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언제나 진심이라고 우기는/변희수

김욱진 2017. 8. 15. 21:56

언제나 진심이라고 우기는

변희수


코르셋을 꼭 껴입은 채

발목이 몽땅 잘린 꽃다발이 왔다


잔뜩 부풀려진 치마를 들추고

배배 꼬인 철사줄을 풀면

매캐한 폭죽냄새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성큼 지뢰를 밟고 갈 때

한 다발의 뇌관이 펑하고 터질 때

와, 하고 비명처럼 향기가 튀어오를 때

사라지는 발목들


그때 어떤 손목들은 바싹 다가와서

- 축하해요, 진심으로.

라고 말하며 웃는다


꽃들은 늘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고

그런 제스추어는 썩 잘 어울린다


- 미안해요, 진심으로

라고 사과할 틈도 없이 웃어 보이는 일들은

모두 꽃들에게 배운 버릇이지만

언제나 진심이라고 우기는


그런 입술들은 너무 꼭 깨물고 있어서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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