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어느 날 박용래/고은

김욱진 2017. 7. 29. 10:22

      어느 날 박용래 

          고은 


술 먹은 박용래가 
대전 유성온천 냇둑 
술 먹은 고은에게 물었다 
은이 자네는 
저 냇물이 다 술이기 바라지? 공연스레 호방하지? 
나는 안 그려 
나는 저 냇물이 그냥 냇물이기를 바라고 
술이 그냥 술이기를 바라네 

고은이 킬킬 웃어대며 
냇물에 돌 한 개를 던졌다 
물은 말 없고 
그 대신 냇둑의 새가 
화를 내며 날아갔다 

박용래가 울었다 안주 없이 먹은 술을 토했다 
괜히 새를 쫓았다고 화를 냈다 

은이는 나뻐 
은이는 나뻐 
박용래가 울었다 고은은 앞서가며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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