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배우다
문성해
매미가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있다
내가 시 한 줄 건지지 못해
겹겹이 짜증을 부릴 때조차
매미는 무려 다섯 시간이나
갓 태어난 날개며 평생 입고 다닐 몸이며
울음이며를 말리우고 있다
내가 소리내어 울고 싶을 때조차
그저 조용히 울음을 견디고 있다
내가 안 나오는 시를 성급히 애 끓이는 사이
매미는 그저 조용히 제가 지닌 것들을
미동도 없이 말리우고 있다가
드디어 해가 지기 시작한 즈음
조용히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로
울음을 끓이더니
하마 날아가고 없는 거였다
ㅡ시집『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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