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오동나무는 한 그루 바다/사윤수

김욱진 2017. 3. 29. 18:28

          오동나무는 한 그루 바다 

           사윤수

 
오동나무를 심고 싶어
작은 섬에는 큰 나무가 못 자라니까
나무가 많이 없으니까
그 중에 오동나무가 맨 먼저 떠올랐어

섬에게 오동나무를 보여주고 싶어
한 번도 오동나무를 보지 못한 섬에게
오동꽃을 보여주고 싶어

오동꽃은 숭어리 숭어리
허공에서 보랏빛 종소리를 울리지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 헤맨
거친 꿈들이 해풍에 나부낄 때
오동꽃 등불이 우리를 환하게 비춰줄 거야

오동나무 이파리가 물결치는 거 보면
그게 바다 같아 바다를 넓적넓적하게 오려서
나무에 빽빽하게 붙여놓은 거 같아
오동나무는 한 그루 바다

가을밤이면 오동나무 이파리
워석버석 파도치는 소리
먼 달까지 별까지 밀려가는 소리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허락해다오, 섬이여

나 한 그루 오동나무 바다를

너의 마을에 심으려니

청도문인협회『청도문학』(목언예원,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