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수상작

2017천강문학상 동시 당선작-흔들의자 외 2편/임창아

김욱진 2017. 9. 21. 12:56

       흔들의

          임창아

 

흔들리고 있는 의자가 있다

누군가를 흔들어 주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 중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심심히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

누군가 앉았다 간 후에도

잘 가라고

삐거덕 삐거덕 저를 흔들고 있다

뒷짐지고

아빠 흉내 내는 동생같이,

중심잡기 위해

낮잠을 자면서도

흔들리는 의자가 있다

자꾸만 흔들려서 앉아보고 싶은 의자가 있다

 

 

 

        방과후 

 

 

몽당연필이 놀이터 가자고 썼습니다

지우게가 학원가야 한다고 지웠습니다

 

 

 

할머니 빨리 집에 가요

 

 

누렁이 밥도 줘야 하고

고추 모종도 심어야 하고

마늘밭 풀도 매야 한다면서

누워만 계시네

 

맨날맨날 밭에만 엎드려 계시더니 

지금은 요양원 침대에만 누워계시네

 

할 일이 태산이라면서

 

생선살 내 밥숫가락 위에 올려 주시더니

이제는 내가 먹여 주는 밥도 다 흘리고

 

그동안 할머니가 내게 밥 먹여 줬으니

이제는 내가 할머니 밥 먹여 줄께

 

내가 울 때 눈물 닦아 줬으니

이제는 내가 할머니 눈물 닦아 드릴께