아를 찧고 갔다

싸라기처럼 쪼개진 돌 무거리

첫 돌로 되돌아가 묻는다, 나는

귀가 순해진 걸까, 귀를 먹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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