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및 해설

2016대구문학상 심사평-김상환

김욱진 2017. 1. 4. 15:22

                     대구문학상 심사평(시)

 

접(接)과 촉(觸)의 순수 감각과 보편적 감성

   논의 끝에 본심에 오른 대상은 이인주 시집『초충도』(2016, 실천문학사), 김욱진 시집『참 조용한 혁명』(2016, 시문학사), 황영숙 시집『따뜻해졌다』(2016, 지혜) 등, 세 권이었다.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와 언어가 깃들어 있어 혹자(심세중)의 말처럼, “저승 끝에서 얻어온 바리의 꽃”처럼 여겨졌다. 이 가운데 이인주의 경우는 매우 유니크하다. 다이내믹한 언어와 미감, 그리고 상상력의 공간 확대로 언캐니(uncanny)한 세계의 비의를 추구하고 있다. 모던한 감각을 위주로 하면서도 기저에는 고전적인 사상과 예술에 대한 지향과 정신이 내재해 있다. 허나 예의 세련된 기술이 하나의 격식으로 여겨진다거나, 현학적이고 시종 긴장감을 갖게 하는 것은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욱진의 경우는 상징의 언어라기보다는 알레고리에 치중해 있다. 평이한 진술과 어법(반어와 유머, 풍자 등)을 통해 현실 사회에 대한 이면을 다채롭고 재치있게 묘파하는 데 남다른 장기를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참)나’다. 그것도 나의 절대가 아닌, ‘그놈의 나’라는 상대적 자아, 즉 실존적/역사적/종교적 주체다. 이러한 시각과 관점의 설정은 기본적으로 생이 갖는 이원성에 기반한다. 다소 흠이라면, 작품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지 못하며, 인식과 기법으로서의 알레고리를 보다 심층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수상자인 황영숙의 경우, 서정시의 본래 면목과 세계를 오롯하게 드러내고 있다.〈검은 존재가 환해지는 한 순간이 시적 순간〉(김행숙)이라면, 시집『따뜻해졌다』에 미만해 있는 배경적 이미지로서 ‘울음’은 ‘울림’의 다른 순간이다. 내면의 풍경과 상처를 비교적 담담하면서도 깊이있게 드러내고 있는 그의 시는, 안으로 파고드는 에너지가 있다. 상상적 세계와 아름다움이 있다. “달이 지구에게 고유한 지인”(하이데거,「헤벨-知人Hebel-der Hausfreund」)인 것처럼, 시인은 지인의 다른 이름이다(“달을 따라 오던 별들이/싸늘한 내 손을 잡아 주었다//차가운 우주의 모든 손들이 따뜻해졌다”,「따뜻해졌다」). 이런 접(接)과 촉(觸)의 순수 감각과 보편적 감성은 강유(剛柔)와 명암(明暗), 동정(動靜)의 대비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이해리 시집『미니멀 라이프』와 김동원 시집『깎지』는 차후의 기회를 보기로 했다.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최춘해 이수남 김상환(글) 구활 조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