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는 한 그루 바다
사윤수
오동나무를 심고 싶어 작은 섬에는 큰 나무가 못 자라니까 나무가 많이 없으니까 그 중에 오동나무가 맨 먼저 떠올랐어 섬에게 오동나무를 보여주고 싶어 한 번도 오동나무를 보지 못한 섬에게 오동꽃을 보여주고 싶어 오동꽃은 숭어리 숭어리 허공에서 보랏빛 종소리를 울리지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 헤맨 거친 꿈들이 해풍에 나부낄 때 오동꽃 등불이 우리를 환하게 비춰줄 거야 오동나무 이파리가 물결치는 거 보면 그게 바다 같아 바다를 넓적넓적하게 오려서 나무에 빽빽하게 붙여놓은 거 같아 오동나무는 한 그루 바다 가을밤이면 오동나무 이파리 워석버석 파도치는 소리 먼 달까지 별까지 밀려가는 소리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허락해다오, 섬이여 나 한 그루 오동나무 바다를 너의 마을에 심으려니 |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정호승 (0) | 2017.04.25 |
---|---|
길/김기림 (0) | 2017.04.07 |
언제는, 언제나 우리 앞을 지나가고/변희수 (0) | 2017.03.26 |
폐가에 와서 분홍을 태우다/변희수 (0) | 2017.03.25 |
은행나무 아래 지진/전인식 (0) | 201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