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강문숙
하루가 참 짧다, 생각하다가도
돌이켜보면 꽤 길다
해 뜨고 해 지는 일 어디 만만한 순례길인가
꽃잎을 여느라, 모란은
한나절 얼마나 용을 써댔을 테고, 구름은 또
동에서 서으로 발이 부르트도록 건넜을 것이었다
그대에게로 가는 길
손끝 닿을 듯 지척이다 싶다가도
아직 너무 멀어 반도 못 왔다
하루 해 저리도 중천인데
사람들은 자꾸만
짧다, 짧다, 헛꽃 피우듯 중얼거린다
(시집, 신비한 저녁이 오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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