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이번 세 번째 시집은 솔직히 내가 쓴 게 아니라 나라는 놈들의 말을 요리조리 받아 적은 시편들입니다. 그놈들은 참 나를 잘 부려먹더군요. 속았다 싶을 때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놈들의 그 말을 내 말처럼 타고 돌아다녔지요. 말꼬리 잡은 말들이 자꾸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나는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사소한, 사소하지 않은 물음들을 화두처럼 둘러메고 시라는 산의 능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만은 무심하고 순수해지는 순간입니다. 허구한 날 많고 많은 얘깃거리 주워 담다 버리고 버린 것들 모으고 나니 또 잡동사니 집 한 채 버려야겠습니다. 여기까지가 부끄러운 나의 산림山林입니다. “그간 집안 살림은 어떠하신가?" 나를 스쳐 지난 수많은 인연들께 다시 합장合掌.
2016년 늦가을
김욱진 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