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기분
이기철
사각사각 사과를 깎는 기분
하얀 실파를 뽑는 기분
놀러 간 고양이를 부르고 싶은 기분
너의 속옷 속에 마른 손을 넣는 느낌
부드러운 무언가가 만져지는 느낌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느낌
채송화를 우두둑 따 버리고 싶은 느낌
또 무슨 말이 있나?
저 가시나무는 아무도 찌르지 못할 것 같다
날아가지 못하니까, 뛰어가지 못하니까,
흰 새를 보낼께 초록 손을 펴
하모니카를 보낼께 노랠 불러 봐
바늘이 저 혼자 부러지는 소리
오늘은 좀 아파도 괜찮겠다
오전의 기분
- 시집, <흰꽃 만지는 시간>, 민음사 -
(한겨레신문, <시인의 마을>, 2017.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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