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하루/강문숙

김욱진 2017. 8. 15. 20:56

                 하루

                  강문숙

 

하루가 참 짧다, 생각하다가도

돌이켜보면 꽤 길다

 

해 뜨고 해 지는 일 어디 만만한 순례길인가

 

꽃잎을 여느라, 모란은

한나절 얼마나 용을 써댔을 테고, 구름은 또

동에서 서으로 발이 부르트도록 건넜을 것이었

 

그대에게로 가는 길

손끝 닿을 듯 지척이다 싶다가도

아직 너무 멀어 반도 못 왔다

 

하루 해 저리도 중천인데

사람들은 자꾸만

짧다, 짧다, 헛꽃 피우듯 중얼거린다

 

 (시집, 신비한 저녁이 오다 2017)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심강우  (0) 2017.08.17
언제나 진심이라고 우기는/변희수  (0) 2017.08.15
정물화처럼/이기철  (0) 2017.08.05
한 수 배우다/문성해  (0) 2017.08.05
나의 방랑 생활/아르튀르 랭보  (0)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