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장하빈
파동이 발 아래 쌔근거리는 애기용지봉 올라서
오늘도 그대를 서역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무등 타고 가듯 비슬산 너머 뉘엿뉘엿 사라지고
사방천지는 다갈색으로 번져갔습니다
산길 따라온 굴참나무는 달빛 무명옷 갈아입고
풀벌레 울음소리 자욱하게 쏟아냅니다
밥상바위에 앉아 한 상 차려진 노을 떠먹습니다
부러진 청솔가지 사이 눈썹달 돋아올 때까지
목구멍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언덕길 서로 달랐노라며
般若 세상에 건너지 못할 강 어디 있겠느냐며
그대가 지구 한 바퀴 돌아올 아침을 기다렸습니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전의 기분/이기철 (0) | 2017.07.02 |
---|---|
애잔/이기철 (0) | 2017.06.28 |
노령에 눕다/이기철 (0) | 2017.05.24 |
너는 가고 남은 한 장의 백지/문덕수 (0) | 2017.05.05 |
명료한 열한 시/류인서 (0) | 2017.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