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손전등/문인수

김욱진 2016. 12. 3. 23:09

            손전등 

                    문인수  

 

 

밤중에, 이 악산 아래 오랜 세월

주저앉아가는 폐가 한 채를 둘러본다.

손전등 불빛이 더듬는 방 두 칸, 부엌 한 칸,

그리고 거기 널린 잡동사니 부장품들.

목장갑 뭉텅이며 몽당빗자루며 양은냄비 같은 것들이 무슨

자존심이나 수치심이라도 건들린 것인지

깜깜하게 돌아누워 버린다.

나는 메씨아처럼 여기저기 비추며 계속 둘러봤으나

어떤 행복도 행운도 읽어내지 못하고

피안에 대한 일말의 희망도 찾지 못한 채

억새소리, 부엉이소리만 으스스 부려놓고 간다.

어둠속으로 금세 허물어져 가라앉는 저

남의 집, 뒤집어쓰며 자꾸 돌아보는

슬픔, 슬픔끼리는 모두 일족이겠으나 나는

내 인생이나 잔뜩 챙겨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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