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너는 가고 남은 한 장의 백지/문덕수

김욱진 2017. 5. 5. 19:59

너는 가고 남은 한 장의 백지

문덕수

 

 

너는 가고 남은 한 장의 백지

절벽 끝에 붙은 낙엽 같구나

실은 너마저 삼켜버렸을지 모를

백지 위에 또박또박 戀文연문을 써보나

파란 빨간 글씨를 수놓듯 써보나

 

모든 꽃의 몸짓을 하나하나 새기듯 써보나

모두 지워버리는 深淵심연이여

아, 마침내 나를 삼킬 듯 심연이여

끝없이 노려보는 하얀 凝視응시여

 

<시와경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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