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나는 돌이다
지수화풍으로 돌돌 뭉친 돌이다
어느새 이순耳順 한 돌을 맞은 돌
흙으로 돌아가는 길 한 모퉁이
바싹 마른 입술 깨물고 누워
하찮은 일에 버럭 화를 내고
그놈의 바람기는 잦아들 날이 없는 돌
돌이 없다, 도리 없다 하면서도
아직 화해하지 못한 돌무더기
내 몸 속 군데군데 버티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길 가다 돌부리 걸려 넘어지면
부싯돌처럼 번쩍 달려와
헐거워진 뼈마디 주물러주고
으스스 춥다고 엄살이라도 부리면
방고래 불 지펴 구들장 달궈주고
소낙비 내려 징징 우는 날이면
징검징검 돌다리 되어주는 돌
귀퉁이서 누군가 헛방아를 찧고 갔다
싸라기처럼 쪼개진 돌 무거리
첫 돌로 되돌아가 묻는다, 나는
귀가 순해진 걸까, 귀를 먹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